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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 아름다운 선종사원 료안지 (龍安寺).
우리가 교토여행을 하면서 너무도 자주 접하게 되는 세계문화유산의 한 멤버.
안으로 품고 있는 가레산스이 양식의 정원이 너무도 유명한 곳.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
1450년 창건되어 두번의 화재를 겪으며 규모가 많이 축소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넓은 경내를 자랑하는 료안지.
그리고...생각지도 못한 꽤 괜찮은 연못에 시선을 뺏겨 오래도록 머물던 곳.
료안지의 여행기...이제 시작합니다.
킨카쿠지 마에에서 버스를 타고 료안지에 도착했습니다.
사람들의 들고나는 행렬이 짧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봐서
역시 료안지는 유적 많은 교토내에서도 빠지지 않는 명소인 듯 합니다.
그런데...
우~오오...
생각지도 않았던, 정말로 아름답게 빛나는 연못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오~수면에서 반사되는 햇빛 때문에 빛나는 게 아닙니다.
연못 스스로가 자체발광을 하고 있습니다.
바람도 불지 않습니다.그래서 반영도 끝내줍니다.
서둘러 카메라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냅니다.
찰~칵 찰~칵.
마치 수목원을 연상케 하는 수많은 꽃과 나무들과 어울려 고요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연못의 반영을 여러장 담습니다.
바로 '고요치(鏡容池)' 라는 이름의 연못입니다.
뜻밖의 횡재를 한 느낌입니다.
사실, 료안지에 온 이유는 오로지 하나.
'호조정원(方丈庭園)' 을 보기 위해서 였습니다.
그런데 아름다운 호수같은 연못을 본 것입니다.
게다가 산책로같이 잘 꾸며진 보행로는 나무들이 아치를 이룹니다.
오...피톤치드 제대로입니다.
상쾌합니다.
정말로 땡~잡은 기분입니다.
Ryoanji, Kyoto, Japan
기분좋게 길을 걷다가 마주치게 되는 저 건물이 바로 '호조정원'이 있는 건물입니다.
계단을 올라가야 합니다.
그리고 신발 벗고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러면 만나게 됩니다.
바로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그토록 감탄했다던 '호조정원' 말입니다.
료안지의 호조정원은 '가레산스이 양식'의 대표정원입니다.
가레산스이 정원을 꽤 많이 보유한 교토에서도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입니다.
그러나 '가레산스이의 대표선수, 더베스트, 넘버원' 아무리 외쳐봐도,
가레산스이가 무엇인지 모르면,
이미 다 마셔버린 자판기 커피의 종이컵보다도 못한 존재가 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잠시 설명 들어갑니다.
가레산스이 양식이란 무엇인가?
가레산스이(枯山水)식 정원은
우리가 일본의 어디서나 흔히 볼수 있는, 고도로 정교하게 꾸며진 인공적인 정원과는 달리
사찰에서만 볼 수 있는 극단적인 단순함을 가진 정원입니다.
일체의 물을 사용하지 않고 바닥에 잘게 부순 돌이나 흰모래를 깔아
마치 수면과 같은 효과를 내는데요,
수면과 같은 바닥위에 자연석을 배치하게 되면 '지정식 가레산스이 정원'.
잘게 부순돌이나 흰모래만을 깔고 아무런 장식이 들어가지 않은 선종계열의 사원정원을
'선원식 가레산스이 정원' 이라고 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물을 사용하지 않고 바닥에 잘게 부순 돌이나 흰모래를 깔아
강이나 바다등을 연상케 하고,
또 그 위에 오직 자연석을 사용하여,
관조하며 우주만물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하는,
사원에 있는 정원을 가레산스이 정원 이라고 합니다.
특히 우리가 보고 있는 료안지의 호조정원같이
바닥에 잘게 부순돌이나 모래에 더하여 자연석과 약간의 이끼를 사용한 정원을
'석정(石庭)'이라고도 부릅니다.
즉 고도의 통찰력과 상상력을 동원하여 대해야만 그 진가를 알수 있는 정원이
'가레산스이 양식의 정원'입니다.
가레산스이 정원이 가지고 있는 고도의 상징성 때문입니다.
료안지의 호조정원을 계속 응시해봅니다.
예전 이곳을 방문하여 큰 감동을 받았던 엘리자베스 여왕은 여기서
어떤 걸 발견하고, 무엇을 깨달았을까를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너무도 단촐하고 수수한 모습의 정원의 첫인상에
어찌보면 지금 따분과 차분의 경계에 있는 것 같습니다.
명상을 해야 할 것만 같습니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시간의 압박과 바쁜 도시생활에 찌든 몸과 마음이
이처럼 여유있는 관조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못 견디고 몸을 꼼지락거려 봅니다
꼬물꼬물~꼬물꼬물~
신경들의 움직임을 확인해봅니다.
아...역시 집중이 잘 되지 않습니다.
역시 무엇이든 하고 있어야만 불안하지 않습니다.
참지 못하고 일어납니다. 그리고 사진이라도 찍습니다.
역시 집중 못하는 사람이 저만은 아닌가 봅니다.
동질감을 느낍니다.
가레산스이는 저와는 '그다지' 잘 맞지 않는 타입인가 봅니다.
'느껴짐' 이 없습니다.
엘리자베스 여왕도 역시 저와는 맞지 않는 사람인가 봅니다.
호조정원을 나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밑져야 본전' 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정원을 한번 더 바라봐 줍니다.
오호라...이상합니다.
이번에는 집중이 잘 됩니다.
눈뜨고도 명상이 잘 됩니다.
그저 지그시 바라봅니다.
몸과 마음이 편해집니다.
엘리자베스 여왕도 이런 편안함을 느낀 것 같습니다.
가볍지 않은 자유로움이 정신을 파고 듭니다.
매력있습니다.
정말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료안지의 호조정원입니다.
호조정원의 백그라운드 모노톤 '토담'은 그 자체로도 정원만큼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식물성 기름을 백토에 믹스해서 만든 토담은 오랜세월 비바람으로부터 정원을 든든하게 지켜왔습니다.
아울러 정신을 흩뜨러 뜨리는 일체의 외부 물체들로부터집중력을 격리시켜,
'좀 더 잘' 생각하고 집중하는 데 도움을 줘 왔습니다.
주연보다 아름다운 조연은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또 반드시 존재해야만 한다...라고 생각을 한 후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Ryoanji, Kyoto, Japan
호조정원의 전체적인 조감도입니다.
15개의 돌로 이루어진 호조정원은 폭 25m, 길이10m 의 크기입니다.
신기한건 어느 각도에 조망하든지 15개의 돌을 한번에 보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스스로가 테스팅을 안해봐서 확실히는 모르겠습니다.
그런 얘기가 있지만 정말로 그런지 시험을 해보고 나올껄 하는 생각을 합니다.
나가는 길은 오던 길의 반대방향으로 잡아 봅니다.
역시 통행로가 멋집니다.
한없는 마음의 자유로움과 편안함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풍경까지 덤으로 얻어봅니다.
아~정말 인심좋은 료안지입니다.
다시 한번 걸어보는 피톤치드 가득한 통행로의 끝에는
역시 아까와 마찬가지의 멋진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번에는 좀 더 오랜시간 상쾌한 마음으로 쉬어 가기로 합니다.
호조정원에서 얻은 편안함을 가지고 이번에는
'교요치' 를 아무 생각없이 응시해 보기로 합니다.
역시 바람없는 잔잔한 수면입니다.
저 수면위에도 호조정원과 같이 잘게 부순 돌들을 흩뿌려 놓으면 어떨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엘리자베스 여왕은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과 같은 잔잔한 반영을 보고 갔을까?...
하는 별 도움 안되는 궁금함을 가지고 료안지의 여행을 마무리합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여행과 사진을 좋아하는 Blogger들]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