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중국여행에서 만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 운남성의 묘족
묘족(苗族, Miao), 중국어 발음으로는 먀오족.
중국에 거주하는 56개의 소수민족 중 5번째로 많은 수를 자랑하는 민족으로 주로 중국의 남부에 거주.
약 800 만명으로 추산되는 인구중 절반 가량이 귀주성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옛부터 중국에서는 반란성향이 큰 소수민족으로 분류되어 한족문인들로부터 야만인을 뜻하는 '묘(苗)'라는 이름을 얻음.
그런 탓인지 주로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산간벽지'에 터를 잡고 씨족군락을 이루면서 대대로 살아옴.
최근 우리나라의 한 학자가 펴낸 책에서 (1300년 디아스포라,고구려 유민/ 김인희 지음)
뿌리가 '고구려 유민'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어 '과거'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만일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가 더욱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고구려의 후예들'.
엉성한 여행자에게는 '뿌리와는 관계없이, 그들이 가진 이름의 기원과는 더욱 상관없이'
선량하고 순박하고 '미소가 아름답고' '헤어스타일이 독특한' 사람들로 언제나 기억의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
그 이름 묘족...
예전 중국의 운남성을 여행하면서 소수민족마을 두곳을 둘러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중국에 정착하고 살아가는 태국인들의 마을인 '타이족 마을',
그리고 또 다른 하나가 바로 오늘 사진과 이야기로 만나 볼 '묘족 마을' 입니다.
단순한 소수민족 체험투어나, 패키지여행이 아니었기에 일반여행자가 접할 수 있는 '표면적인' 소수민족의 모습보다
'좀 더 깊고 심층적인' 그들의 삶을 다각도로 체험할 수 있었는데요,
당시 묘족 마을 사람들로부터 줄곧 받았던 오로지 하나의 인상을 말하자면
'가식없는 미소를 가진 마음이 참으로 따뜻한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중국의 한족들에게 비쳐졌던 반골, 저항적인 묘족의 이미지는 상상도 할수 없는,
순하고 선한 사람들의 모습 말입니다.
그리고 당시 받았던 그런 좋은 이미지와 '아름다운'그들의 모습은
아직도 '묘족' 과 '운남성'을 떠올릴때면 '지배적인 심상'으로 엉성한 여행자의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
혼자서만 가슴속에 꾹꾹 눌러 담고 있기에는 아까울만큼...
그렇기에 오늘은 묘족마을 사람들의 '기분 좋은' 미소를 여행기와 사진을 통해서 함께 나눠보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마음과 모습은 하루를 더욱 풍성하고 유쾌하게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에...말입니다'
하루 전 내린 비가 황토와 버무려져 군데 군데 덩어리로 뭉쳐져 있는 미끌미끌한 비포장도로 산길을
'어렵사리' 통과해 만난 묘족마을의 첫인상은 여유롭다거나 넉넉한 '살림살이'와는 꽤나 동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먼 곳에서' 온 손님을 접대하기 위하여 분주히 움직이는 그들의 얼굴과 손길에는
'반가운 미소와 웃음'이 끊이질 않습니다.
반겨주는 묘족인들과의 '본격적인' 인사는 잠시 뒤로 미루고 일단은 '가장 먼저' 그들의 가옥 내부를 살펴봅니다.
'......'
'아...' 그저 '아...' 하는 한숨이 앞섭니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 '더욱' 넉넉해 보이지 않는 생활의 흔적들 때문입니다.
어둑어둑한 실내에 습한 공기와 눅진한 먼지들,
그리고 찌그러지고 벗겨진 '무쇠 조리기구들...'
고물상에 가져다 줘도 받지 않을 법한 '온통 검게 그을린' 주전자...
그리고 퀴퀴한 냄새가 스멀스멀 피어 오르는 '차양 달린' 침대같지 않은 침대.
몇집을 돌아 봐도 매양 '비슷 비슷한' 모습에 적잖은 '안타까움'이 밀려옵니다.
'엉성한 여행자님...일단 점심부터 드시지요~!!!'
오전에 쿤밍의 호텔로부터 일찍 출발을 했지만 워낙 '좋지 않은' 도로사정에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도착을 했습니다.
'꼬르르륵...'
확실히 배는 고픕니다.
하지만 묘족사람들로부터 '차려 받는' 점심을 먹기 보다,
묘족 사람들에게 점심을 '차려 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상황이 이런 줄 알았으면 두손을 무겁게 하고 왔을텐데...'
그들이 안내하는 데 따라서 '식당'으로 꾸며진 마을회관 비스므리 한 곳으로 향합니다.
'킁킁킁...!!!'
오호라...이것은?
아...냄새를 봐서 고기를 끓이는 것 같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닭'을 삼거나 끓일 때 뿜어져 나오는 냄새입니다.
음식을 접대받는 것에 대한 미안함...은 벌써 안드로메다로,
허기를 채워야만 한다는 '원초적인 본능'이 몸과 정신을 사로잡습니다.
'오...옷...이것은 오골계~!!!'
그렇습니다.
엉성한 여행자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 냄새의 주인공은 '닭'이 맞았습니다.
'허겁지겁...아구아구...허겁지겁...아구아구'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박태환이 물살을 가르며 헤엄치듯' 엄청난 속도로 음식을 먹기 시작합니다.
손님을 대접하는 성의는 '최선을 다한' 왕성한 식욕으로 보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잠시 고개를 돌려 보니...
'아...이...이런...'
닭고기 국의 내용물은 엉성한 여행자를 포함한 몇몇 외부인들만 먹고 있었습니다.
저쪽에서 둘러 앉아 점심을 먹고 있는 묘족 여인들은 건더기 없는 국물만 먹고 있습니다.
'물끄러미...;;;'
미안함과 '서둘러 인지하지 못한' 부끄러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조용히 수저를 내려 놓습니다.
'아...엉성한 여행자님, 저희는 괜찮습니다...닭을 더 잡았어야 했는데...실수였습니다...'
'그렇다면...저희 몫을 처음부터 나누시지 그랬어요?...'
'그럴수는 없습니다...손님은 최대한 정성스럽게 모시는 것이 묘족의 전통적인 관습입니다...
그리고 저희야 이따가 또 해 먹으면 되지 않겠습니까...허허허...'
어쨌든 그런저런 분위기 속에 식사를 마치고 운남성에서 유명한 '보이차'를 앞에 두고 묘족마을의 원로들과 마주 합니다.
그런데 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으면서 느끼는 점이 있습니다.
'모두들 미소가 너무도 자연스럽습니다'
언젠가부터 사람을 대상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뷰파인더를 보고 있노라면 억지로 꾸며낸 미소는 금새 알 수 있습니다.
아니, 그러한 부자연스러운 웃음은 저절로 드러나는 법입니다.
하지만 묘족마을 사람들의 얼굴은 '정말로' 밝습니다.
조금 전에 경험한 그들의 가옥 내부와 그들의 표정이 매치가 되지 않습니다.
'생활을 즐기고 자주 웃는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미소'를 보며,
잠시 혼란스러워 집니다.
그리고 함께 간 일행들의 얼굴을 천천히 들여다 봅니다.
모두 묘족인에 비해 '형편없이' 굳어진 표정과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근엄한 자세들입니다.
'가만 있어보자...이거 어느 쪽이 더 여유로운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인거야???'
"우리들의 삶이 조금 불편은 하더라도,
불행하다거나 힘든 인생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않은 것은 말 그대로 조금 불편함을 줄 뿐입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행복감이나 만족감까지 좌우할 수는 없지요...
우리는 어떠한 삶의 형태든 그 안에서 만족하는 법을 배우고,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고 있습니다..."
엉성한 여행자의 고개가 저절로 숙여집니다.
그리고 마음 한켠으로부터, 식사때 잠시 가졌던 부끄러움보다 더한 '창피함'이 물밀듯이 밀려옵니다.
묘족마을에 도착한 그 순간부터 '그들'을 판단하는 기준과 잣대는 오로지
그들 삶의 '외형적인 조건'뿐 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엉성한 여행자보다 더욱 '풍요로운 사고와 정신세계를 가진' 그들을 감히 물질적인 요소로
재단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창피한 느낌...전혀 낯설지 않습니다.
예전 이디오피아에서도, 라오스 오지마을 에서도,
그리고 캄보디아나 베트남의 빈민가에서도 지금의 이런 느낌과 '유사한 혹은 동일한' 감정을 가졌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으로 돌아와서 '생활인'의 자세로 살다보면
늘 당시의 학습효과를 망각하고 지내기 일쑤입니다.
'쯧쯧...불쌍하고 어렵게 사는 것은 바로 엉성한 여행자 당신, 그리고 바로 우리들이라구~!!!'
위에서 잠시 언급했습니다만,
당시 방문했던 묘족마을 사람들과의 대화,
또 그들을 담은 사진들을 가끔 떠올려 보면 '흐뭇한 미소'가 저절로 지어집니다.
문명의 이기에 여러모로 도움을 받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그들보다 편리한' 세상에 사는 우리들의 관점으로는
'너무도 불편한' 조건 속에서 살고 있는 산골 마을의 묘족 사람들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보다 더욱 밝은 미소를 가지고,
우리가 서로에게 주지 못하는 '환한 기분'을 선물해 줄 수 있는 '재주 많은' 그들입니다.
우리가 가졌으면 좋을 법한 '여유로움'을 지니고 있는 그들입니다.
또한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헤어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그들입니다...;;;
묘족은 스스로를 '먀오'라고 부르지 않고 '가뤼'라고 부릅니다.
고구려 멸망 시에 고구려인들은 스스로를 '고리'라고 불렀습니다.
또한 고구려에 주몽신화가 있듯이,
묘족도 시조가 '알'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지는 '난생신화(卵生神話)' 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체질적으로 인류학적으로 여러 면에서 '우리'의 그것과 너무도 비슷한 문화와 풍습을 가지고 있는 그들입니다.
나라를 잃은 후 세계로 흩어질 수 밖에 없었던 유대인들을 가리켜 '디아스포라(diaspora)' 라고 부릅니다.
묘족의 밝은 미소와 아름다운 품성을 떠올리며,
재일교포나 까레이스키 보다 앞선,
우리민족 최초의 '디아스포라' 이길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비록 역사적으로 고구려가 무너진 것은 너무도 마음 아픈 일입니다만,
직접 접한 그들의 성품은 '예전' 우리가 가졌던 '그것'과 너무도 닮은 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미소뿐만 아니라 울먹이는 모습까지도 말입니다......
안다의 여행기...다음으로 이어집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여행과 사진을 좋아하는 Blogger들]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