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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이 진정한 백미인 드래곤스 백 트레일.
드래곤스 백 트레일의 정상인 '섹오피크'에 서서 잠시 주위를 둘러 봅니다.
그런 후, 줄곧 손에 쥐고 있었던 스틱을 내려 놓고,
배낭도 내려놓고, 사진촬영도 잠시 스톱한 채...생각에 잠겨 봅니다.
정상에서 내려온다는 것...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어딘가의, 혹은 무엇인가의 정점에 있다가 내려 오는 것은
대개의 경우, '반갑지 않은 일, 혹은 피하고 싶은 일'로 받아 들여 집니다.
그리고 정상에서 느끼고 맛보던 '쾌감'이 크면 클수록 '내려 오는 것'에 대한 부담과 상실감은 '그 이상으로' 커집니다.
하지만 누구나 언젠가는 '정상'에서 내려 와야 합니다.
그것이 '자의'에서든 '타의'에서든...
그렇게 영구적으로 유지할 수 없는 정상에서의 시간이라면,
누구나 내려올 때를 미리미리 준비해야 하고,
또한 '내려오는 폼'도 '위'에 있을 때 보다는 더욱 멋있어야만 합니다.
그것이 빛나는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사람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의무이자 덕목입니다.
'산' 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하산 할 때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내려가는 모습'이 정상에서 보다 더욱 폼 나야 합니다.
단, 그 밑바탕에는 '위'에 있었다는 '뿌듯함'과 하산에의 '아쉬움' 보다는 '겸손함'이 우선 되어야 합니다.
내가 '감히' 정상에 있어 보았다...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하는,
그런 종류의 겸손함 말입니다.
그것이 정상을 밟고 서서 넓게 펼쳐진 대자연을 잠시나마 소유해 봤던 사람이 가져야 할 자세입니다.
또한 잠시나마 세상을 '발 밑에 둬 봤던' 사람이 품어야 할 마음 씀씀이 입니다.
물론 엉성한 여행자 스스로의 생각이 바탕이 된,
'별볼일 없는 산행철학'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이제는 '겸허한 마음'을 가지고 섹오피크에서 내려 가야 합니다.
눈 앞에 펼쳐진 드래곤스 백 트레일의 모습은 아직 '능선 길' 이지만 말입니다.
멀리까지 구불구불 연결된 드래곤스 백의 등산로는 마치 산맥을 휘돌아 나가는 강의 모습 같습니다.
혹은...드래곤스 백(용의 척추)의 사이사이를 연결하며 지나가는 혈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긴, 그 모습이 어느 쪽에 더 가까운 가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
이제는 저 길을 따라 내려 가야 한다는 엄연한 사실만이 '실질적으로' 관계가 있을 뿐......
다시 배낭을 매고, 장갑을 끼고, 카메라를 어깨에 걸친 후,
물 한모금 마시고 양손에 스틱을 잡아 봅니다.
'하산 준비 완료...'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에는 '가장 꼭대기'에 대한 기대감과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이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정상에 빨리 도달해 보고자
발걸음을 '위로 위로'만 향하다 보면 주위의 모습을 한가하게 즐길 '틈'이 없습니다.
힘든 몸과 거친 호흡이 더해져 그와 같은 '틈'은 더더욱 갖기 힘듭니다.
바꿔 말해 시야가 '많이' 좁아집니다.
하지만 하산길은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내려 갈 일만 남았다'...라는 생각에서 오는 긴장의 이완과 편안함이 넉넉한 시야를 제공해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산길에 접하는 드래곤스 백 트레일의 풍경은...
그와 같은 심리적인 안정감으로부터 비롯된 '아름다움'이 분명 아닙니다.
하산하면 '곧'들릴 섹오마을과 바다, 그리고 아름다운 트레일이 어우러진 멋드러진 풍경은
엉성한 여행자가 가진 심리상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원래 아름다운 모습인 것입니다.
'찰칵찰칵...'
멋진 풍경에는 여지 없이 반응하는 카메라임을 다시 한번 느껴 보며,
걸음은 하산길의 여정을 계속 이어갑니다.
'휘이잉..휘이잉...'
바람을 막아 주는 '키다리 나무'가 없는 드래곤스 백 트레일의 능선입니다.
바람은 얼굴을 스치고, 모자를 흔들고, 사진을 찍고 있는 양팔을 떨게 하고...
때때로 등도 떠밀어 댑니다.
드래곤스 백 트레일이 낮은 산에 위치하고 있기에 천만다행입니다.
만일 '어느 정도'의 높이를 자랑하는 산에서 이 정도의 바람을 경험한다면...
추워 벌벌 떨거나, 저 멀리 날아 가거나...
아니면 바닥에 납작 엎드려 '낮은 포복'으로 기어 내려 갔을 것입니다.
'용이 키가 작아서 다행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이 살다가 맞이 하는 외부로 부터의 어려움이나 시련은 딱 그 사람이 '견딜 만큼'만 오는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아무리 '죽고 싶을 만큼 힘들어...어려워...'푸념할지라도 말입니다.
변함없이 500미터 마다 '얼굴을 불쑥' 내미는 거리지시판을 지나자...
그동안 줄곧 평탄했던 드래곤스 백 트레일의 바닥이 '울퉁불퉁' 바위길로 변신을 합니다.
'오호라~딱인 걸~!!!'
그렇습니다.
드래곤스 백 트레일의 이름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바닥의 모습입니다.
마치 용의 등껍질을 연상케 하는 작은 바위들이 촘촘하게 트레킹 코스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아...이제 좀 걸을 맛이 납니다.
트레킹 코스가 너무 평이하고 편안해도 지루해 집니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 같습니다.
힘들지만 때로는 적절한 자극이 있어야 '살 맛'도 나고,
'재미'도 있는 겁니다...
다양한 모습을 한 용의 등껍질 같은 드레곤스 백 트레일의 바닥에 초점을 맞추고
지금부터 사진촬영 모드에 들어 가 봅니다.
확실히 정상으로 향할 때 보다 '꽤 많이' 다이내믹한 하산 길입니다.
또한 접하게 되는 풍광 역시 시원시원합니다.
정상인 섹오피크에서 만나는 풍경보다 더더욱 말입니다.
오케이~!!!
'내려가는 길이 드래곤스 백 트레일의 진정한 백미~!!!'라는 결론을 내린 후,
용의 등껍질을 살금살금 밟아가며 하산길을 재촉해 봅니다.
웅크리고 잠들어 있는 용이 깨어나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용을 타고 하늘을 날게 되는 사나이'는 더더욱 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섹오마을 방향으로 나 있는 도로가 시야에 잡히는 것을 보니 하산지점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마 조금 뒤면 저 도로를,
그리고 오밀조밀한 저 집들의 골목 사이를 헤집고 다닐 엉성한 여행자 입니다.
잠시 뒤 저 아래서 올려다 보는 드래곤스 백 트레일의 모습은 어떠할까?
하산지점에 곧 다다를 것임을 생각하니 마음은 벌써부터 아래에서 보여지는 드래곤스 백 트레일의 모습으로 향합니다.
'오우...노노~!!!'
안전하게 하산 할때 까지는 절대 앞서 가서는 아니 되는 겁니다~!
세차게 도리도리를 한번 해 준 후,
마음을 '다 잡고' 하산 트레킹을 이어 가 봅니다.
'씽~씽~슈우웅...슈우웅...'
자동차 다니는 소리가 아주 가까이에서 들리는 것을 보니
그럭저럭 다 내려 온 것 같습니다.
시계를 보니 정상에서 이곳까지 약 1시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섹오 마을' 로 향하는 다음 일정 때문에 '용의 등껍질 구간'을 제외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하산을 했기 때문에
예상시간보다 '매우'빨리 하산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 정도로 빨리 내려 올 줄 알았다면...
좀 더 걸음을 천천히 할 것을...하는 후회가 밀려 옵니다.
그만큼 하산 길에 보이는 풍경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드래곤스 백 트레일의 백미는 정상인 섹오피크도, 구불구불 이어진 능선도 아닌,
울퉁불퉁한 하산 길을 걸으며 조망하는 풍경입니다.
'오케이...드래곤스 백 트레일에 대한 전체적인 코스와 구간마다 소요되는 시간에 대한 감각을 익혔으니...
이 다음에 다시 홍콩을 방문한다면 그때는 느긋하게 즐겨보리~!!!'
그렇게 다짐 한 후, 섹오마을로 향하는 버스 정류장을 향하여 걸음을 옮깁니다.
드래곤스 백 트레일이 방문자에게 주는 마지막 보너스인
대나무 숲의 극진한 배웅을 받으면서 말입니다...
안다의 홍콩 트레킹 여행기...다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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