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농촌의 위기,예술에서 답을 찾은 에치고츠마리(越後妻有).

'에치고츠마리'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거기에 더해 '에치고츠마리 아트 트리엔날레'는? 

에치고츠마리는 니가타현 남단에 위치한 지역의 이름이다.
도쿄에서 기차를 이용하면 2시간이 소요되며 일본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눈이 많이 내린다.
'도카마치(十日町)' 시와 '쓰난 마치(津南町)'라는 두개의 지방자치단체를 묶어 일컫는 말로
계단식 논과 풍부하고 미려한 자연환경을 가진 산촌마을~!

면적은 도쿄 23구를 합친 것보다 넓은 760평방미터.
하지만, 인구는 겨우 75,000 명에 불과한 일본의 대표적인 '인구과소지역'으로 꼽힌다.
또한 그토록 적은 인구 중에서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의 약 3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노령화 지역'이기도 하다.




에치고츠마리의 마츠다이에 있는 계단식 논-일명 '호시토게의 타나다'라고 불린다, 에치고츠마리, 니가타현




"농촌붕괴의 위기를 맞고 있는 에치고츠마리"

우리가 연상할 수 있는 시골모습의 전형인 에치고츠마리는 현대사회가 가지고 있는 농촌의 위기를 고스란히 표출하고 있다.

도시를 향해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청년층의 이농,혹은 탈농현상,
그에 따른 인구의 급격한 감소, 그리고 고령화와 정부의 농업정책 변화에 따른 생산성 저하.
그런 현상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심각한 '지역붕괴'의 위기를 겪고 있다.      

우리의 농촌에 대입해 봐도 전혀 낯설지 않은 그런 위기 말이다.





러시아 작가인 일리야와 에밀리아 카바코프의 작품인 계단식 논(타나다), 에치고츠마리, 니가타현, 일본




"예술에서 답을 찾다,대지의 예술제"

'주민 1인당 생산성이 시간당 200엔 밖에 되지 않는 에치고츠마리를 그냥 두고 볼 순 없었습니다'
 지역 관계자의 설명처럼 니가타 현은 지역회생 프로젝트인 '뉴 니가타 마을 만들기'의 신호탄으로
1996년, 이 곳 에치고츠마리를 선택하여 '에치고츠마리 아트 네크리스 정비사업'을 펼치게 된다.

그리고 사업의 '타겟'을 '예술'로 정하고 그것의 성과인 '예술제'를 3년마다 개최하게 되는 데,
그것이 바로 서두에 언급한 '대지의 예술제' 라고 불리는 '에치고츠마리 아트 트리엔날레(Echigo-Tsumari Art Triennale)'이다.





작품 명 '허물을 벗은 집'은 폐가를 이용해 만들어졌다, 에치고츠마리, 니가타현, 일본





150년된 폐가를 구입해 내부를 검게 태운 후 조각칼을 이용해 나무 재질을 모두 파낸 허물을 벗은 집은 20명의 인원이 2년동안 작업했다 , 에치고츠마리, 니가타현, 일본



'예술을 매개'로 지역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가치를 발굴하고,
그 매력을 전세계에 전파하며 그를 통해 지역회생의 길을 구축해 나간다...는 취지는 물론,
예술작품을 시현하고 전시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매우 '바람직한' 대지의 예술제이다.

대지의 예술제는 에치고츠마리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그대로' 살리고 그것들에 예술이라는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을 한다.
즉 산과 강,개울이나 계단식 논 등 에치고츠마리의 광활한 대지를 활용하여  그 위에 그대로 작품이 만들어진다.
혹은 곳곳에 흩어져 있는 산간마을들의 폐교나 '버려진 집'들을 이용하여 작가들이 예술작품을 창조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아름다운 자연경관은 경관대로 유지되고,
버려지거나 흉물로 전락할 수 있는 것들은 소중한 작품들로 거듭나고 있으니
'누이좋고 매부 좋고' 꿩먹고 알먹는 효과란 바로 이런 것~!





마츠다이 농무대의 입구, 에치고츠마리, 니가타현, 일본




지역 산물들을 전시해 놓은 마츠다이 농무대의 실내, 에치고츠마리, 니가타현, 일본



"대지의 예술제의 본부,마츠다이 농무대"
 
대지의 예술제의 본부 격인 '마츠다이 농무대'는 니가타 현과 에치고츠마리 지역이 그동안 노력해 온 모습들의 결집체다
이 곳에서는 대지의 예술제에 대한 여러 정보들은 물론,
에치고츠마리의 식생과 문화, 심지어는 지역 음식의 식재료까지 전시해 두고 있다.





지역 산물들을 전시해 놓은 공간에도 예술과 위트를 놓치지 않고 있다, 마츠다이 농무대, 에치고츠마리, 니가타현





지역산물들을 사이에 보일 듯 말 듯 자리잡고 있는 곤충작품, 마츠다이 농무대, 에치고츠마리, 니가타현




특히 마츠다이 농무대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다.
주위와의 조화를 염두에 둔 디자인도 훌륭하고 모던하면서도 섬세하게 배려해 둔 내부 디자인도 감각만점이다.

농무대의 이층에 있는 전망대에서는 에치고츠마리에 설치된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인기만점의 작품인
'계단식 논(타나다)'이 정면으로 보인다.
또한 농촌생활에 쓰이고 있는 설비들을 개성적인 아이디어로 포장한 작품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일리야와 에밀리아 카바코프의 작품인 계단식 논(타나다), 마츠다이 농무대, 에치고츠마리, 니가타현, 일본





마츠다이 농무대 내의 모던한 감각의 식당, 에치고츠마리, 니가타현, 일본



 

 

마츠다이 농무대 내 식당의 예술적인 천정, 에치고츠마리, 니가타현, 일본





개구리를 형상화 한 비료, 퇴비, 혹은 농기구등을 보관하는 통, 에치고츠마리, 니가타현, 일본





퇴비, 두엄등을 보관하는 함까지도 예술적인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에치고츠마리, 니가타현, 일본 
 


"보이는 모든 것의 아트화, 그리고 성공적인 그들의 노력"

그러고 보면 에치고마츠리에서는 보이는 모든 것, 들르는 모든 곳이 '아트화'가 되어 있다.
이 모든 것이 에치고마츠리 전역을 '자연 예술화'하려는 치열한 노력의 결실 같아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처음 세운 목표에 정진하고 치열하게 분투 노력했구만요...그대들은~!'

그리고 그런 노력에 힘입어 에치고츠마리는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소통하고 관계해 나갈까'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모델로 거듭났다
또한 고향 산촌의 아름다움을 도시인들에게 부각시키고 거주민들에게는 활력과 자신감을 불어 넣게 되었다. 

그리고 그에 맞춰 2000년부터 지금까지 4번 진행된 대지의 예술제는 
매번 관람객이 전회 대비 증가해 나가는 성공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마츠다이 농무대의 내부에 전시되어 있는 지역 곤충들의 형상, 에치고츠마리, 니가타현, 일본





니가타의 특산품인 고시히카리를 담고 있는 포장용기-이것 역시 예술가가 디자인한 작품이다, 에치고츠마리, 니가타현,일본





마츠다이 농무대, 에치고츠마리, 니가타현, 일본




"바람직한 비효율화를 추구하는 대지의 예술제~!"

대지의 예술제가 처음 개최된 2000년도의 방문객 수가 162,800명,
가장 최근에 개최되었던 2009년도의 방문객 수가 375,311명이니 처음과 비교해 2배가 훌쩍 넘는 관람객의 증가~!

"작품 전시면에서 저희는 도시의 효율화와 대비되는 철저한 비효율화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대지의 예술제의 비효율적인 면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에치고츠마리의 관계자.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동의하기에도 어렵다.

'비효율적인 면을 추구하는 것이 설명꺼리라니...뭐야...이거...'

작품을 한 곳에 집중 전시하는 방식이 아닌 200개의 산간마을에 분산 전시하는 방식을 채택한 대지의 예술제이다.
그러므로 관람자들은 일일이 그 넓은 지역을 돌아 다니며 개개의 작품들을 감상해야 한다. 
물론 각 작품간을 연결하는 셔틀버스는 운행이 된다.
하지만 이동하는 시간이 결코 만만치 않을게다.

하지만 잠시 후 이어지는 발언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분산전시된 작품을 찾아 이동하는 동안 관람객들은 자신의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아름다운 산촌의 자연,
즉,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에치고츠마리의 멋진 풍경을 만끽하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덧붙여, 유년시절의 추억인 보물찾기를 하듯 작품들을 하나하나 찾아 보면서
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감은 물론, 그 안에서 소소한 재미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태우고 깎아 놓은 폐가의 가구들, 에치고츠마리, 니가타현, 일본




폐교를 이용하여 만든 설치물, 에치고츠마리, 니가타현, 일본




도르레의 원리를 적용하여 폐교 내부에 설치해 둔 작품- 밖에 만들어 둔 설치물에 물이 차고 나감에 따라 위아래로 움직이게 되어 있다, 에치고츠마리 
 



"도시와 농촌의 공조로 희망과 활기를 찾아~!"

예술은 언제나 사람과 사람, 시대와 시대, 그리고 사람과 자연을 이어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 점은 에치고츠마리를 장식하고 있는 예술작품들도 마찬가지다.
 
장르가 다른 예술가들이 서로 공조하여 에치고츠마리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들의 이런 노력은 그곳에 사는 주민들의 마음과 열정을 움직이고,
그것을 통해 주민들은 '죽어 가던' 마을과 자신들의 '꿈'을 되살리게 되었다.

그리고 도시인들은 에치고츠마리의 대지의 예술제를 보러 온다. 
예술제를 위해 지불한 '댓가'는 다시 마을을 활기차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고 보면 예술은 '연결고리'이자 함께 '위기'를 극복하게 하는 '희망'이기도 하다.





대지의 농무대 부근, 에치고츠마리, 니가타현, 일본



이동하는 창밖으로는 오전부터 퍼붓던 장대비가 여전히 바람에 이리저리 춤을 춘다.
그 장대비의 사이사이로 보이는 집집마다의 가지런히 놓아 둔 화분이 인상적이다.
비만 오지 않았다면 '사진'을 위해 아마 차를 세워달라고 요청했을테다.

"눈 많기로 소문난 이 곳에서 꽃을 재배하거나 가꾸는 일은 과거에는 상상도 못하는 일이었습니다 
어차피 꽃을 가꿔 봐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6개월 남짓이기도 하거니와 가꿀 마음의 여유도 없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대지의 예술제' 이후로 최근 꽃도, 화분도, 꽃나무도 엄청나게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대단한 변화입니다. 죽어가던 마을에 생명력이 넘치고 있어요..."

또 한번 고개를 끄덕여 본다.
바람직한 변화이다...

그리고 한편으로 이들과 결코 다르지 않은 우리의 농촌 현실을 돌이켜 본다.

위기, 붕괴, 생산성 저하, 죽어가는 마을, 이농, 노령화...

이런 말들의 확실한 해답이 될 수 있는 '예술'...이라는 단어를 거듭 거듭 중얼 거리면서 말이다.

안다의 일본여행기...다음으로 이어집니다~!




마츠다이 농무대, 에치고츠마리, 니가타현, 일본





마츠다이 농무대에서 바라본 타나다, 에치고츠마리, 니가타현, 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