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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심으로 사랑받았던 언덕위의 마을, 기후현의 마고메주쿠(馬籠宿)

북 알프스로 불리는 험준한 고산준봉으로 둘러 싸인 덕분에
기후현은 '산'을 빼 놓고는 얘기가 되지 않는 지역이다.

그 '산'들 덕분에 수려한 자연 경관을 가질 수 있었고
웅장한 풍경이 뒷받침 되는 여행지로 그 '존재감'을 부각시킬수 있었다.




수려한 경관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언덕마을 마고메주쿠, 기후현, 일본 중부




하지만 단순히 그러한 성질만으로 기후현의 분위기를 한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름을 이번 여행을 통해 알 수 있었는데... 
 
자연을 생활의 주요한 터전으로 끼고 살아야 하는 지방의 사람들이 대체로 그렇듯,
이 지역 사람들도 자연을 '극복의 대상'으로 삼기 보다는
너그럽게 순응하면서 자신들에게 맞는 형태로 발전시켜왔다.

그런 가운데 기후현만의 독특한 문화와 풍습이 만들어졌다.





무를 처마 밑에서 말리고 있는 모습, 마고메주쿠, 기후현, 일본 중부




또한 상대적으로 외부와 단절된 환경 속에 살아야 했던 덕분에 그것들은 '아직까지도'
상당히 '반듯하게' 보존된 채 지역 곳곳에 남아 있다.

오늘 함께 떠나 볼 '마고메주쿠' 역시 그러한 지역 가운데 하나이다. 





나카센도우 마고메주쿠라는 이정표가 보이는 이 언덕을 따라 하염없이 걷다보면 언젠가는 도쿄와 만나게 된다, 마고메주쿠, 기후현




마고메주쿠(馬籠宿)...

이 생소한 이름을 가진 마을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카센도우(中山道)'라고 불리는 '에도시대'의 간선도로에 대한 지식이 필수적이다.

'나카센도우'는 과거, 중부산악지방을 관통하며 교토와 에도(도쿄의 옛이름)사이를 이어주었던 도로의 명칭으로
다이묘들은 물론 황족등 고위 인사들도 자주 이용했던 길이다.
 




오늘날 마고메주쿠로 향하는 길, 기후현, 일본 중부   





역참마을 마고메주쿠의 소경, 기후현, 일본 중부



총길이는 540Km.
당시 서울에서 부산에 이르는 거리만큼을 걸어야 하다보니 요소요소마다
나그네들이 '밤'을 보낼 장소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 69개의 '숙박을 위한 마을',
즉 역참마을을 만들어 두었다.

마고메주쿠는 이 당시 형성된 '역참마을'중 하나이다.
에도의 '니혼바시(日本橋)'를 기점으로 해서는 43번째에 위치.




마고메주쿠의 건물들 사이로 우산행렬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기후현, 일본 중부




비탈진 언덕마을인 마고메주쿠, 비가 와도 미끄러짐을 염려하지 않았던 이유는 바닥에 깔린 판석들 덕분이었다, 기후현, 일본 중부




에도시대의 분위기를 오롯하게 품고 있는 이 유서깊은 마을에서의 시간은 줄곧 '비'가 함께 했다.

'한참을 걸어 내려 가야 하는데 위험하지 않을까?'
'사진 찍다가 혹시 미끄러지지는 않을런지...'

이런저런 염려가 들었다. 
언덕에서 둘러 본 마고메주쿠는 가파른 비탈길에 형성된 마을이어서
미끄러짐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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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짜기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진 길을 달려 와야만 마고메주쿠와 만날 수 있다. 기후현, 일본 중부




바닥에 깔려 있는 이시다다미가 체크포인트~!, 마고메주쿠, 기후현, 일본 중부




하지만 그것은 단지 '기우'에 불과했다.
'이시 다다미'라고 불리는 미끄럼 방지 '판석'들이 마을 바닥에 골고루 깔려 있었기 때문에
'보행'에 전혀 지장을 받지 않았다.

빠른 걸음이던 느릿한 움직임이던 간에
어느쪽이든 수월하기만 했다.





마고메주쿠에서 만난 대나무모자, 기후현, 일본 중부





마고메주쿠를 찾은 여행자들, 내려가든 올라오든 이시다다미 덕에 보행은 수월하였다, 기후현, 일본 중부





전형적인 숙박마을의 정취를 가진 마고메주쿠, 기후현, 일본 중부



"과거 에도시대에는 마을 전체에 이시(돌)다다미를 깔기 위한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았을 겝니다.
하지만 마고메주쿠를 찾은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이보다 더한 일도 했을 그들입니다"

"그것은 역참마을로써의 본분을 다하기 위한 투철한 서비스 정신 아니었을까요?"
엉성한 여행자가 물었다. 

"글쎄요...
단지 서비스 정신만으로 마을에 깔린 이시 다다미의 의미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 뭐랄까요...음..."




힘차게 돌아가는 물레방아가 보인다면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사진을 찍어 두길 바란다, 마고메주쿠, 기후현





마고메주쿠의 소경, 기후현, 일본 중부



잠시 뜸을 들이다 이윽고 적당한 표현이 생각난 듯
마고메주쿠의 관계자는 말을 이어 나갔다.

"아마 그것은 배려에 기반한 마음이었을 겁니다.
마을을 찾은 이들이 무사히 지내다 가기를 바라는 배려심.
덕분에 마고메주쿠는 '언덕위의 아름다운 역참마을'로 불리며 
두고두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겁니다
여기서 '아름답다'는 의미는 풍경에만 해당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마음이 아름다운...이라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지요"




마고메주쿠의 풍경, 기후현, 일본 중부




마고메주쿠의 분위기와 너무도 닮아 있는 풍경, 기후현, 일본 중부



엉성한 여행자의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사진촬영을 잠시 멈추고 뒤를 돌아 보았다.

좁은 비탈길을 가득 메운 현지 노인분들이었다.
화들짝 놀라 길을 비켜 드렸다.
꼼꼼히 찍는다고 이것저것 생각한 탓에  
뒤에서는 꽤나 가파른 길 위에서 오랜 기다림을 감당해야 했을 테다. 

"길을 막아서 죄...죄송합니다"

"천만해요...오히려 우리가 더 미안하지요, 젊은이.
그래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기다려 줄테니 천천히 찍어요...허허허..."





비탈이지만 미끄럽지 않아~!, 이시다다미가 깔려 있는 마고메주쿠의 풍경, 기후현, 일본 중부



느릿한 걸음으로 차례차례 비탈을 내려 가는 그들로부터 
세월의 흐름에서 체득한 여유로움과 지혜가 느껴졌다.

거기에 더해 인자하고 자상한 웃음이 동반된 배려심까지...

그들의 배려심이 돌다다미에 오버랩되면서,
마고메주쿠라는 이 언덕위의 마을이 더욱 좋아졌다.

'그렇다 배려는 사랑을 부른다...'

안다의 일본여행기...다음으로 이어집니다~!




이시다다미가 깔린 언덕위의 역참마을 마고메주쿠, 기후현, 일본 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