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2011.02.17 07:34



그녀는 과연 불행하기만 했을까?...
남양주의 사릉(思陵)에서 비운의 정순왕후(定順王后)를 생각하며...

사릉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골치 아픈 일이 있거나 심경이 복잡할 때면 '산'보다 '조선왕릉'을 찾고는 합니다.

그 조선왕릉 가운데서도 요즘같이 극도로 마음이 편편치 않을 때는 
특히 '사릉'에 들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고민을 가지고 왕릉에 들리는 것이 일반적이거나 평범한 행동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그렇다고 그다지 유별나거나 고리타분하게는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단지 왕릉, 그 중에서도 요즘같으면 사릉이 마음을 진정시키기에 특히 '좋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과 선택의 문제일 뿐... 



사릉의 소나무숲, 사릉, 남양주



조선왕릉을 조금이라도 다녀 본 여행자라면 아마 '사릉' 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
'4개의 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제일 먼저 하기 쉽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동구릉 하면 아홉개의 능을 가지고 있고,
서오릉하면 다섯개의 능을, 그리고 서삼릉은 세개의 능을 각기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사릉...하면 제일 먼저 '네개의 능'을 떠올리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하지만 사릉이라는 이름을 한문으로 옮기면 '思陵' 이 됩니다.
이름에 넉사(四)자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할 사(思)자를 쓰고 있습니다.

곧 '생각하는 능'...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일반적인 조선왕릉의 이름과는 많이 다른 형태의 이름입니다.
이름에 왠지 깊은 의미나 사연이 담겨 있을 듯 합니다.

동의하신다면...빙고~!!!



사릉의 정자각, 비각, 그리고 참도, 사릉, 남양주




사릉의 참도와 홍살문, 사릉, 남양주



사릉의 주인은 숙부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귀양가서 죽임을 당한 '비운의 왕, 단종'의 비인 정순왕후입니다.

정순왕후...
 그녀의 인생역정은 자신의 지아비인 단종 못지 않게 비운과 불행으로 쌓여져 있습니다.

1453(단종 1)년, 그러니까 그녀의 나이 14세 되던 해에 정순왕후는 단종비로 간택됩니다.
그리고 그 다음해(1454년)에 왕비로 책봉됩니다.

그러나 1455년에 단종이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물려주었음에도,
 사육신 문제로 1457년에 영월로 유배되면서,
정순왕후는 단종과의 생이별을 받아 들여야 함은 물론, 왕비에서 부인으로 강등되는 초라한 신세가 됩니다.

그 후 영월로 유배된 단종이 곧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면서 정순왕후는 장장 64년이라는 긴 세월을 
'홀몸'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먼저 간 '남편'을 사무치게 그리워 하면서 말입니다.




곡장과 능침, 사릉, 남양주




능역의 소나무 숲, 사릉, 남양주


종로구 숭인동에 가면 동망봉(東望峰)이라는 작은 언덕이 있습니다.
타향인 영월에서 외롭고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단종을 애도하며 그리워하며,
정순왕후가 매일같이 구슬프게 통곡을 하던 곳입니다.

그러나 마음만 구슬프고 서러웠던 것이 아닙니다.
단종보다 더 살게 된 64년 동안 그녀의 삶은 남루함과 생활고의 또다른 표현이었습니다.

의지할 자식없이 외롭게 살아가는 그녀의 삶은 시녀들이 동냥해 온 음식과 마을 아낙들의 도움속에 
연명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어찌보면 비운의 단종보다 더욱 비운한 삶...
요즘 표현으로 치자면 '비운의 종결자' 같은 삶을 살다 간 이가 정순왕후였습니다.




참도와 정자각, 사릉, 남양주




석재 뚜껑을 가진 예감(제향 후 축문을 태우는 함,보통 뚜껑은 나무로 만들어짐), 사릉, 남양주   




정자각과 능침영역, 사릉, 남양주



이런 사연들이 배경이 되어서 정순왕후의 능이 '생각사(思)'자가 들어간
'사릉'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평생 단종을 '생각'하며 일생을 보냈기 때문이지요...

엉성한 여행자가 머리 복잡하고 고민이 있을 때 사릉을 찾는 것은
아마 그 이름과 사연에서 오는 절절함에 쉽게 동화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가끔 해 봅니다.

물론 '매우' 호젓하고 한산한 사릉이기 때문에 '깊은 생각' 혹은 '아무 생각 않고 멍~하니 있을 수 있는 것에
커다란 도움이 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이긴 합니다만...... 

그렇게 사릉을 방문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언젠가부터 하나의 의문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그녀가 불행하기만 했을까?...'
'정말 그녀는 완전무결한 비운의 종결자 였을까???'




능침영역, 사릉, 남양주




능침영역, 사릉, 남양주




능침과 석호, 사릉, 남양주




능침영역의 석양, 사릉, 남양주



기록에 의하면 정순왕후가 동망봉에 올라가 곡을 하면 백성들도 땅을 치고 가슴을 치며 함께 곡을 하였다고 합니다.
또, 생계가 어려운 그녀를 위하여 채소나 과일등을 남몰래 넣어 주며 그녀 삶을 보필하고,
그녀를 위하여 그녀가 사는 초막 주변에 채소시장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전해 옵니다.

그리고 그녀가 82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할 때 많은 백성들이 따르고 애도했다고도 전해지는데요......

비록 남편과 왕비의 신분은 잃었지만 정순왕후는 백성으로부터 많은 사랑과 지지를 얻었던 것 같습니다.

동정에서 비롯되는 도움은 그 지속기간이 한정 되어 있기 때문에,
단지 연민의 감정만으로 64년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 웃고 울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정순왕후가 백성에게 받았던 여러 도움들은, 여러 눈물과 통곡들은...
분명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또한 그녀는......



정자각, 사릉, 남양주




홍살문을 포함한 사릉의 전경, 사릉, 남양주




혼유석의 부조, 사릉, 남양주


지금은 보기 힘든 '아날로그적인 사랑'의 표본을 경험했습니다.

한사람을 죽을 때까지 사랑한다는것...
그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지만 동시에 매력적인 일입니다.

세상이 빠르게 급변하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한 사람'만을 평생 사랑하는 '행운'을 얻기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제품도 인스턴트, 우정도 인스턴트, 삶의 목적이나 취미도 인스턴트,
그리고 사랑도 인스턴트화 되어 가는 이 시대에서,
정순왕후의 지고지순한, 아날로그적인 사랑과 감성은 차라리 부럽기까지 합니다.

비록 사랑의 대상이 이승에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존재이지만,
 그래서 '한'과 '참을 수 없는 아픔'으로 마음에 남았지만 말입니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두고두고 사랑할 수 있고, 잊지 못할 그 누구가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그녀의 인생은 '서럽지만 결코 실패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그 사랑을 후세의 많은 이들이 회자하고 귀감으로 삼는다면 더더욱...



능침영역에서 본 정자각, 사릉, 남양주




석재 예감 뚜껑, 사릉, 남양주




사릉의 소나무 숲, 사릉, 남양주



사릉에 들려 정순왕후의 '능'앞에서 그녀에게 두런두런 넋두리를 하고 오면 마음이 후련해 짐을 느낍니다.
'한'과 '아픔'이 많았던 정순왕후이기에 좀 더 깊이 이해해 주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많습니다.
괴로움이 많은 삶을 살았기에 사릉을 찾은 후손들에게는 밝고 기분좋은 얘기만 듣고 싶어할 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만일 그렇다면...죄...죄송합니다~;;;

그러고 보면 정순왕후는 위에 언급한 이유를 제외한다해도 충분히 행복해 할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절대적인 믿음속에서 고민을 들고' 찾아와 주는 것은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들고 '그녀의 능을 담은 사진'을 위해 방문해 주는 것은,
'대단히'기분 좋은 일이자 가치있는 인정이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이 아주 오랜 세월을 거치고 거쳐 이어진 '그녀의 백성'....이라면 더더욱 말입니다.
그 후손이 비록 형편없는 엉성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안다의 국내여행기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문인석, 사릉, 남양주




석재 예감 뚜껑, 사릉, 남양주




송림, 사릉, 남양주




능침영역 전경, 사릉, 남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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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풍경이 좋네요. 겨울이라 조금 쓸쓸해보이기도 하지만요.
    안다님덕에 국내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

    2011.02.17 18:2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안다님 오늘도 역사공부 잘하고 갑니다.^^

    2011.02.17 19: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와..... 사진의 구도가 참 멋지네요.
    어떻게 하면 저런 구도들이 나오는지..... 많이 찍어봐야겠죠??
    몰랐던 이야기들이였는데.... 잘보고갑니다.

    2011.02.17 19:49 [ ADDR : EDIT/ DEL : REPLY ]
  5. 에고,, 정순왕후가 그렇게 살았군요,
    너무 슬픕니다.. 과연 그게 말씀처럼,,
    불행한 삶이었을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세상에는 우리가 함부로 판단치 못할 일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글이 절절합니다. 저도 요즘은 영,,ㅠㅠ
    화이팅하십시요. 아니 하자구요,,ㅎㅎ^^

    2011.02.17 20:49 [ ADDR : EDIT/ DEL : REPLY ]
  6. 역사책에서 읽고 보던 것과 달리
    블로그의 이야기처럼
    우리의 역사를 많이 알 수 있는 유저의
    유익한 내용을 참고합니다.

    2011.02.17 21:25 [ ADDR : EDIT/ DEL : REPLY ]
  7. 웬지 집근처에 있는 선정릉에 가보고 싶네요..ㅋㅋ
    카메라 들고 함 가봐야겠어요..^^

    2011.02.17 21: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사진 멋드러집니다~
    글 잘보고 갑니다~

    2011.02.17 22:44 [ ADDR : EDIT/ DEL : REPLY ]
  9. 한국의 전통 사찰이나 기와집 너무 좋아해요
    언제 한국에 가볼 수나 있을런지...
    이번 년도 비수기를 공략해 볼까요^^

    2011.02.18 09: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사릉의뜻을 알았어요...^^
    이곳에 가게되면 생각이 깊어지고
    또한 정순왕후를 더 자세히 알수있을거같은데요
    안다님의 여행은 제가 안가본곳으로 가는지라..ㅎㅎ
    가고싶네요

    2011.02.18 09:12 [ ADDR : EDIT/ DEL : REPLY ]
  11. 청솔객

    세계에서 가장 슬픈 왕비 '정순왕후'.
    작년에 뮤지컬을 보면서 주책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의 '정순왕뮤지컬'포스트에 엮는걸 허락해 주십시오.^^*

    2011.02.18 11:25 [ ADDR : EDIT/ DEL : REPLY ]
  12. 앗 오늘 이웃분 블로그에서 이 역사에 관련된 책을 소개해주셨는데
    이렇게 직접 사진으로 보니까 넘 신기합니다
    정순왕후의 안타까운 삶이 그대로 전해지네요
    가끔 이런곳에서 저도 사색에 잠기고 싶습니다ㅎㅎ

    2011.02.18 11:5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잠시나마 옛시간으로 돌아간 호젓함 속에서 인생은 뭘까하고... 문제풀이일까?....
    행복한 시간 되세요~~~!

    2011.02.18 15:13 [ ADDR : EDIT/ DEL : REPLY ]
  14. 민트향기

    정순왕후의 순애보에 눈물이 찔끔 나오려고 하네요.
    고민을 안고 방문을 할지라도...
    왠지 안다님의 발걸음을 반기셨을것 같아요~ ^^

    2011.02.18 17:54 [ ADDR : EDIT/ DEL : REPLY ]
  15. 저는 중학교때 소풍 코스가 항상 서오능 아니면 서삼능이어서 자주 가 봤는데.. 사릉은 못가봤네요...
    저에게 왕릉의 풍경은 거의 비슷한 느낌이지만...사릉...안다님의 이야기와 함께 가본다면 느낌이 남다를것 같아요.

    2011.02.18 19: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아날로그적 사랑이라는 단어가 정말 와닿습니다.
    사연있는 곳으로의 여행만큼 즐거운 것이 또 있을까요..??? ^^
    오늘 글 정말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2011.02.22 10:04 [ ADDR : EDIT/ DEL : REPLY ]
  17. 사릉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색다르네요.
    뒷편으로 올라가셔서 촬영하신건지요?
    무덤의 주인이 바라보는 풍경이.. 바로 저러하지..않을까 싶습니다.
    집근처에 선릉이 있어서 종종 운동삼아 가는데.. 정말 사색과 어울리는 곳이 바로~ 이런 정돈된 "능"이 아닐까 싶습니다.
    문화재라 잘 관리되어있고, 또.. 보기좋은 나무들도.. 좋구요.
    조만간 선릉~ 소식도 볼 수 있지..않을까 기대해볼께요!

    2011.02.24 22: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사진의 구도가 마음을 끄네요. 잘봤습니다.

    2011.03.10 18: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우리 동네 진건읍 사릉리!
    매일 다니는 도로인데.....좋네요!!!!!좋아!!!!!!

    2011.08.03 09:32 [ ADDR : EDIT/ DEL : REPLY ]
  20. 글도 좋고 사진도 끝내주는군요.

    2011.08.13 02:0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1. 임가네.

    유교가 일상을 지배하던 조선제국에서 세조는 유학자와 일반 백성들에게 찝힐 수밖에 없는 왕이죠.왕권강화란 역할을 했더라도...

    2013.09.19 13:26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