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2011.02.19 07:30



운악산의 현등사에서 고요한 산사의 겨울을 맛보다.

경기도 가평의 운악산에 위치하고 있는 현등사는
신라 법흥왕때 인도에서 온 승려 마라가미(摩羅訶彌)를 위하여 창건한 후,
중창과 재건, 그리고 몇번의 중수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고 있는 천년고찰입니다.

고려시대에 '폐허가 된 절터'의 석등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을 보고
현등사라는 이름이 지어졌다...는 유래를 가진 것을 보면 
신라시대 고승 도선이 중창한 후 고려시대 명승 보조국사 지눌이 재건하기 까지의 사이에
'폐허'를 경험했던 현등사입니다.

한때는 '완전히' 허물어졌던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어서일까?...
현등사는 규모가 작고 경내도 좁지만 '깊고 가볍지 않은' 무게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호젓하고 고요한 산사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정적인 분위기는,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선사해 주는데요...

오늘은 운악산의 중턱 언저리에 위치한 고요한 산사 현등사에서 느껴 본 겨울맛을
사진과 '가벼운 이야기'로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현등사, 운악산, 가평



'나는 누구인가?'
꽁꽁 얼어붙은 '운악계곡'과 오르막길을 숨가쁘게 걸어 올라와 만난 현등사의 입구에서
여행자는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그리고 생각하게 됩니다.

'정말 나는 누구인가?'
.
.
.
'(도리도리) 아~어렵습니다. 일단 갈증부터 해결하고 생각해 봅시다~!'




현등사, 운악산, 가평



서...설마...이렇게 추운 겨울날에 이리도 서슬 퍼런 산사의 물로 세면을 할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봅니다.

'저 물로 세면할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아...어렵습니다.
숨도 차고 꽤 가파른 경사를 즈려 밟고 왔기에 온 몸은 땀범벅입니다.
이럴 때는 깊은 생각보다 땀이 좀 마르길 기다려야 합니다.
그리고 목도 축이고, 숨도 돌리고, 격한 걸음으로 인해 몸부림치는 심장박동도 차분히 진정시켜야만 합니다.

'흐~읍...'
크게 숨을 들이 마시고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현등사 경내를 돌아 봅니다.




현등사, 운악산, 가평





현등사, 운악산, 가평



손가락 모양이 낯설지 않은 작은 조각을 한참 눈여겨 봅니다.
예전-지금도 가끔-, 친구들에게 뒤에서 장난을 걸 때 자주하던 엉성한 여행자의 손가락 모양과 너무도 닮아 있습니다.

갑자기 예전의 그 장난을 누군가에게 해보고 싶어집니다.
'저 손모양 저대로...!!!'




현등사, 운악산, 가평



'뎅...뎅...뎅...'
왠지 그리했다가는 현등사의 범종을 타종할 때 들리는 소리를 
자신의 머리나 얼굴이 직접 경험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절에서 불상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하는...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 




현등사 백팔계단, 운악산, 가평





현등사, 운악산, 가평



다른 계절에 현등사를 찾았다면 아마 '백팔계단'으로 올라왔을 것입니다.
하지만 계단이 얼음으로 '꽁꽁' 얼어 있습니다. 

덕분에 불이문도 먼 시선으로만 바라보아야 했습니다.

아마 '정상적으로' 운악산 산행을 목적으로 방문했더라면
'아이젠'과 '스틱'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왔을 것이기 때문에 '얼음'도 전혀 문제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 '뜻하지 않게' 방문한 현등사이기 때문에 복장은 '등산 때'의 그것과 거리가 좀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리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산에서는...절대적인 안전의 확보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안전과 조심스러움에 부주의 한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질문하고 싶습니다.

'안전을 소홀히 하는 그대...당신은 도대체 누구인가?...;;;'
 



현등사, 운악산, 가평




가평하판리삼층석탑지진탑, 운악산, 가평



얼음계곡을 병풍처럼 거느리고 있는 '전혀 멋부리지 않은' 불상,
그리고 보조국사에 의해 너무 강한 경내의 지기(地氣)를 약화시키기 위해 세워졌다고 전해지는
고려 중기 양식의 '아주 투박해 보이는 키작은' 삼층지진탑을 보면서 
'수수한 산사인' 현등사와 너무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잠시 해 봅니다.

만일 이런 고즈넉한 산사에 황금색 번쩍번쩍한 불상이나,
으리으리하고 압도적인 외양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면 정말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덧붙여 해 봅니다.

'주위 환경을 누를 만큼 우월하고 멋진 것이 훌륭한 것이 아니라,
주위 여건에 조화롭게 잘 어울리는 것이 훌륭한 것이다...'

주위와 어울리지 못하고 튀는 그대...당신은 도대체 누구인가?...;;;




현등사의 극락전, 운악산, 가평





현등사의 관음전, 운악산, 가평 
 

정면 3칸, 측면 2칸의 구조를 가진 '극락전'과 
'ㄷ'자 모양을 하고 서 있는 관음전, 보광전을 사진으로 담는 동안
'아쉬운 마음'이 엉성한 여행자를 잠시 사로잡습니다.
 
사실 관음전과 보광전 건물은 건물의 구조도 특이합니다만,
건물의 기둥에 매달아 놓은 '목탁'이 볼거리입니다.

특히, 예전에 '목탁안에 새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기른다고'하여 화제가 되었던 목탁은
이 한적한 현등사에서 여행자가 꼭 챙겨 볼만한 '포인트' 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들어갈 수 없도록 해 놓았습니다.
낮은 울타리의 빗장을 걸어 두고 외부인의 방문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현등사의 목탁을 가까이서 볼 기회를 가질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그냥 울타리를 조용히, 그리고 살짝 넘어서 보고 올까?'

'부정행위를 저지르려고 생각하는 그대, 당신은 도대체 누구인가?...;;;'




현등사에서 바라 본 운악산, 가평





현등사에서 바라 본 운악산, 가평



현등사의 경내를 떠돌던 걸음을 멈추고 잠시 고개를 들어 운악산의 봉우리들을 바라봅니다.
기암괴석들과 눈에 쌓인 능선들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재빨리 그 모습들을 사진으로 남깁니다.

그러고 보면 참 명당에 지어진 현등사입니다.

이 정도 전망을 가진 곳에 집을 짓고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운악산을 바라보면서 머리속에는 벌써 예쁘고 멋진 집 한채가 지어졌습니다. 
마당에 노천온천도 있고, 내부는 초현대식에 깔끔하면서도...한국적인 멋도 가미하고...음...
그러다가......
현등사의 터가 지기가 쎄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칩니다.

'우르르...폭삭...'

집을 함부로 허무는 그대, 도대체 당신은 누구인가?...;;;




운악산, 가평


비오듯이 흐르던 땀이 마르면서 이제는 오슬오슬 한기가 올라옵니다.
우우우...이대로 조금만 더 있으면 저체온이든, 감기든, 몸에 안좋은 증상 하나는 얻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내려가자...!!!'

추워지려고 할 때는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 줘야 합니다.
땀이 좀 더 말라서 체온을 완전히 빼앗아 가기 전에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바램도 참 자주 바뀝니다.

처음 현등사에 도착했을 때 만해도 비오듯 흐르는 땀이 너무 싫어서,
'땀이 좀 말랐으면...'하고 바랬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땀을 좀 내려고' 합니다.

너무 자주 마음이 바뀌는 팔랑귀를 가진 그대, 도대체 당신은 누구인가?...;;;




메밀 막국수, 운악산, 가평




김치 파전, 운악산, 가평


운악산 현등사에서 내려와 하면에 자리 잡고 있는 두부집으로 들어갑니다.

운악산은 손두부가 굉장히 유명한 곳입니다.
그러나 손두부는 '맛'만 보고 개인적으로 그보다 더 좋아하는 '막국수'를 주문합니다.

왠지 산행을 마치고는-물론 이번에는 가벼운 산책수준이었지만-막걸리와 잘 어울릴 듯한 막국수를 
먹어 주는 게 훨씬 더 좋을 듯 싶어서 입니다.

그러고 보면 오늘 많은 맛을 느껴 보는 것 같습니다.

막국수의 쌉쌀한 맛, 김치파전과 손두부의 담백하고 고소한 맛,
그리고 겨울 산사의 호젓하고 운치있는 맛까지...

물론 엉성한 여행자에게는 고즈넉한 산사인 운악산 현등사의 '고요한 맛'이 최고 일품이었지만 말입니다...;;;

안다의 국내여행기...다음으로 이어집니다...




현등사, 운악산, 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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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도 오늘 가평을 다녀왔습니다....
    운악산 밑에 있다는 장어를 먹으러 가려다가 청평에서 길을 잘못 들어서..ㅋㅋ그냥 서울로 가 버렸네요..ㅎㅎ
    참 고즈넉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산사네요...

    2011.02.20 23:14 [ ADDR : EDIT/ DEL : REPLY ]
  3. 아... 평안해서 너무 좋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간단한 질문이지만 쉽지가 않은 문제입니다..ㅠㅠ;

    2011.02.21 03: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이 글을 읽고
    도대체 나는 누구일까..
    하루종일 고민하고 생각할거같습니다..

    2011.02.21 07:53 [ ADDR : EDIT/ DEL : REPLY ]
  5. 오랜만에 찾아뵙습니다. ^^
    여전히 안다님의 블로그에서는 사진들이 정말 따뜻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한겨울의 발가벗은 나뭇가지 한장조차 저렇게 따뜻함이 전해질까요.
    요즘은 조금 쉴수있는 조그마한 산사에 들러 막걸리 한잔 하고 싶네요.
    좋은 사진 구경 잘하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되세요 ^^

    2011.02.21 09: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겨울산, 겨울산사
    정말 매력적인거같아요~
    도시에서 사는 도시인들에게는 정말 한번씩 꼭 가봐야할거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2011.02.21 10:06 [ ADDR : EDIT/ DEL : REPLY ]
  7. 안녕하세요. 안다님.. ㅎㅎ
    즐거운 주말 보내셨나요? ㅎㅎ

    포스트 내용중에 세면 금지란 이미지가 눈에 뜨네요. ㅎㅎ
    정말 저런 좋은 곳에 가서 그런 몰지각한 행동을 하는 분들이 있는가 봅니다.

    시원하지만 사진에서 보여지는 맑은 공기가 제게도 느껴지는 것 같아요.
    속이다 후련하네요. ㅎㅎ

    좋은글과 이미지로 마음과 생각을 청소하고 갑니다.
    시작된 한주 즐거운 한주되시기 바래요.

    2011.02.21 11: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오랜만에 현등사를 다시 보네요~
    월요일을 기분 좋게 시작하세요~

    2011.02.21 11: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정말 고요한 산사의 겨울이 느껴지네요.. ^^
    운악산 현등사 잘 보고 갑니다~~~

    2011.02.21 11: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비밀댓글입니다

    2011.02.21 12:17 [ ADDR : EDIT/ DEL : REPLY ]
  11. 현등사 백팔계단 사진...
    제가 정말 좋아하는 사진 느낌이네요...ㅋ
    약간 오래된 느낌?^^ㅋ

    2011.02.21 12:1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이제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자라나겠어요..
    이번주는 정말 포근하던데~~ ^^

    2011.02.21 12: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이런 산사가 조용하고 좋은거 같더라구요..^^
    웬지 마음도 편안해지고..^^:

    2011.02.21 15:2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세면금지?
    헐...저렇게 크게 써 놓은걸 보니
    그런 사람들이 많았나봐요 ㅡㅡ;;

    2011.02.21 16:2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도리도리~ 어렵습니다
    하지만 김치파전이 너무 맛있어 보이네요 ㅎㅎㅎ

    2011.02.22 00:0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등산 후 먹는 막국수의 맛은 정말 꿀맛이었겠네요~~~~
    아웅~ 저도 산 죠아라하는데요~~~~ 부럽습니다. ^^
    잘보았구요~ 안다님 덕분에 늘 눈이 정화되고 마음도 정화되어 너무 좋아요~
    나중에 울 아들 델꼬 사릉도 가보고 여기 운악산도 가볼래요. 즐거운 포스팅 감사합니다!!!

    2011.02.22 10:06 [ ADDR : EDIT/ DEL : REPLY ]
  17. 금강산도 식후경인가요? ㅎㅎㅎ
    마음이 깨끗해지는 것 같습니다. 안다님이 스스로에게 물었던 질문들을
    저도 던져 보느라고 정신없이 웃었습니다.
    정말 어려워요~~ :)

    2011.02.22 11:06 [ ADDR : EDIT/ DEL : REPLY ]
  18. 겨울 운악산과 사찰 아름답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생각해봅니다.

    2011.02.22 16: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멋지고... 정말 고요한 느낌의 산사입니다^^

    좋은 사진들과 풍경이네요... 따뜻하고 잔잔한 음악이 듣고 싶어집니다^^

    2011.02.23 21: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겨자 살짝 곁들인.... 메밀막국수~ 멋진 여행의 마무리네요.
    눈이 살짝 남아있는.. 아직은 겨울.. 가평의 한적함도 매력적입니다.
    게을려져서.. 좀 오랜만에 들어왔더니, 여전히 멋진 곳곳들이 올라와있네요. 부지런한 여행자님 ^^
    세면금지와 부처의 손모양이 자꾸 떠오릅니다~ ㅎ

    2011.02.24 22: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1. 제목 때문에 노을언니가 생각 납니다 ㅎㅎ
    으악 운악산 포도도 맛잇공 요 막국수 듁음입니다 ㅎㅎ^
    여행 가셨나~

    2011.02.25 22: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