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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콘의 전설로 남은 대형증기선을 만나다...화이트홀스의 S.S클론다이크(Klondike).
'부우웅...부우웅...'
둔중하고 묵직한 고동소리와 함께 쉴새없이 검은 연기를 뿜어대며
'유콘 강'을 항해할 준비를 마친 거대한 증기선이 '천천히' 선착장에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선미외륜형(船尾外輪)'의 이 거대한 증기선은 외벽을 온통 하얗게 칠해 놓았다.
'이름은 S.S 클론다이크'
'부우웅...부우웅...'
다시 한번 모두에게 출발을 재확인시켜 주기라도 하는 듯,
예의 그 육중하고 무거운 고동이 순식간에 선착장 구석구석으로 파고든다.
배의 난간을 잡고 서 있는 모두가 말이 없다.
그저 물끄러미 자신을 배웅 나온 사람들을 향해 묵묵히 고개만을 끄덕일 뿐...
물론 배에 승선하게 된 사연들은 저마다 제 각각 일테지만...
20세기 초, 유콘강을 운항한 증기선 중 '가장 거대한 크기'를 자랑했던 S.S클론다이크는
과거에는 이 지역의 '매우 중요한 운반수단'이자 교통수단이었고,
현재는 유콘 준주의 전설이자 '주도'인 화이트홀스의 상징으로 남아있는 '배'이다.
캐나다인들도 '쉽게 가기 힘들다'는 '유콘 주'를 여행하면서,
당시 유콘을 소개하는 안내 책자마다 어김없이 등장했던 S.S클론다이크의 '존재감'은
마치 꼬마시절, 들고 옮기기도 벅차 언제나 끙끙대던 두꺼운 백과사전만큼이나 묵직하기만 했다.
하긴 '한 시대'를 풍미하며 수많은 사람들과 '희노애락'을 함께 했던 역사의 산 증인이
그만한 '존재감'을 갖는 것 쯤은, 그 정도의 '예우'를 받는 것쯤은 당연한 일일테다.
그렇기에 엉성한 여행자 역시 S.S클론다이크에 대해 '최대한의 예'를 갖춰 보기로 한다.
새로운 여행지에 대한 첫번째 이야기를 언제나처럼 '프롤로그'로 시작하는 것이 아닌,
S.S클론다이크로 '문'을 엶으로써 말이다.
과거 유콘 준주의 주도인 이 곳 '화이트홀스' 와 황금의 도시인 '도슨시티' 사이를 오갔던 S.S클론다이크는
'꿈'과 '사람'을 연결해 주던 '흔적'이다.
'골드러쉬'의 시기였던 1900년대 초반,
'보난자(노다지를 발견하는 것, 당시는 금광을 찾는 것)' 의 꿈을 가지고 유콘주를 찾은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들은
모두 이 S.S클론다이크를 기반으로 해서 '그들'의 희망을 실현해 줄 지역으로 이동해 나갔다.
오늘날 비행기로 이동해도 1시간 20 여분 가량이 소요되는 거리이니,
만일 당시 이 '거대증기선'이 없었다면 사람들의 이동은 물론 '금광산업' 의 활성화 역시 만만치 않았을 터...
캐나다 국립사적지로 지정될 만한 충분한 '역할'과 '의미'를 갖췄음은 물론,
현지인들과 여행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을 자격 역시 충분한 S.S클론다이크이다.
"S.S 클론다이크는 멋진 배의 전형..."
어린시절 '톰소여' 나 '허클베리 핀'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모험책을 무척 좋아했다.
주인공(그것이 톰소여든 허클베리 핀이든지는 관계없었다)과 '일심동체'가 되어
때로는 껄껄 웃고 때로는 달음박질치고, 때로는 주먹을 부르르 떨어가며 얼마나 신나게 읽어 내려갔던지...
기억으로는 '어느쪽(?) 모험'이든지에 관계없이 빠짐없이 꼭 등장하던 '삽화' 하나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증기선'에 관한 그림이었다.
생각해보면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친절한 목적'으로 '그림'이라는 표현수단을 사용했던 것 같은데,
어쨌든 어린 나이에 접한 증기선은 '로망'이나 '환상적'이라는 표현과 다름 아니었다.
'연기를 하늘로 뿜어내며 '물'을 가르며 나아가고 있는 그 '이국적인, 혹은 서양스러운 배'의 모습이란...'
S.S 클론다이크는 어린시절 꿈꾸던 '서양스러운 배'의 구체적 표현...그 이상이다.
화이트홀스를 방문한 여행자라면 누구나,
'시선을 빼앗기고 마는 매력적인 모습의 랜드마크'...
라고 표현된 유콘주 안내책자의 문구가 왠지 불필요한 '사족' 같이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Sternwheeler~!"
직역하면 '선미외륜기선', 배 뒷부분에 외륜수차가 설치된 S.S 클론다이크이다.
대부분의 유럽 증기선들이 배의 양측면에 수차(바퀴)를 두개씩 달고 있었던 데 반해,
당시 북미지역의 증기선들은 배의 꼬리 부분에 수차를 달고 있는 형식, 즉 '선미외륜기선'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이것은 아마도 바다를 주무대로 활보했던 유럽의 증기선들과는 달리,
북미형 증기선들은 대부분 폭이 상대적으로 좁고 구불구불한 '강'을 활동무대로 삼았기 때문일것이다
S.S클론다이크를 포함해서 유콘강을 왕래했던 이 '선미외륜 증기선'들은 대부분 동력의 근원인 '증기'를 얻기 위해
'석탄' 이 아닌 나무를 사용했다.
석탄보다 나무가 더욱 풍부했기 때문인데
S.S클론다이크가 운항하던 화이트홀스와 도슨시티 사이로는 '땔감용' 나무들을 저장해 놓은
'나무창고'들이 50에서 100마일 간격으로 늘어서 있었다고 한다.
S.S클론다이크가 운항하는 도중 나무가 떨어지는 것을 대비하기 위해서 였다고 하는데,
지금으로 치자면 주유소와 같은 역할이었을 것~!
'명예롭게 은퇴'한 S.S클론다이크의 뒤편으로는 넓은 잔디밭이 깔린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그 주변으로 간간이 놓인 나무테이블 하나에 자리 잡고 오기 전 사둔 '초코바'와 육포등을 꺼내 우걱우걱 먹어보았다.
그리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국가사적지라지만 주위와의 조화가 너무도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인위적이고 무언지 모르게 '상호간에 거리감이 느껴지는' 우리네 문화재 주변과는 확실히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처음부터 공원(편안함이 느껴지는 동네의 공원 같은 그러한)의 일부분이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S.S 클론다이크...
그 앞쪽으로 흐르는 유콘강도 역시 한참을 바라보았다.
예전에는 S.S클론다이크의 소중한 일터였을 테다.
'다시 저곳을 거슬러 오르내리고 싶지 않을까?'
조금 작게 만들어서 도슨시티까지의 '배편'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너무 많이도 필요없고 단 한대 정도쯤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사진 촬영의 대상으로,
누군가에게는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화이트홀스 여행의 '제 1번지'로 기능하고 있는 S.S 클론다이크.
'부우웅...부우웅...'
자리를 털고 일어서는 순간 묵직하고 나즈막한 '증기선'의 고동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아마 또다른 항해를 위해 출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사연과 꿈들을 나르던 과거처럼,
이곳을 찾은 수많은 여행자들의 꿈들 역시 어디론가 날라 주기 위한 출발,
'유콘의 전설'에 걸맞는 '멋진 항해'를 위한 그런 출발 준비를...
'부우웅...부우웅...'
안다의 유콘여행기, 다음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