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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최고의 하이킹 코스라고 불리는 밴프의 선샤인 메도우(Sunshine Meadows).
아름다움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캐나디언 로키 지역.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명소'로 손꼽히는 밴프국립공원에 가면
평균해발고도 2280m 지역에 위치한 거대 알파인 목초지 사이를 걸으며
'순수 무공해'의 고산환경을 체험해 볼 수 있는 '하이킹 코스'가 있다.
이름은 선샤인 메도우...
계절만 잘 맞춘다면 희귀 야생화들로 '천상의 화원'이 펼쳐 지고,
캐나디언 로키에서도 가장 높은 축에 드는 몇몇 봉우리들과
시야를 방해받지 않는 '탁 트인' 풍경이 '어울려' 만들어 내는 '장관' 덕분에
우리에게도 유명한 여행안내서인 '론리플래닛'에 의해 '캐나다 최고의 하이킹코스'로 선정되기도 했다.
물론 '캐나디언 로키'지역에서,
'산의 정상부를 걸어볼 수 있다'는 '잇점' 하나 만으로도
'최고의 하이킹코스'라는 칭호가 부여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어쨌든...
오늘은 이처럼 '대단한 하이킹코스'라는 선샤인 메도우로 함께 떠나보기로 하자.
언제나처럼 '여행기'를 통해서 말이다.
선샤인 메도우를 하이킹 하기 위해 입구에서부터 약 5km의 거리를
셔틀버스로 이동하여 도착한 곳은 '선샤인 빌리지'.
선샤인 빌리지는 하이킹의 기점이 되는 곳으로,
스키어들에겐 '명성이 자자한' 스키 리조트이기도 하다.
'꽤'쌀쌀한 날씨를 피해 우선 방문자 센터로 들어 가
따끈한 커피 한잔을 마시며 몸을 녹이고 꼼꼼하게 복장 점검도 해 본다.
'휘이이잉...'
아침부터 잔뜩 찌뿌둥했던 하늘은 바람을 동반한 채 육지 가까이로 한껏 내려 앉아 있다.
경험상 하늘은 곧, 선샤인 메도우에 무언가를 마구 뿌려 댈 것이 분명하다.
'어차피 무엇인가 내려야만 한다면 원하는 것은 비보다는 눈~!'
"오늘 날씨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눈도 많이 오고 기온도 꽤 떨어져 아쉬움 반, 걱정 반의 마음입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니 이왕 산행하는 것, 즐기는 마음을 가져 봅시다.
저 역시 선샤인 메도우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끼고 가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자신이 밴프와 이웃한 산악여행지인 '캔모어(canmore)'출신이며,
선샤인 메도우를 포함해 이 부근 '산'이라면 모르는 곳이 없다는 자기소개에 이어지는
산행가이드의 화이팅 다짐에 하이킹 팀원이 된 모두가 말없이 고개만 '끄덕끄덕'.
그러한 소리 없는 '끄덕임'은 푸근한 인상의 소유자 이지만
'노련함'이 엿보이는 산행가이드에 대한 신뢰의 표시이자,
모두가 마음 한편에 가지고 있는 '염려와 노파심'의 표현일테다.
'다들...과연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의 이유는 다름 아닌 복장 불량~!
추운날씨에 마침 내리기 시작한 눈발을 견디며 6시간으로 예정된 하이킹을 견뎌내기에는
입고 있는 옷이 너도 나도 '지극히' 얇고 평범하다.
혼자서라면 쉽게 얻어지지 않을 법한 선샤인 메도우에 대한 '깊은 지식'과
홀로 산행에서 필연적으로 직면할 '외로움'을 피하고자 선택한 '가이드 동반 하이킹'.
대개 10여명 정도가 한 팀을 이루는 이런 패턴의 하이킹에서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과의 호흡과 안전이다.
특히 장시간의 하이킹에서는 그것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인데...
여분의 옷과 보온기구를 가지고 있는 몇몇이(엉성한 여행자를 포함하여 3명)
'보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각자의 것을 나누어 주기로 한 후,
산행가이드가 제일 앞, 엉성한 여행자가 제일 뒤에 서서 본격적인 하이킹의 첫발을 내딛어 본다.
"선샤인 메도우는 북아메리카 대륙을 동서로 가르는 분기점(Continental Divide)을 따라 펼쳐져 있고
알버타 주와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를 가르는 기점이 되기도 합니다"
'대륙분기점'을 알리는 표지판 앞에 섰다.
하이킹을 시작한 후 그저 묵묵히 걷기만 하던 모두의 표정에서 변화가 느껴졌다.
그것은 '새해의 첫날 아침' 에 가지게 되는 비장하거나 감개무량한 표정과 비슷했다.
어제와 전혀 '다를 것 없는' 오늘 임에도 말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감정변화는 '의미부여'된 무엇에 좌우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제반여건에 '별다른 변화'가 없음에도 거기에 '의미' 하나가 부여 되면 완전히 새로운 것이 되어 버린다.
앞서와 전혀 '다를 바 없는' 풍경 임에도,
모두가 감동에 차 있는 '대륙분기점'앞에서 그런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선샤인 메도우에는 세개의 호수가 있다.
락 아일 호수, 라릭스 호수, 그리즐리 호수등이 그것인데,
청정 고지대에 위치한 호수답게 모두가 투명하고 맑은 물을 자랑한다.
그 중 처음 만나게 된 호수는 '락 아일 호수(Rock Isle Lake).
날씨만 쾌청했다면 캐나디언 록키의 여느 호수와 마찬가지로
눈부신 '에메랄드 빛'을 자랑했을 테지만 지금은 잿빛 하늘 색 그대로를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호수 내의 외따로 떨어진 섬과 과거 '빙하'가 남긴 상처들이 빚어내고 있는 풍경은
역시 선샤인 메도우의 '최고 볼거리'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규모 또한 '산정에 위치한' 호수 치고는 제법 크다.
한참을 걸었는데도 한동안 '락 아일 호수'의 주변을 벗어 나지 못하는 것을 보니...
선샤인 메도우의 중요한 뷰 포인트이기에
길어진 설명과 느릿해 진 가이드의 발걸음을 고려해 보더라도...
쌀쌀한 날씨와 바람 앞에도 굴하지 않고 피어 있는 야생화들은
'야생화의 천국'으로 불리는 선샤인 메도우의 명성을 확인시켜 준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종류들이 대부분이기에,
추위로 인해 굳어진 손과 걸음을 이겨 내며 사진을 찍어 두는 것은 필수~!
호수와 넓은 목초지 사이를 오르내리며 구불구불하게 이어져 있는 선샤인 메도우 하이킹 코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가급적 '자연 그대로'의 형태를 유지하고 보존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때문에 쓰러진 나무를 반으로 잘라서 '아무렇게나' 연결해 놓은 듯한 작은 개울가의 다리며,
일렬로만 걸어 갈 수 있게 만든 '폭 좁은' 오솔길의 연속,
'정해진 길 외에는 일절 들어가지 말아 달라'는 그들의 당부 역시
불편함보다는 유쾌한 납득으로 다가온다.
선샤인 메도우는 '산 정상부'에 있지만
산의 역동적이고 거친 느낌보다는 잔잔하고 정적인 느낌이 더욱 강한 하이킹코스이다.
이유는 풍경의 핵심이 호수이기도 하거니와
크고 작은 습지,골골마다 흐르는 도랑과 폭포 등 코스의 구석구석이 물과 관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코스 자체도 '완만'하고 '원만'해서 보폭을 억지로 넓혀야 하거나 '기운'을 써야만 하는 요소가 전혀 없다.
'날씨만 받춰 주었다면 정말 완벽했을텐데...'
더욱 차가워지는 날씨 탓에 거북이 마냥 움츠러든 목을 더욱 깊이 어깨 속에 파묻으며 한발 더 앞으로~!
"이보게, 한국에서 온 엉성한 친구...뒤를 좀 돌아보게나~!
우리가 걸어 온 길...정말 멋지지 아니한가?
나이를 먹어 가면서 눈 앞에 보이는 풍경에 대한 기대감 못지 않게
등 뒤로 펼쳐진 모습에 감동받는 경우가 잦아지는 것 같아.
인생 역시 그런 것 같네.
앞만 보고 달려 갈 때는 몰랐네만 차츰 지나온 날을 떠올려 보면
'지금껏' 나란 사람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가져 왔고, 해 왔던 것에 깜짝깜짝 놀라게 되더군.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조급한 마음이나 지나친 욕심을 '버리게 됨'은 물론이구...
살면서 가끔은 뒤를 좀 돌아 보게나.
예상 외로 보이지 않던 것을 보게 되는 경험이 갖게 될테니...
그것은 사진을 찍을 때도 마찬가지고 말일쎄...껄껄껄...."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는,
미국에서 온 '노교수' 여행자와 나눈 대화(엄밀히 말하면 가르침)가 선샤인 메도우의 '양대' 전망대인
심슨 뷰 포인트와 스탠디쉬 뷰 포인트에 올라서도 여전히 깊은 울림으로 마음 속을 떠돌았다.
그리고 눈 앞에 펼쳐져 있는 '지금의' 웅장한 풍경도 아름답지만
'지금까지' 오는 동안의 과정과 모습 역시 이와 같은 므흣함에 결코 뒤지지 않았음이 떠올랐다.
풍경에서 눈을 돌려 뒤를 돌아 보았다.
출발 전 가졌던 걱정과 추위를 잊고 환하게 웃고 있는,
함께 한 모두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 왔다.
그리고 들려 왔다.
"오우~선샤인 매도우의 풍경...매우 훌륭합니다.
캐나다 최고의 하이킹 코스라는 표현...에 동의합니다.
어쨌든 처음에는 매우 긴장했지만 말이예요..."
두려움을 딛고 멋진 풍경을 만끽한 그들에게도,
작은 깨달음 하나를 얻어 가는 엉성한 여행자에게도,
어느 쪽이나 선샤인 매도우는 '최고'의 장소로 기억 될 것이다.
'휘이이잉...'
물론 여전히 차가운 바람과 눈발을 맞으며 오들오들 떨고 있는 것은
처음의 모습과 변함없지만 말이다.
안다의 캐나다 여행기...다음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