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정상까지 너무도 힘들었던 란타우트레일.

힘들었습니다.
란타우트레일의 정상,
그러니까 봉황산의 제일 꼭대기인 란타우피크에 올라서는 일이...
 
사실 934m라는 높이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삶에서 맞닥뜨리는 대부분의 어려움이 그렇듯,
이번에도 문제는 '봉황산, 그 자체'가 아닌 외부에 있었습니다.





통총역의 시티게이트 아울렛, 란타우, 홍콩




숙소 주변에 위치한 MTR 역의 내부 간이식당에서
'에그 타르트 2개'와 캔커피 하나로 간단하게(혹은 허술하게)아침을 때우고 도착한 통총역입니다.

란타우트레일의 트레킹 기점으로 잡은 '팍쿵아우(Pak Kung Au)'까지는
다시 '타이오'행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해야 합니다. 

꼼꼼하게 사진을 찍어가며 산행하는 일은 대개 '평균산행시간'의 2~3배 이상이 소요되고
 '체력소모'역시 2배 이상이 투입되는 '힘든 작업'이기 때문에
'꼭' 들려보고 싶었던 그 유명한 '시티게이트 아울렛'은 겉만 슥 훑어 보고 버스정류장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아...아쉽다...!!!'




시티게이트 아울렛, 란타우, 홍콩




바닥의 보도블럭을 들어내고 '무엇인가'를 작업중인 모습 역시 슥~한번 훑어 보았습니다.
별 다른 생각없이...
하지만 이'작업'으로 인해, 나중에 엉성한 여행자의 '돌아오는 일정'이 '중대한'차질을 빚을 줄...
이때는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어쨌든 타이오행 버스를 타고 '버스기사'에게 '팍쿵아우'에서 내려달라고 거듭거듭 신신당부한 후,
운전석 바로 뒷자리에, 그것도 운전기사의 '룸미러'로 확인이 가능한 각도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참 매력적인 홍콩여행의 '옥의 티'를 굳이 들자면,
바로 여행자들에겐 '엄청나게'불편한 버스 시스템입니다.

'정거장의 안내방송도 없고,
정거장에 또박또박 들리지도 않으며,
차내에 정거장에 관한 어떠한 정보도 없는...
바로 이러한 홍콩의 버스 시스템 말입니다~!'

그렇기에 '내려야 할 정거장'인 팍쿵아우에 대해 
운전기사에게 몇번을 얘기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팍쿵아우 버스 정거장, 란타우, 홍콩



자신의 바로 뒤에 앉아 있던 엉성한 여행자의 존재를 한참동안 잊고 있었던 '버스기사'덕분에...
2시간 가량을 길거리에서 '그저' 허비하는 결과를 맞이 했습니다.

팍쿵아우에서 한참을 지난 한적한 길거리에 세워주면서도 
그저 손가락으로 방향만 지시해주던 그 '친절' 덕분에
1시간 반 이상을 무거운 배낭 맨 채로 아스팔트 길을 걷고 또 걸었습니다.

걷다가 보니...그간 걸었던 시간과 거리가 아깝다는 '괜한' 오기로 걷고,
야속하기만한 '버스기사'에 대한 분노의 씩씩거림을 진정시키고자 또 걷고,.
그렇게 시간과 힘을 길거리에 낭비하고 지쳐갈 때쯤...
지나가던 택시를 세우고 오늘 들릴 란타우트레일의 기점인 '팍쿵아우'까지
얼마나 더 가야 하는가를 물어보았습니다.

'물론 도보로...'





란타우트레일, 란타우, 홍콩




걸리는 시간에 대한 대답은 한마디 없이,
즉각 문을 열어주는 택시기사의 행동으로 '감'이 잡혔습니다.

'아직도 한참을 더 가야 하는구만...!!!'

그렇게 택시로 20여분을 달려 도착한 란타우트레일의 '팍쿵아우'입니다.
정말 어렵게 도착한 탓에 '감격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맞은 편에 보이는 '산다운 산'의 모습은 반가움보다는 '걱정'을 불러 일으킵니다.

에구야...생각보다 훨씬 높네...산세도 만만치 않고...
이미 힘은 다 뺐고...시간도 별로 없고...진퇴양난이로세~!!!




란타우트레일 이정표, 란타우, 홍콩





란타우트레일, 란타우 섬, 홍콩




'오케이...체력은 많이 소진 되었지만 어쩔 수 없음~!
정상을 향하여 고~!!!'

잠시 고민한 끝에 '트레킹'을 강행하기로 결정을 내려 봅니다.

정상까지 2시간30분 소요...라는 이정표를 확인하고,
'사진을 찍어 가며' 그 시간에 '맞춰'보기로 결심도 해 봅니다.

아무래도...산행보다는 '훈련'분위기가 될 듯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 인생에서 모든 상황이 입맛에만 맞게 전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때로 '감수'할 것은 감수하고 '맞춰'나갈 것은 맞춰 나가야 하는 겁니다.





란타우트레일, 란타우 섬, 홍콩





란타우트레일, 란타우 섬, 홍콩




멀리 란타우피크인 봉황산이 고개를 '빼꼼히' 들고 엉성한 여행자를 쳐다 보고 있습니다.
민둥산인 란타우트레일의 한켠으로는 키작은 나무들이 '일군'을 이루고 역시 엉성한 여행자를 쳐다 보고 있습니다.

'보는 눈들이 많으니...힘들지만 의연하게 걸어보자구~!!!'





란타우트레일, 란타우 섬, 홍콩





란타우트레일 거리지시판, 란타우 섬, 홍콩





란타우트레일, 란타우 섬, 홍콩




아무리 마음이 바빠도 홍콩트레킹의 재미 가운데 하나인
'거리지시판'은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500m 마다 나타나는 반가운 모습을 사진으로 담으면서 잠시 휴식도 취해 봅니다.

그리고 역시 홍콩트레킹의 매력인 등산로에서 바라다 보이는 '바다'도 천천히 조망해 봅니다.

가까이 있는 대륙(중국)에서 유입되는 공해의 영향으로 뿌연 날이 잦아진 홍콩...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만일 대륙의 영향만 아니었다면 풍경이 지금보다는 훠~얼씬 멋졌을텐데...하는 아쉬움은 잠시 접어 두고
다시 발걸음에 가속페달을 달아 봅니다.

But~!!!





란타우트레일, 란타우 섬, 홍콩





란타우트레일, 란타우 섬, 홍콩





란타우트레일, 란타우 섬, 홍콩





란타우트레일, 란타우 섬, 홍콩



마음이 원하는만큼 발걸음에 속도가 나지 않습니다.
'지쳐있는 다리 때문이 아닙니다~!'

이유는...
계단...끝도 없이 이어진 계단 때문입니다.

굳이 계단이 있을 필요가 없는 곳까지도 온통 돌계단의 연속인 란타우트레일 입니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한 것임을 염두에 뒀다면 좋았을 것을...'

마치 초원같이 보이는 좁은 능선사이로 촘촘히, 그리고 줄기차게 이어진 계단으로 인해    
이미 어느 정도 소진되어 있는 체력이 더욱 고갈되어 갑니다.

사실...체력 하나는 자신 있었던, 특히 산에서의 체력은 꽤나 자부하던 엉성한 여행자입니다.

하지만 타이오행 버스기사의 만행(?)과
란타우트레일의 무지막지한 계단 군단,
그리고 '빨리 걸어야만 한다...'는 조급한 마음앞에 서서히 무너져 가고 있습니다.

'......'

한마디의 말도 할 수 없을 만큼 말입니다... 




란타우트레일, 란타우 섬, 홍콩





란타우트레일, 란타우 섬, 홍콩




란타우트레일, 란타우 섬, 홍콩





란타우트레일, 란타우 섬, 홍콩




그래도 란타우트레일의 사이사이를 메워주는 휴식공간과,
이국적인 생태계로 인해 '심신의 피로'를 조금이나마 풀 수 있어 다행입니다.

그러고 보면 '지나치게 많은'계단이 흠이지 란타우트레일의 코스 자체는 잘 정비되어 있는 편입니다.

더군다나 인구의 약 10%가량 만이 트레킹을 즐기는 홍콩의 실정을 감안해 볼때,
이 정도의 질 좋은 등산로라면 '꽤'섬세하게 신경쓴 것임이 분명합니다~!





란타우트레일, 란타우 섬, 홍콩




다시 줄기차게 이어진 계단을 넘고...





란타우트레일, 란타우 섬, 홍콩



또 넘고 또 넘고...넘어......
'헥...헥...헥..'




란타우트레일, 란타우 섬, 홍콩





란타우트레일, 란타우 섬, 홍콩
 


전망이 특히 좋은 장소에서 잠시 숨을 고릅니다.
여기까지 쉬지 않고 꽤 많은 계단을 밟고 지나왔습니다.

'후들...후들...'

바람이 불때마다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을 보니,
꽤나 오버페이스 한 것 같습니다.

잠시 배낭을 풀고 '바닥에 앉아서' 편안히 쉬기로 작정해 봅니다.
그리고 목과 손목도 천천히 돌려 가며 몸의 긴장을 풀어 줍니다.

단, 란타우트레일의 멋진 풍경을 담는 카메라의 긴장상태는 계속 유지하면서 말입니다...

'찰칵찰칵...!!!'




란타우트레일, 란타우 섬, 홍콩





란타우트레일, 란타우 섬, 홍콩





란타우트레일, 란타우 섬, 홍콩



'휘이잉...휘이이잉...'

흐릿하지만 분명히 드넓게 펼쳐진 바다와
돌산 특유의 웅장함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란타우트레일의 능선에서 맞는 바람에
갑자기 행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따지고보면 '행복할 요소'가 별로(혹은 아예)없는 오늘입니다.
오히려 불평,불만의 요인만 한가득이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멋진 풍경과 편안한 휴식 가운데 맞이하는 자연의 냄새는
사람을 한없이 '기분 좋은'상태로 몰고 갑니다.

'세상에 지금의 나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있을까?
비...비록...다리는 후들...몸은 비실이지만...;;;'




란타우트레일, 란타우 섬, 홍콩





란타우트레일, 란타우 섬, 홍콩




완전군장 수준으로 '완벽한 산행복장'을 갖춘 엉성한 여행자의 옆을 지나친 현지인은
딱 세명이었습니다.
943m인 란타우트레일의 정상, 봉황산을 오르는 동안 말입니다.

물론 모두가 엉성한 여행자의 차림새를 비웃듯 '복장불량'의 산행차림이었습니다.

 '참으로 사람 만나기 힘든 란타우 트레일~!
그리고 제대로 된 등산차림은 더더욱 만나기 힘든 홍콩트레킹~!'





란타우피크, 란타우 섬, 홍콩




란타우트레일의 마지막 고비인 급경사 계단을 '젖먹던 힘을 모아' 오르고 나니,
이곳이 정상임을 지시해 주는 란타우피크의 표지판이 보입니다.

'뿌듯...!!!'

정상 컨디션이었다면 분명 '헉헉'거린다거나 '후들'거릴 정도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매우 어려운 조건들을 딛고 올라선 정상이기에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소요된 시간 역시 '애초에' 마음 먹은 시간과 거의 일치합니다.

'오버페이스한 보람이 있군...비록 오는 도중에는 끔찍한 마음이었지만...;;;'




란타우피크 대피소, 란타우 섬, 홍콩





란타우피크, 란타우 섬, 홍콩




란타우트레일의 정상인 '봉황산'과의 조우도 잠시,
이제는 서둘러 하산하여야 합니다.

세계 최장 케이블카인 '옹핑 스카이레일'을 해가 저무는 시각에 맞춰 타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안다의 란타우트레일 여행기,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란타우 섬이 한눈에 보이는 란타우트레일의 봉황산 정상부





란타우트레일, 란타우 섬, 홍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