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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초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나라의 '호류지(法隆寺)'.
우리에겐 고구려 고승 담징이 그렸다는 금당벽화로 유명한 절.
1,3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의 고도(古都)인 나라에서
가장 중심적이고 가치있는 절로 평가받는 호류지답게
경내에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많은 건축물들이 아직도 세월을 이겨가며
변함없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일본인들에겐 세계최초, 세계최고(最古)의 자부심을,
우리에겐 과거 우리가 전파해준 문화의 우수성을 깨닫게 해주는 문화재...
호류지로의 여행을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나라공원을 벗어나 '긴테쓰나라역'에서 버스를 타고 '호류지' 에 도착했습니다.
나라공원이 너무 좋아서 천천히 둘러본 탓에 예정보다 조금 늦어진 호류지로의 도착입니다.
사실, 호류지로 오는 버스안에서 조금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생각보다 지체된 일정으로 호류지에서 제대로 된 시간을 보낼수 있겠는가...
그렇다면,예상외로 볼것많은 나라공원에서 하루를 온전히 보내는 편이 더 낫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버스에서 내려 본 호류지의 '주몬(中門)' 을 접하는 순간 잘왔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역시, 오래된 문화재답게 세월이 제대로 녹아있는 모습입니다.
조금 늦었기 때문에 발걸음을 서둘러 봅니다.
일본의 인왕상 중, '가장 오래된' 주몬의 '인왕상' 입니다.
오랜시간 비바람을 맞은탓에 보존상태가 좋지는 않지만
단정하게 비바람막이를 한 상태의 모습보다는 훨씬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이제껏 거쳐간 수많은 사건과, 사람들을 이 자리에서 묵묵히 지켜봐왔을
인왕상들에게 눈인사를 건넵니다.
매일 보게 되는 수많은 사람 가운데 한명일뿐이지만,
혹시 다시 만나게 될 재회의 날을 위해 잊지는 말아달라는 부탁도 해 봅니다.
과거에는 호류지의 출입문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않은
주몬의 우회로를 통해 경내로 들어가 봅니다.
들어가자마자 바로 만나게 될 건물이 늦었지만 호류지를 포기하지 못하게 만든
바로 그 건축물입니다.
사진의 좌측으로 보이는 건물이 바로 호류지의 '곤도(金堂)'.
우리에겐 '담징의 금당벽화' 로 잘 알려져 있는 건축물입니다.
그러나 호류지의 곤도에서 더이상 오리지널 담징의 금당벽화를 찾아볼 수는 없습니다.
1949년 벽화의 모사작업을 하던 중 '원인모를' 화재가 나서 시커멓게 타 버렸습니다.
이 화재로 일본이 문화재보호법이라는 것을 제정하게 되었지만,
사실...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지금 곤도에서 만나게 되는 모사벽화를 보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불에 그을렸어도 호류지의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다는
오리지널 담징의 벽화를 보고 싶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 인 곤도입니다.
벽화는 '원인모를' 화재에 손실되었어도,
1층 내부의 기둥외엔 손상없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자태를 자랑하는 곤도입니다.
왜...라는 질문을 여러번 해본 곤도입니다.
사진의 오른쪽으로 보이는 5층목탑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탑' 입니다.
이 고주노토의 높이는 31.5m
밑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줄어드는 지붕의 넓이에서 오는 옆라인이 아름다운 탑입니다.
효고현의 히메지성과 함께 일본에서 최초로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호류지는
만일, 담징의 벽화가 온전한 상태로 있었다면 더욱 이뻐 보였을
곤도와 고주노토가 있는 서원(西院),
그리고 건물전체가 일본의 국보로 지정되어 있으며
일본인들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 역사속 인물 '쇼토쿠태자'의 설화와 관련이 있는
'유메도노(夢殿)'가 있는 동원(東院)...
으로 나뉘어 집니다.
곤도와 고주노토가 있는 서원에서 담징의 벽화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깨끗하고 넓은 느낌의 회랑을 가로질러 갑니다.
역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승문(僧門)'이라는 '호류지의 도다이몬(東大門)' 앞으로 갑니다.
그다지 크거나 화려하지 않은 모습이지만,
역시 세월의 흔적을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도다이몬'을 들어서면 역시 여러개의 '가장 오래된'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호류지'답게 또 하나의 '가장 오래된' 건물을 만나볼수 있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랜된 '팔각지붕 건물' 인 '유메도노(夢殿)' 입니다.
일본 역사속 위인인 '쇼토쿠태자'가 명상 중 부처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설화에 기초해서 739년 지어진 전각입니다.
'유메도노'가 가진 기원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유메도노'가 우리에 관심을 끄는 것은
내부에 안치된
일본인들이 소중히 여기는 '구세관음상' 이라는 불상이 우리 백제의 위덕왕으로부터
전해졌다는 것입니다.
단...아쉽게도 일본에서 인정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만...
곤도가 있었던 서원에서의 씁쓸함과 '비슷한 종류'의 아쉬움을 가지고 '동원'을 나옵니다.
'문을 닫을 시간이 다 되었다'...는 이유로 입장료를 내지 않은 '행운' 외에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기분이 사실입니다.
'동서'로 이어진 긴 회랑을 다시 한번 되짚어가며,
이번에는 조금 여유를 가지고 부속건물들의 처마며,기와 등을 꼼꼼히 살펴봅니다.
과거와 현재를 통해 얽히고 설킨 우리와 일본의 여러 모습들을 생각해봅니다.
사실...호류지를 방문하기 전 나라공원에서는 기분이 꽤 좋았습니다.
그러나 호류지의 여러모습들, 특히나 세계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호류지의 곤도와 유메도노에서 받은 느낌은 썩 유쾌한 것은 아닙니다.
일본의 문화재들을 보면 오래된 것일 수록 더욱 우리의 것과 비슷한 냄새가 납니다.
앞으로는 우리의 것과 비슷할수록 기꺼이 반가운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호류지역'에서 저물어가는 석양을 바라보며 생각해봅니다.
일본을 여행하면서 항상 느끼곤 하는
우리와 일본의 사이에서 갖게되는 여러 좋지만은 않은 감정들이,
언젠가는 지는 저 태양과 같이 조용히 저물수 있기를 말입니다.
때로는 진지하게 인정하고 반성할 것은 해 가면서 말입니다...
베스트포토에 선정해 주심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