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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최고의 명당으로 꼽히는 고야산(高野山)의 오쿠노인(奧之院)에 가보니...
'신의 땅' 혹은 '신의 영역'이라고도 불리는 고야산은 '와카야마 현'에 위치하고 있는 일본 진언밀교의 발상지이다.
해발 1,000m의 깊은 산속에 1200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이룩된 수많은 문화재들과 볼거리들로 인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는 이 곳은 주위의 풍광 역시 매우 수려하여
매년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관광지이기도 하다.
특히,'일본 최고의 명당'으로 불리는 오쿠노인은,
수백년 이상의 수령을 자랑하는 아름드리 삼나무들과
그 속에 빽빽히 자리 잡고 있는 무수한 '묘'와 '묘비'들이 어울려 연출하는 신비한 풍경을 가진 고야산의 '으뜸 볼거리'이다.
오늘은 '안다의 여행기'를 통해 산 전체가 유적지로 통하는 고야산에서도 '핵심중의 핵심'인
'이' 오쿠노인의 신비한 매력을 찾아 떠나 보기로 하자.
오쿠노인을 향하는 여정은 '산도(參道)'라고 불리는 참배로의 입구에서부터 시작한다.
참배로의 길이는 약 2Km~!
'짧지 않은' 거리지만 '오쿠노인의 참배로'는 오쿠노인에 들렀다면 '반드시' 걸어 봐야만 하는 길이다.
오쿠노인은 크게 3가지의 볼거리를 가지고 있다.
20,000개가 넘는 등불이 걸려 있는 건물인 '도로도(燈籠堂)',
오쿠노인의 중심건물인 '고뵤(御廟)', 그리고 참배로인 '산도'가 이에 해당된다.
하지만 도로도와 고뵤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는 곳이다.
때문에 '일본밀교'와 별 관계없는 여행자들의 입장에서는 '사진촬영'이 가능한 산도야말로,
오쿠노인에 방문했다는 발도장과 추억을 남기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물론 볼거리 역시 가장 풍부한 곳이기도 하지만~!
오쿠노인 참배로의 양 옆으로는 수백년 이상의 수령을 자랑하는 삼나무들이 무리지어 들어 서 있다.
교통도 만만치 않았던 데다가 '밀교'의 특성인 신비주의가 만연한 탓에
오랜기간동안 사람들의 발길을 쉽게 허락하지 않은 고야산이었다.
때문에 나무들의 보존상태가 대단히 양호하다.
마치 원시림이 생각날만큼 나무들의 굵기나 크기가 엄청난데,
밀집도 역시 빽빽하여 대낮에도 햇빛이 잘 들지 않아 사방이 어둡고 서늘하다.
참배로를 '가득 채우고 있는' 삼나무들 사이로는 셀 수 없이 많은 '묘'와 '묘비'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수량'과 '밀집도' 면에서 삼나무의 '그것'을 넘어서 보인다.
대략 20만기 이상이라고 하는데, 그 안에는 '오다 노부나가'를 비롯한 역대 일본 다이묘들의 묘나
수많은 명사들의 묘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예전부터 풍수지리적으로 '일본최고의 명당'으로 꼽힌 오쿠노인이기 때문이리라.
크기와 종류도 제각각...
이끼를 잔뜩 뒤집어 쓴 것들부터 반질반질 잘 닦여 있는 것들...
큼지막한 오도리를 앞세우고 번듯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것에서부터
한쪽에 쭈그리고 앉은 채 마치 방치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까지 묘나 묘비들의 '형태와 상태'도 다양하다.
묘와 묘비들과 함께 참배로와 삼나무들 사이를 채우고 있는 것은 '수많은 불상'들이다.
모자와 턱받이,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일본적인 불상들의 끝없는 행렬.
불규칙적이고 산만하게 늘어서 있는 불상들을 '허겁지겁' 사진으로 담다가
문득 '예'를 갖추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모자를 벗었다.
그리고 사진을 찍을 때마다 '목례' 한번, 부탁합니다...라는 인사 한마디를 남긴다.
그러고 보면 오쿠노인의 참배로는 방문객들에게 단정해지고 엄숙해지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굳이 '최고의 명당'에서 발생되는 '기'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말이다.
하긴 이와 같이 무수히 많은 묘와 묘비들과 불상,그리고 굵디굵은 삼나무들이 빚어내는 신비스러운 풍경앞에
천방지축이 될 위인이 몇이나 있겠는가마는...
일본 진언밀교의 발상지로 '종교도시' 인 고야산은
일반 여행자들 뿐만 아니라 많은 '순례자'들이 찾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진언밀교의 핵심성지라고 불리는 '오쿠노인'은 순례자들의 '필수 방문코스'이다.
때문에 오쿠노인 참배로를 걷다 보면 '순례자' 복장을 하고 죽장을 짚은 순례자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신도 없는 종교를 상상할 수 있을까?
'성지'의 색채 가득한 오쿠노인에서 만나는 그들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특별한 느낌으로 여행자에게 다가 온다.
오쿠노인의 참배로 끝에는 '오쿠노인'의 고뵤가 있다.
마침 오쿠노인의 경내에서는 '지진과 쓰나미의 피해자'들을 위한 법회가 열리고 있었다.
모자를 벗고 다시 한번 '비명에 먼저 간' 그들에 대한 예를 갖춰 본다.
'일본 최고의 명당에서 전해 지는 기운이 그들에게 닿아,
저 세상에서는 부디 사고 없고 재해 없는 가운데 편안한 쉼을 만끽하기를...
그런 가운데 남아 있는 '우리들'의 삶을 안전하게 지켜주기를...'
오쿠노인 전체를 둘러 싼 '수 많은' 묘지와 묘비들을 바라보고 있자면 '일본최고의 명당'이라는 곳이
'죽은 자'들 만을 위한 공간으로 할애되어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좋은 자리를'그들'에게 내어 준 것은 '현재'를 더 잘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의지'가 역설적으로 반영되어 있는 것일테다.
죽은 자들의 평화로운 휴식이 곧 자신들의 안녕과 직결된다는 믿음에 기반한...의지 말이다.
그러고 보면 '일본최고의 명당'은 '산 자'와 '죽은 자'의 '운(運)'이 끊임없이 교류하는 공간이다.
그 가운데 '현재'와 '미래'의 행복을 소원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 방문하여 울창한 '삼나무'들로 인해 어둑해진 오쿠노인을 걷다보면,
때론 '으스스한 기분'을 느낄수도 있겠다.
또한 무덤많고 불상 많은 이러한 풍경을 '천성적으로'두려워하는 여행자들에겐
'그다지' 내키지 않는 여행지가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막연한 두려움'은 잠시 접어 두고 '경건한 자세'로 오쿠노인을 방문해 보도록 하자.
혹시 모를 일이지 않은가?
'일본 최고의 명당'이 주는 기를 받아 그날부터 '대운'이 열리게 될 지...
또는 '센과 치히로의 모험'에서 치히로가 경험한 것 같은 '짜릿한' 모험의 주인공이 될런지는...
안다의 일본여행기...다음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