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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그림의 세계에 빠져 본 카게에 미술관.
일본 열도의 정중앙쯤에 위치하고 있는 고원지대 나가노는
아름다운 경치, 세계적인 시설을 갖춘 스키장과 리조트들로 유명한 일본의 휴양지이다.
또한 199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서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물론 엄청난 재정손실을 본 적자 올림픽으로도 명성이 상당하지만...)
그리고 나가노는 일본의 '북 알프스' 에 속하는 3,000m 이상의 고산준봉들로 첩첩이 둘러싸여 있어
수많은 산악인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는 산악관광지대이기도 하다.
이쯤 되는 나가노의 스펙이면 아웃도어 여행지의 전형이다.
인공적인 것들과는 거리가 한참 먼,도시적인 세련미나 문화와도 거리를 둔,
단지 시원스런 풍경과 넉넉한 시골인심,신선한 공기만이 여행자들을 반겨 줄 것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나가노다.
그런데 '예상 외'로 나가노는 문화적인 모습도 갖추고 있었다.
"나가노는 일본에서 가장 많은 수의 미술관과 박물관을 가지고 있는 지역입니다"
'나가노현 관계자'의 설명에 적잖게 놀랐다.
어울리지 않는다.
대부분의 문화시설이 '도시'에만 집중되어 있는 우리네 정서로 판단했을 때 그렇다는 말이다.
'산들로 둘러 싸이고 겨울이면 엄청난 적설량을 자랑하는 순수 아웃도어 자연 여행지가
문화,예술 공간의 최다보유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라니~!!!'
"새로운 그림의 세계에 매료되다~!"
왠지 '천연시골'인 나가노현과 문화생활공간이 선뜻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
그와 반대로 순수한 자연이 지배하는 공간이기에 오히려 '예술적인 요소'가 더욱 발달 했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머릿속에서 우열을 가리지 못할 즈음 '카게에 미술관'을 들릴 기회를 갖게 되었다.
태풍 때문에 비바람이 몹시도 거세던 날이었다.
'카게에(影絵),키리에(切り絵),글라스,오르골 미술관'
이라는 긴 이름을 줄여 '카케에미술관'이라고 부른다.
카게에(影絵)란 실루엣 혹은 '그림자 그림'을 연상하면 된다.
빛, 거울, 물 등을 이용하여 하나의 그림이 반복되는 것처럼 표현한다.
마치 잔잔한 물에 투영되는 사물의 반영과 비슷한 원리이다.
설명만으로는 어려운가?...백문이 불여일견~!
그렇다면 직접 카게에 미술관의 문을 열고 들어가 보도록 하자.
카게에 미술관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 것은 '뜻밖에도' 나무로 만들어진 거대한 조각상이다.
'마하바라타'라고 한다. 마하바라타는 '옛날 이야기'를 의미.
높이는 340 Cm,좌우 폭 270Cm의 크기를 자랑하는 이 세계 최대급의 거대 목조 조각상은
예전부터 구전되어 오던 발리의 전설을 형상화한 것으로 인도네시아 발리섬의 국립미술박물관 전시품이란다.
좀 더 안으로 들어 가 보도록 할까...
"아...저것이...!!!"
화려하지만 튀지 않는 불빛과 압도적인 높이를 자랑하는 그림 하나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거울의 일루젼'이라는 작품이다.
'거울의 일루젼'...
유심히 보니 거울을 정말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실제로는 하나의 문, 하나의 그림이다.
이것이 벽 양 옆으로 설치된 거울에 반사되어 마치 끝 없이 계속되는 듯한 반복적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거울이 많아 사진찍기에는 그다지 좋은 환경이 아니지만 어쨌든 바짝 신경 써서 찍어본다.
아...측면에서 보니 더욱 그렇다.
그림이 한 없이 양 옆으로 '뻗어 나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대단한 아이디어~!
몇 걸음 더 걸어 들어가 접하게 된 '빛속의 백마'라는 작품은
'신비한' 거울의 효과를 더욱 최대한 활용 해 놓았다.
하나의 그림이 반복을 거듭하며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게다가 그림의 밑으로는 물을 사용하여 거울과 동일한 '반사 효과'를 주었다.
진정한 반영, 무한한 반복, 그리고 적절한 양의 빛...
딱 두 작품 경험했을 뿐인데 벌써 카게에의 '신비하고 오묘한 세계'에 매료되는 듯하다.
훌륭하다...를 반복하며 메인 홀로 들어 가 본다~!
'아...!!'
탄성이 절로 나온다. 360도 파노라마 그림이다.
화려한 색과 빛이 조화를 이루며 벽 전체를 감싸고 있는 모습이 정말 압권이다.
작품명은 '시라카바 호수의 사계'...
인근에 위치한 시라카바 호수의 사계절을 표현했다고 하는데,
화려하면서도 몽환적이다.
"마치 잘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그리고 매우 우화적이면서도 만화적이다.
실루엣으로 표현된 등장 캐릭터들의 모습은 마치 잘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을 보는 듯 하다.
그것이 이 카게에의 매력인 듯 하다.
부담스럽지 않은 그림체, 누구나 쉽게 다가 설 만한 소재들...
하지만 그 안에는 번뜩이는 재치와 아이디어와 만만치 않은 작가정신이 담겨 있다.
역시 백문이 불여일견...!!!
카게에의 매력에 깊이 빠지게 된 '자신'을 다시 한번 인식해 본다.
물론 이 신비한 그림의 세계는 엉성한 여행자 뿐만 아니라
관람하는 그 누구라도 '완벽하게' 매료시킬 듯 하다.
빛, 거울, 물이 연출해 내는 마법같은 조화.
거기에 더해진 다채로운 색상과 친근한 그림체가 빚어내는 작품성에 고개를 연신 끄덕여 본다.
주위에 사람이 없었다면 소리내서 박수라도 크게 쳐주고 싶은 마음까지 고갯짓에 듬뿍 담아서 말이다.
'끄덕끄덕...'
"친근감이 느껴지는 그림에 아이,어른 모두 좋아해~!"
홀 중앙에 높다랗게 자리잡고 있는 원통형의 이 작품은
빛의 아쿠아리움이라는 이름처럼 그 내부에 '빛'을 가득 품고 있는 거대한 수족관처럼 보인다.
흑백의 조화 또한 유난히 도드라져 보인다.
그것은 아마 흑이 담당하고 있는 여백부분을 타 작품에 비해서 비교적 넉넉하게 잡아 두었기 때문일테다.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짐승들은 여전히 만화적이다.
얼굴 또한 여전히 어두운 실루엣으로 처리되어 있다.
하지만 어둡게 처리된 얼굴에서도 저마다의 표정은 분명하게 느껴진다.
신기하다...그리고 희안하다...다시 한번 카게에의 매력에 깊은 잠수 시작...!
카게에 미술관은 아이들에게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다.
그렇기에 특히 가족 여행자들에게는 강력하게 추천해 주고 싶다.
그림들이 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아이들의 눈높이 역시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음은 물론,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그림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여지들이 곳곳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게에 미술관에서 만난 아이들은 모두 카게에에 깊이 빠져 있었다.
마치 재미있는 동화책을 읽을 때처럼 눈빛을 반짝이면서 말이다.
카게에 미술관에는 '키리에'라는 장르의 그림도 전시되어 있다.
종이를 여러 모양으로 오려서 큰 종이에 붙여 만든 그림을 키리에라고 한다.
카게에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겨울의 시라카바호수와 야츠가타케'는
세계에서 가장 큰 화지(和紙) 1장에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적절한 빛을 사용하여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는 앞서 감상한 카게에에 뒤지지 않는다.
그리고 역시 '아름답기' 역시 마찬가지...
미술관의 작품을 보다가 몸과 눈이 지쳤다면
(물론 그런 일은 대략 일어나지 않을 것이지만...)
유리 수공예품과 오르골, 그 밖의 기념품들을 파는 상점을 천천히 둘러 보면서 진정시켜 보도록 하자.
세계 각국에서 수집된 진귀한 물품들을 비롯해 가치있는 상품들이 꽤나 많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카게에' 라는 신비한 그림의 세계에 매료된 마음은 굳이' 진정' 시킬 필요 없을 테지만...
안다의 나가노 여행기...다음으로 이어집니다...
카게에 박물관, 나가노, 일본
카게에 박물관, 나가노, 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