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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지옥의 풍경을 경험한 고쇼가케 자연연구로(後生掛 自然硏究路).
예전 드라마 '아이리스'가 한창일 때,
주연배우였던 이병헌과 김태희가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는 내용이 있었다.
당시 그들이 데이트를 즐겼던 장소 하나하나가 '너무도' 인상적이어서
'그곳'들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꽤나' 노력했던 적이 있다.
특히,'이글루'를 연상케 하는 '눈 집' 장면에서는
그동안 드라마의 '연애 씬'에 대해서라면
언제나 '시니컬함'과 '무덤덤함'으로 일관했던 자신이 '와르르' 무너지는 경험을 했었다.
"오옷...부...부럽다.
나도 김태희 같은 여자와 저런 곳에서 데이트 한번 해 봤으면...!
그런데....
도대체 저 둘이 여행 간 곳은 어디이고, '이글루' 비스므리한 저것은 또 뭐란 말인가?"
나중에 '그곳'은 일본의 동북부 지방에 위치한 아키타 현이며,
'그것'은 겨울에 사냥꾼들이 임시 거처로 사용했던 '가마쿠라' 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어쨌든 당시 아이리스로부터(정확히 말하면 아이리스의 일본 촬영지로부터) 받은 '신선한 충격' 때문이었다.
'숨쉬기도 힘들만큼' 빡빡한 일정 속에 지내던 어느날,
갑자기 제안 받은 '아키타 방문'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오케이' 해버린 건...
그리고 아키타에 들려서 알았다.
굳이 아이리스의 촬영지였음을 관계 짓지 않아도,
이병헌과 김태희를 닮은 그,혹은 그녀와 함께 찾지 않아도,
가마쿠라 속에 들어가 앉아 볼 기회를 갖지 못해도,
아키타는 '충분히' 드라마틱한 곳이라는 것을...
이동하는 동안 차창 밖으로 숨가쁘게 펼쳐졌던 그림같은 풍경들 하며 신선한 먹거리들.
현내에 지천으로 널려 있던 '품질 좋은' 온천들과 시골 특유의 넉넉한 인심들까지.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 무엇 하나 '좋은 여행지'의 조건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고쇼가케 자연연구로'라고 이름 붙여진 '길'에서는
그저 침묵으로 '놀라움'을 대신할 뿐이었는데...
이는 고쇼가케 자연연구로에서 경험하게 되는 '범상치 않은 자연현상' 때문이었다.
'고쇼가케 자연연구로'는 지면 아래에서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휴화산 주위에 만들어진 '탐방로(혹은 산책로)'로서 육안으로 화산체험이 가능한 곳이다.
꼭 전쟁이라도 난 듯,
유황냄새로 들어 찬 골짜기의 이곳 저곳은 연기들로 매워지고,
검고 누렇게 변색된 땅거죽의 일부는 마치 '죽을 요리하듯'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와 같은 모습이 보는 사람에게 '지옥'의 풍경을 연상하게 한다고 해서
'지옥의 계곡'이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