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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지배한 아키타의 가쿠노다테(角館) 무사마을.
아키타 현에 위치한 가쿠노다테는
'도호쿠(東北)지방의 작은 교토'라고 불리는 마을이다.
이러한 별칭은 마을이 가지고 있는 문화나 지명등에
오랜 시간 인연을 맺어 온 교토의 흔적들이 남아 있음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가쿠노타테의 인상은 '교토적인' 화려함이나 세련됨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막부적인' 묵직함과 정중함이 더욱 눈에 띄는데...
그것은 검은 담장을 두르고 긴 시간동안 가쿠노다테를 지켜 온
'부케야시키(武家屋數)'들 때문이다.
부케야시키란 우리 말로 '무사들이 살았던 집'을 뜻한다.
사실 부케야시키는 가쿠노다테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일본의 어느 지방을 가든 이처럼 과거에'무사들이 살았던 주택'을 만날 확률은 높다.
곳곳에 산재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가쿠노다테의 부케야시키는 특별하다.
저택들이 가진 큼직한 규모와 함께
각 건물과 아름드리 고목들이 이루어 내는 '앙상블'이 매우 인상적이다.
또한 각 계절마다의 매력이 서로 다르다.
때문에 언제, 몇번을 방문하든 여행자는 '뻔한 모습'에서 오는
지루함이나 무료함을 느낄 틈이 없는데...
작년 늦가을 첫 방문에 이어,
'지난 겨울'의 어느날 두번째로 가쿠노다테를 찾았다.
(겨우 한달 전의 일인데 '지난 겨울'이라고 표현해야 할 만큼 봄이 성큼 와 버렸다...)
처음 방문했던 당시 사방으로 흩날리던 낙엽은 '눈송이'들이 대신하였고,
사무라이들의 '혼'이 지배하던 검은 톤 일색의 마을은 순백의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전과는 '또다른 매력'에 빠져 쉼없는 눈에도 아랑곳없이
한참동안 꼼짝 않고 넋 놓기 일쑤였는데....
오늘은 당시 '눈이 지배했던' 가쿠노다테 무사마을을 여행기를 통해 만나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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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들의 마을'인 가쿠노다테를 찾은 날은 함박눈이 하염없이 내렸다.
그리고 지상에 닿자마자 기존에 쌓여 있던 눈들과 단단하게 합체했다.
그런 후 과거에는 사무라이들만의 세계였던 이 마을을 차근차근 접수하기 시작했다.
거리에 위엄을 더했던 검은 담장들은 물론,
거대 전나무와 수령 3백년이 넘은 수양벚나무들까지
눈의 지배가 미치지 않는 곳은 없었다.
거기에 '무가(武家)주택 양식의 전형'이라는 '아오야기(靑柳)가문저택'또한
눈세상에 예외는 아니었다.
예전 방문 때 전통 무가의 격식을 '제대로' 느껴 봤던 건축물들의 지붕 라인은
그 모습을 잃은 지 이미 오래.
단지 두툼하게 쌓인 눈들을 아슬아슬하게 이고 있었다.
또한 푸른 잔디가 한창이었던 보행로는 허리 높이로 쌓인 눈 틈에서
자신의 존재를 희미하게 드러 내고 있었다.
하지만 에도시대부터 면면히 전해져 온 '격조'와 '품격'만큼은
하염없이 내리는 눈도 어쩌지 못하는 듯 했다.
하긴 자신들이 섬기는 주군의 면전 외에는
항상 자존심을 꼿꼿하게 세우고 살던 무사들의 '혼'이 '그것'까지는
순순히 양보할 수 없었을 터......
내리는 눈 속에서 하얀 입김을 뿜어가며 '칼춤'을 추는 무사들의 모습이
검은 담장 밖으로 오버랩 되어 갔다.
그들이 칼을 한번 휘두를 때마다 '눈송이'들은 여러 갈래로 흩어졌다.
그리고 바람에 날려서 거꾸로 하늘로 올라갔다.
불현듯 지금 내리고 있는 것이 '비'였다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속으로 해 보았다.
그러자 가쿠노다테 무사마을의 겨울을 지배하는 것이 '눈'이라는 점에 상당히 만족스러워졌다.
사계절 저마다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한 가쿠노다테 무사마을의 매력이 반감되었을 터...
그것이 만일 비였다면...
'아키타, 그리고 가쿠노다테의 겨울은 역시 눈이 제 격~!!!'
또한 블랙이 주조였던 거리에 원색의 대비를 구현해 준 눈에
심심한 감사도 표해 주고 싶어졌다.
다음 번 사진 속에는 '곱기로 유명한' 가쿠노다테의 봄풍경을
담고 싶다는 욕심도 표해 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