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tnam/중부2010.05.06 06:47





베트남에 오기 전 하롱베이와의 선택문제에서

결국 '훼'로 결정 한 이유는 앞서 언급한 동선문제와 더불어

훼라는 도시의 '역사유적 관광지' 라는 성격 때문이었다.











 
 
 

'훼(HUE)'는 베트남을 최초로 통일하고 143년(1802~1945)간 13명의 황제를 배출한

응우옌(Nguyen) 왕조의 수도였던 도시이다.

 

경험상 어떤 나라를 여행할 때, 과거 그 나라의(혹은 왕국의) 수도였던 도시는 반드시 방문해 보는 것이 좋다.

 

현재도 대부분의 나라에 해당 되지만 '한 국가의 수도' 라는 의미는 단순히 정치,경제의 중심지를 넘어선다

'수도'는 예술과 문화, 건축, 교육, 거주자의 삶 등 모든 부분에서 당대 그 나라를 대표하는 것들로 꾸며져 있다.

또한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그곳의 거주자들은 대부분 '한때는(혹은 지금까지도) 최고 중심지였던 곳의 후예' 라는 자부심이 대단한데,

이러한 자부심과 비례해서 과거의 전통과 모습이 그만큼 잘 전달, 계승되어 오고 있을 확률은 높다.

 

즉, 여행자의 입장에서 볼때 '볼꺼리, 알꺼리, 느낄꺼리, 찍을꺼리' 가 풍부하고

제한된 시간안에서 도모하는 여행의 효율성을 감안해 보면 실패할 가능성이 또한 가장 적은 곳이다. 











 

전날 신카페에서 훼로부터, 호이안, 나짱, 달랏, 무이네, 호치민을 경유하는 오픈투어버스 티켓을 구입하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있는 훼 왕조릉을 들러볼수 있는 보트투어를 예약했다.

훼에 오기 전 '훼'에서 반드시 해야할 3가지


1. 훼 왕조릉 보트투어


2. 오래된 성벽으로 둘러싸인 구시가지의 훼왕궁 들리기


3. 훼가 원산인 유명한 쌀국수 '분보훼' 먹어보기


로 정했는데 그 첫단추 꿰기를 시작한 셈이다.










                                                                                                                      

훼의 보트투어는

훼를 반으로 가르며 유유히 흐르는 흐엉강(Song Huong)주위에 위치하고 있는 3개의 왕능과 2개의 사원을

반나절동안 용모양(Dragon Boat라고 한다)의 배를 타고 이동하며 둘러볼 수 있게 만든 투어 프로그램인데,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1. 가격 : 인당 90,000 VND(한국돈 환산≒7.200원)


2.소요시간 : 오전 8시~오후2시 (6시간)


3. 방문지 : 뜨득왕릉, 민망왕릉, 카이딘왕릉, 티엔무사원, 혼젠전


* 불포함내역 : 각 능의 입장료 (각 55,000 VND), 혼젠전 입장료 (22,000 VND)

                 점심식사 (식사는 보트내에서 하며 따로 주문받는다.)




                                                           (왕릉보트투어에 사용되는 용머리 보트 -흔들림이 심하다)




서울에서 훼에 도착하기까지의 긴 여정과 하염없이 내리는 비에 의욕이 꺾인 탓에 늦잠을 자고

결국은 7시50분 집결시간을 20분이나 넘겨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집결장소인 '신카페'에 가서

여행이 가능한지 물어보니 돌아오는 대답은 "No problem, It's okay"

 

약속시간을 지키지 못해 입이 열개라도 할말은 없지만 역시 동남아...라는 생각이 든다.

 

동남아 여행을 하면서 시간관념에 관해 항상 느끼는 것이 

그들의 '제 시간'이라는 개념은

약속된 그 시간이 아니라, '그 일이 이루어지기 시작하는 바로 그때' 라는 것...

 

여행사 직원의 안내로 흐엉강 선착장으로 가니

여러대의 용머리모양의 보트들이 줄지어 서 있다.

내가 타야 할 보트에 오르며 여행을 함께할 일행들에게 "늦어서 미안하다"고 얼굴을 못들고 인사하니

"괜찮아요...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지각생들이예요" 라고 영어로 화답이 온다.


- 나 외에 지각한 사람이 더 있다 ? -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공범의식은

절대적인 긴장과 민망함으로부터 해방감을 맛보게 한다.

(지각은 결코 해서는 안되는 일이긴 하지만...^.^::) 






                                                           (흐엉강을 가로지르는 푸쑤언 다리 - Cau Phu Xuan)










 



                                                                           투어 지각생들을 태우고 출발한 보트는

다행히 빗줄기는 조금 잦아 들었지만 여전히 많은 비를 뿌릴듯한 잿빛 하늘과

동남아시아 특유의 누런 빛깔 강을 거슬러 오르며 일상적인 훼의 강변 풍경을 보여주었다.






 

선착장을 출발하여 약 10여분 흐엉강을 따라서 가다보면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커다란

주홍색의 탑이 보이는 데 이곳이 바로 보트투어의 첫번째 방문지인 '티엔무(Thien Mu)사원'.

 

'자비'라는 뜻을 가진 사원답게 흐엉강을 자애롭게 바라보고 있는 형상인데,

1884년 '티에우찌' 황제에 의해 세워진 약22m 높이의 팔각7층석탑이 유명하다.

















 

 

 

석탑을 등지고 문 하나 사이에 절의 본당이 있는데 내부에 있는 청동불상은 폴란드 인 '진 데 라 클로이스'가 제작한 것이라고...











 

                                                     (절의 본전 앞에 있는 청동화로 -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해 준다)




티엔무 석탑을 제외하면 사원의 여타 모습들은 과거 불교문화권이었던 

우리나라 여행자들에게
크게 어필되지는 않는다.

허용되는 자유 관람은 40분, 사원관람을 마치고 보트에 승선하니 점심주문을 받는다.

 

다음 방문지는 뜨득황제능(Tom of Tu Duk)인데 티엔무 사원 관람을 마칠 무렵 다시금 퍼붇기 시작한 비에

아쉽지만 뜨득황제능 입구에서 관람을 포기.

 

선착장에서 뜨득황제능 입구까지는 오토바이로 이동하는데,

- 오토바이 기사들이 선착장에 대기하고 있다 -

보트투어 시작 전 나눠주는 목걸이형 여행사 패찰만 걸고 있으면 무료로 이용한다.

 

참고로 보트투어 중 2번 오토바이 뒷자리에 앉아 선착장에서 왕릉의 입구까지 이동하게 되는데,

뜨득황제능과 마지막 방문지인 카이딘(Khai Dinh)황제능이다.

 

다른 일행들이 40분 동안 쏟아지는 빗속에 뜨득황제능을 관람하는 동안,

입구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는 기념품 가게에서 음료를 마시며

이런저런 상념에 젖었다.





                                                                              ( 혼젠전 입구에 있는 건물)



내리는 많은 비에 뜨득황제능 다음으로 들린 혼젠전도 입장료를 내야하는 본 건물은 포기하고

입구에서 그냥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대체했다.


많은 비로 인해 제대로 뜨득황제능을 관람하지 못한 다른 일행들도 함께...


민망(Minh Mang)황제능에 도착한 것은 보트안에서 점심을 먹은 후였다.






                                                                     (이 건물 안에 민망황제의 공덕비가 있다)

 

이번 훼 여행에서 속절없이 내리는 비를 보며 억지로 찾았던 위안거리 두가지는


가격에 비해 형편없던 점심도 보트안에서 내리는 비를 보며 먹으니 그나마 참을만했다라는 것과


고즈넉하고 세월의 무게를 잘 간직하고 있는 민망황제능은 빗속에서 대단히 운치있어 보였다는 것.






 

 












 

 

 

 

흡사 왕실의 정원같이 잘 꾸며진 민망황제능은 1841년부터 1844년까지 3년에 걸쳐 조성된 곳이다.


훼의 왕릉 중 가장 아름답고 우아한 왕릉이라는 평가를 받는 곳 인데,


요소요소를 카메라에 꼼꼼히 담기엔 주어진 40분의 자유 시간이 부족할 만큼 꽤 규모가 크다. 




(건물 내부에 민망왕을 기리는 송덕비가 보인다)









(송덕비가 보관된 건물앞에는 문,무관 및 코끼리, 말등의 석상을 세워놓았다. 이것은 훼 왕릉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검붉은 돌담을 따라 걷다보면 만나게 되는 곳이 황제가 즐겨 놀았다는 민라우(Minh Lau)라는 누각이다.

민라우는 한문으로 고쳐쓰면 명루(明樓))









민라우(Minh Lau)는 2층의 붉은 건물로 연못을 나란히 가로지르는 3개의 다리를 통해야만 갈 수 있다.

 

중앙의 다리는 황제가, 좌·우의 다리는 문,무관이 각각 이용했다고 한다.






( 민라우에서 본 나란히 놓인 3개의 다리. 어느 다리를 통해서 건너 볼까?)






 

 

 

 

민라우에서 보는 민망황제능의 경관은 참 아름답다.

인공으로 조성한 호수와 조화를 이루는 각 건축물들은

마치 각각의 내용은 서로 다르지만 유기적인 연결이 되어있는

시리즈 영화를 보는 듯 하다.






(정대광명 이라고 쓰여진 저 문과 다리로 연결 된 곳이 바로 민망황제능이다)





 

 

 

 

보트투어의 마지막 방문지인 카이딘(Khai Dinh)황제능은 사실 이번 보트투어에서 가장 기대한 곳이었다.


베트남에 오기전 찾아 봤던 많은 자료사진들 중에서도 그 모습은 가장 인상적이었고 독특했다.


흑백이 조화를 이룬 색감, 서구 스타일의 외관이 눈길을 사로 잡는 건축물들과 가지런히 도열한 석상들.


훼를 소개하는 책자에 거의 빠짐없이 메인 이미지로 이용되는 곳.






(카이딘 황제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그의 아들 바오다이가 세운 송덕비가 있는 석재 정자형 건물)







카이딘 황제능의 입장권을 구입하고 (55,000VND) 경사가 급한 계단을 다 오른 후

-계단 밑에서는 위의 전경이 잘 보이지 않는 구조다-

조우하게 되는 카이딘 황제능의 경관은 이미 사진으로 충분히 익혔음에도 불구하고

시선을 잡아끄는 특별한 매력이 있었다. 




















(카이딘황제릉의 석상들은 전혀 베트남스럽지 않은 얼굴을 가지고있다)




 

그러나 이렇게  훼 왕능 중 가장 이국적이고 무덤같지 않은 매력을 가진 카이딘 황제능이

사실은 당시 프랑스 식민지배의 영향으로 전통문화가 무너져갔던 베트남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꿍 티엔딘(Cung Thien Dinh-계성전). 이 건물안에  카이딘 황제의 동상과 무덤이 안치되어 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카이딘황제릉을 마지막으로 보트투어는 끝이 난다.


그러나 나에게는 보트투어의 끝이 훼 여행 전체의 종료가 되어버렸다.

훼에서 머물렀던 2박3일동안 줄곧 내게 스트레스를 주었던 많은 양의 비는 결국

가장 보고 싶어했던 카이딘 황제능 투어를 주어진 시간보다 빨리 종료시켰고

하늘이 하얗게 날아가거나 어거지로 급하게 찍은 사진들만을 남겼으며

왕궁을 포함한 훼 구시가지를 포기하고 찜찜한 마음으로 다음 방문지인

호이안을 향해 서둘러 짐을 싸게 만들었다.











                                                                               (빗물에 잠겨버린 훼 시가지)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여행과 사진을 좋아하는 Blogger들]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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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며칠 후에 베트남으로 떠납니다.
    올려주신 포스팅들 찬찬히 읽어 보고 떠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진이 아주 예술이에요~~ 너무 멋집니다~~~

    2010.12.18 00: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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