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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한 풍경보다 사람이 기억에 남은 재스퍼의 휘슬러산.

캐나다의 재스퍼를 여행하는 여행자가 절정의 풍경을 감상하려면
재스퍼의 명물인 '재스퍼 트램웨이'를 타보라...는 것에 대해 앞서 포스팅 한 적이 있습니다.

"절정의 풍경을 보장하는 재스퍼 트램웨이"
(못보신 분은 요기 ↑를 클릭해 주세요^^)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재스퍼 트램웨이를 타고 내리는 것으로 '모든 것'이 완벽하게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재스퍼 트램웨이에서 내린 후 '상부 정류장'의 전망대에서 맞게 되는 주변 풍경이 '절정의 풍경'을 자랑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약 1시간 정도 거리에 위치한 '휘슬러 산'의 정상까지 꼭 '산책 삼아' 걸어 보기로 합니다.
 
휘슬러 산의 정상에서 보여 지는 풍경...
가히 '지존급의 장엄한 모습'입니다.




휘슬러 산 정상에서 보이는 풍경, 재스퍼, 캐나다




엉성한 여행자 역시 이 '장엄한 풍경'을 확인하기 위해 재스퍼 트램웨이 정류장의 뒤편으로 난 길을 따라
휘슬러 산의 정상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자면,
훌륭한 풍경을 선보였던 휘슬러 산 정상보다도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들과의 '잔잔한' 에피소드가 오히려 더욱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 '지존급 풍경'보다 더욱 기억 속에 깊숙히 남아 있는,
휘슬러 산의 정상으로 오르는 도중 만났던 '사람'들에 관한 얘기입니다.

안다의 캐나다 여행기...지금 바로 출발해 보겠습니다.





휘슬러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 재스퍼, 캐나다




재스퍼 트램웨이 정류장의 뒤 편으로 휘슬러 산의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변변한 나무 한포기 보이지 않는 휘슬러 산의 정상부 풍경에 시선을 보내며,
'툰드라 지형'특유의 민둥민둥한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음...이곳이야말로 진정 '식목일'이 필요한 지역이군~!!!

산에 나무가 없으니 산의 모습이 훤~히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산 정상에서 주변을 바라 볼 때도 역시 훤~한 풍경이 펼쳐질 것입니다.

'시야를 가리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풍경은 정말 끝내 주겠구만...!!!'





경고 표지판, 휘슬러산, 재스퍼



우선 '정상'에 오르기 전 '경고문구'를 한번 눈으로 훑어 줍니다.

오...역시 '높고 울퉁불퉁한 바위산'이라서
'자연적인 위험요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또한 '고산'이다 보니 일기의 변화도 '급격한' 듯 보입니다.

하지만 '이럴수도 있다'는 점만 인식해 두기로 합니다.
실제로는 그다지 어렵지 않은 루트이기 때문입니다.

등산화가 아닌 운동화를 신고도 여유롭게 다녀올 수 있을 만큼...




재스퍼 트램웨이 정류장, 재스퍼, 캐나다





휘슬러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 재스퍼, 캐나다



뒤로는 조금 전까지도 엉성한 여행자가 '몸담고 있었던' 트램웨이 정류장이,
앞으로는 조금 후면 엉성한 여행자가 '몸담을' 휘슬러산의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모습들을 보며,
천천히 발목을 풀어 줍니다.

사실 다리가 제 컨디션이 아닙니다.

'후들 후들...'

재스퍼 트램웨이를 타기 전,
이미 다른 곳에서 반나절 이상 '트레킹'을 하고 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다리가 후들거린다고 해도 이곳까지 와서 휘슬러산의 정상에 오르지 않는다면,
그것은 앞으로 엄청 '후회할 짓'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오케이...전진 앞으로~!!!




휘슬러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 재스퍼, 캐나다



'오호랏~!!!'
주위의 멋진 풍경에 녹아 들어 있는 두 처자를 보고 '셔터'를 누르지 않는다면 그것은 죄악~!!!

조심스럽게 그녀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봅니다.

'찰칵찰칵...후들후들...'

그리고 아직까지도 계속 '풀려 있는' 후들이 다리를 위해 잠시 앉아 있다 가기로 마음 먹어 봅니다.

잠시 후...

'헤이 안다님 ...이리 좀 와 봐요...조용 조용히...'




다람쥐를 담고 있는 처자, 휘슬러 산, 재스퍼, 캐나다



엉성한 여행자를 부르는 나즈막한 소리에 '조심스럽게' 다가가 보니,
아...조금 전의 그 처자들 중 한명이 '다람쥐'를 담고 있습니다.

다람쥐를 발견했으니 찍어 보라...는 의미로 부른 것 같습니다.

살금살금...조심히 뒤로 돌아가 '찰칵~!!!'

'안다님...잘 찍으셨습니까?'

'넵...덕분에...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다람쥐는 한국에도 많고 특히 산을 좋아하는 엉성한 여행자이기에
다람쥐는 밥 먹듯이 보는 편입니다.

그다지 흥미를 끌만한 소재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친절한 배려와 신경써줌에는 정중한 감사의 예로 답해 줘야 합니다.

모자를 벗고 목례 한번...두번...




휘슬러 산을 오르던 도중 만났던 한류팬 처자들, 재스퍼, 캐나다




"안다님,어디서 왔습니까?...재팬?"
"(단호하게)오우...노~!!...한쿡!"

"오우...한쿡...꺄악~위 럽 슈퍼쥬니어~!"
"켁...슈...슈퍼주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녀들은 퀘벡에서 여행 온 '한류팬'들이었습니다.

슈퍼주니어의 노래뿐만 아니라 엉성한 여행자도 잘 모르는 '멤버 전원의 이름'까지...
게다가 슈퍼주니어 이외의 K-Pop에도, 그룹들에도 정통한...
그야말로 한류 오타쿠들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뿌듯...그리고 한편으로는 '격한 놀라움~!'

이곳은 일본도 아니고, 동남아시아도 아닌...
코 큰 사람들의 나라 '캐나다'이기 때문입니다.



한참을 그녀들과 '한류'에 관해 얘기한 후,
'안녕'이 '바이바이'를 의미하는 한국어 인사임을 가르쳐 줌과 동시에,
각자의 갈 길을 갑니다.
그녀들은 아랫길로...엉성한 여행자는 계속해서 윗길로~!!!




휘슬러산 정상으로 향하는 도중, 재스퍼, 캐나다




휘슬러 산 정상으로 향하는 도중, 재스퍼, 캐나다




휘슬러산 정상 부근의 풍경, 재스퍼, 캐나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 뒤를 돌아 보니...

아...재스퍼 트램웨이 정류장을 배경으로 펼쳐진 풍경이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역시 높이 나는 갈매기가 멀리 보고
높이 오르는 자가 멋진 풍경을 얻는 겁니다~!

사방으로 펼져진 장관을 일일히 담을 수 없음을 아쉬워 하다가
다시 한번 쉬어 가기로 마음 먹어 봅니다.

카메라로 담기 어려울 때는 '눈과 마음'으로라도 담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휘슬러산 정상으로 향하는 여행자들, 재스퍼, 캐나다




휘슬러산 정상으로 향하는 여행자들, 재스퍼, 캐나다



'아버지...그만 내려가요...힘들어요~!'

모녀간으로 보이는 일행이 숨을 헐떡이며 올라옵니다.
 
조금 전 엉성한 여행자 옆을 빠르게 스쳐간 사람이 아마도 앞장 선 '젊은(?)'처자의 아버지인 듯 합니다.

부르는 목소리가 거의 애원조에 가까운 것을 보니 '매우'힘이 든 것 같습니다.

하긴 아버지로 보이는 남성의 스피드가 상당했기에
평소 등산에 단련되지 않았다면 그 페이스를 따라가는 것은 상당히 버거운 일일 것입니다.

  잠시 뒤 엉성한 여행자의 등 뒤로부터 그들의 대화가 들려옵니다.



"얘야...힘들면 차라리 쉬어가자고 말을 하렴...

그만하고 내려가자는 말을 할만큼 나는 내딸을 그렇게 약하게 키우지 않았단다...
그런 말은 나약한 사람이나 하는 거라구~!!!"

"네...아버지...미안요...힘들어서 그랬어요..."

"얘야...힘들어도 가던 길을 돌아서 버리면 너의 인생은 계속된 후퇴밖에 남지 않는거야...
인생에서 힘든 일이 생기면 차라리 쉬렴...지금처럼 말이야..."

그리고 한동안의 침묵이 흐릅니다....
들리는 것은 물통을 여는 소리와 차차 안정되어가는 그들의 호흡소리뿐...

"자...준비되었니?...그렇다면 다시 한번 가 보자꾸나~!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어...참으면 멋진 풍경을 얻을 수 있게 된단다~!"

"네...아버지...렛츠 고~!!"

부녀간의 대화를 우연히 엿듣게 된 엉성한 여행자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 아버지에 그 딸...'



그러고 보면 어른의 일리있는 충고에 즉각적으로 '미안하다...알겠다'라고 수긍하는 태도를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우리에게도 참으로 '흔한' 모습이었는데...라는 생각과 더불어...




휘슬러산 정상 부근의 풍경, 재스퍼, 캐나다




휘슬러산 정상 부근의 풍경, 재스퍼, 캐나다





휘슬러산 정상 부근의 풍경, 재스퍼, 캐나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과 요런조런 상념에 버무려져 머리 속은 엉망이지만
눈에 보이는 휘슬러산의 주변 풍경은
웅장함 그 자체입니다.

덩치 큰 산들의 연속...
광활한 대자연의 파노라마...

몸은 피곤하고 다리는 여전히 후들합니다. 그래도 올라오길 너무 잘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눈은 대단한 호사를 누리고,
정신 역시 엄청나게 건강해 지는 것 같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커플후드를 입고 있는 여행자 커플, 휘슬러 산, 재스퍼, 캐나다




엉성한 여행자의 눈 앞으로 '전혀 낯설지 않은 차림의 여행자'들이 눈에 들어 옵니다.
아니 매우 반가운 차림입니다.

'커플룩...아니 커플 후드~!!!'

아...그렇다면 아마 한국인 여행자들 일 것입니다.

커플룩은 대한민국 커플들만의 공인패션이기 때문입니다.

'오호라~오랜만에 한국어를 좀 써 보겠구만...
엉성한 여행자의 오지랖 발동~!!!'





커플후드를 입고 있는 미국에서 온 여행자들, 재스퍼, 캐나다



아...그러나 엉성한 여행자의 눈 앞으로 다가 온 그들은...
매우 코가 크고 '꼬부랑 말'을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당황한 눈으로 뚫어져라 그들을 바라 보는 엉성한 여행자를 인식했는지 
그들이 먼저 말을 걸어 옵니다.


"안녕,친구...여행 어때?"


"응...좋아...근데 나 당신들이 한국인인줄 알았어~!!!"

"왜?...우리들 복장보고?...하하^^"

"오잉...그럴꺼라는 걸 어떻게 안거지?"

"그게 말이야...꼬불 꼬불 꼬부랑 꼬부랑~!"

아...그렇습니다.
그들은 미쿡,그 중에서도 뉴욕에서 온 여행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이 커플룩을 입게 된 연유는 순전히 그들의 절친인 한국인 커플 때문~!

여행 때마다 접하는 한국인 커플의 '일체화된 패션'이 너무 보기 좋아서
언젠가부터 그들 부부 역시 커플룩을 즐긴다는 겁니다.

'아깝군...어제는 바지까지 똑같았는데 말이지...하하^^"

 



휘슬러산을 오르다 만난 풍경, 재스퍼, 캐나다



여행을 다니면서 '우연히' 접하게 되는 우리문화의 세계화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이웃한 일본, 중국은 물론이거니와,
언젠가부터 동남아에서 우리 노래, 우리 드라마를 접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이 먼 캐나다...
그것도 이 깊은 산중에서까지 한류를 얘기할 수 있고,
커플룩을 볼 수 있는 것에 무한한 자긍심이 생깁니다.

하지만 반면에 우리 사회에서 차츰차츰 사라져 가는 '좋은' 문화들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도 일어납니다.

조금 전 만났던 그 부녀간의 대화에서 느껴진 감정처럼 말입니다.

어쨌든...




휘슬러산 정상 부근에서 내려다 본 풍경, 재스퍼, 캐나다




휘슬러산의 풍경은 정말 장엄했습니다.
힘든 몸을 끌고 올라온 보람을 만끽할만큼 말입니다.

하지만,
엉성한 여행자에게는 휘슬러 산의 그토록  장엄한 풍경보다...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더욱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습니다.

휘슬러 산의 정상으로부터 내려오면서 줄곧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게 만들어 준 
그 '사람'들의 '말과 모습과 웃음'들이 말입니다...

안다의 캐나다여행기...다음으로 이어집니다~!





휘슬러 산 정상에서 내려오며, 재스퍼, 캐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