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제주여행기2012.03.27 08:00




제주도의 전통을 다끄다, 오메기술

'오메기술'은 제주무형문화재 3호로 지정된 '명주(名酒)'로
역시 제주무형문화재로 지정(제 11호)되어 있는 '고소리술'과 더불어
'제주도 전통주(酒)'의 양대산맥을 형성하고 있다.

좁쌀과 누룩을 이용하여 빚었다는 공통점을 가진 이 둘의 차이는 '발효식'인가 '증류식'인가 하는 점이다.
오메기술은 전자에 해당되는 '발효주'로서 '좁쌀과 누룩'을 재료로 한 막걸리로 이해하면 되겠다. 

'진짜배기' 오메기술은 일일히 사람 손을 필요로 하는 꼼꼼한 주조과정을 거쳐서 탄생된다. 
때문에 대량 시판이 어려워 제주도민들도 쉽게 접하기 힘들다고 하는데...

다행스럽게도 그 '귀하신 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표선에 위치한 '제주민속촌'에서
어찌보면 오메기술보다 '더욱 귀하신 몸'인 강경순 씨의 직접 시연을 통해 경험해 볼 수 있었다.
강경순 씨는 '오메기술 기능 전수자'로서 김을정 '오메기술 전통기능보유자'의 막내 딸이다.
   




오메기술을 빚는 과정을 시연하는 공간, 제주민속촌, 표선, 제주도





오메기술의 원료가 되는 차조, 누룩등이 소쿠리에 담겨져 있다, 제주민속촌, 표선, 제주도




"많이 늦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약속시간을 한참 넘겨 도착한 탓에 사과의 마음을 가득 담은 목례로 인사를 대신하고
제주민속촌 관계자와 함께 뛰다시피 도착한 곳은 작은 초가집.

안을 들여다보니 무쇠솥이 놓여 있는 아궁이에서는 불붙은 장작들이 매캐한 연기를 뿜고 있었고,
몇개의 작은 소쿠리에는 곧 오메기술로 거듭 날 차조와 누룩덩어리들이 소담스럽게 담겨져 있었다. 

'지나치게 소박하다...'
의자하나 없는 썰렁하고 투박한 분위기와
 너무도 단촐한 재료구성을 보며 걱정과 의구심이 앞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설마...지금 이 상태로 술을 만든다는 것은 아니겠지???"





빻아 놓은 차조를 섞고 있는 강경순 오메기술 기능 전수자, 제주민속촌, 표선, 제주도




"꼼짝않고 기다리느라 몸이 굳었어요...
몸도 녹일 겸 바로 작업을 시작해도 되겠지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준비해 둔 차조를 빻아 가루로 만든 후
다시 커다란 그릇으로 옮겨 그것들을 섞고 있는 강경순 기능전수자의 손놀림에 거침이 없다.

"자...지금 보시고 있는 과정이 오메기술을 만드는 첫번째 단계입니다.
  빻은 차조가루를 잘 섞어 줘야 되요...정성스럽게 골고루 골고루"





오메기술의 재료인 차조가루를 물과 섞어 반죽을 해 놓은 모습, 제주민속촌, 표선, 제주도




그 다음 순서는 가마솥에 끓여 둔 물을 부어 반죽을 하는 것.
곱게 빻아진 차조가루가 반죽이 되면서 점점 '찰기'를 띠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단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
물을 붓기 여러번, 반죽을 치대고 주무르고의 연속.

그 후로도 한참 동안 이어지는 반죽과의 씨름...

"손을 많이 탄 반죽을 사용할수록 술맛은 좋아집니다.
그렇기에 치대고 주무르고를 반복하곤 하지요...
힘들고 지루하지만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 소홀히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위의 손가락을 꾸~욱 한번 눌러주세요~감사합니다~^^> 

 




반죽을 떼어서 둥글게 모양을 잡는 장면, 강경순 기능 전수자의 오메기술 주조시연, 제주민속촌, 표선





둥글게 만든 반죽을 손바닥으로 눌러 납작하게 만들고 있는 강경순 오메기술 기능 전수자, 제주민속촌, 표선, 제주도




반죽이 '충분히' 탄탄해졌음을 확인한 후에 그녀는 치대는 작업을 끝냈다.
그리고 이어서 반죽을 떼어 양손 사이로 굴리며 둥글게 모양을 잡은 후,
다시 손바닥으로 눌러 납작하게 만들었다.

재차 그러한 과정을 반복하는 강경순 기능 전수자를 물끄러미 바라 보다가 
줄곧 가져왔던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어졌다.

"도대체 술을 만드는 데 왜 반죽이 필요하며, 
지금처럼 반죽의 모양을 잡는 것은 또 어떤 이유에서인지요?
'술'을 빚는 것이라기 보다는 꼭 '빵'을 만드는 것처럼 보여집니다"




손바닥에 눌려 납작하게 변한 반죽을 보여주고 있는 강경순 오메기술 기능 전수자, 제주민속촌, 표선, 제주도




"아...바로 보셨습니다.
지금 보시고 있는 것은 바로 술떡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오메기술을 담그기 위해서는 이처럼 '술떡'을 만드는 것이 필요한데요,
오메기술이라는 이름의 기원도 바로 이 술떡에서 비롯된 것이랍니다"

대답을 하면서도 그녀의 손바닥은 납작한 반죽덩어리들을 쉴새없이 뽑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몇 몇개는 가운데 구멍을 뚫어 놓기도 했는데 
그 모양이 꼭 '구멍 뚫린 도너츠' 같았다. 빨리 익으라는 이유에서란다.





구멍을 뚫어 놓은 반죽은 흡사 도너츠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제주민속촌, 표선
  



구멍을 뚫어 놓은 반죽을 들고 있는 강경순 오메기술 기능 전수자, 제주민속촌, 표선, 제주도



"지금 만들고 있는 오메기술의 오메기가 무엇을 의미하는 말인지 혹시 아세요?
오메기란 말이죠..." 

그녀의 설명에 의하면 제주방언인 오메기는
동그랗게 모양을 만든 후 가운데 부분을 눌러 오목 들어가게 하거나
구멍을 뚫어 놓은 떡의 모습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이 떡이 술에 쓰이면 오메기술 떡,
그 위에 팥고물을 뿌려 두면 오메기 떡이라고 부른단다.

물론 오메기술떡이나 오메기떡이나 굳이 구별않고 '오메기떡'으로 불러도 무방하지만...





오메기술 떡의 반죽을 솥에 넣기 직전의 모습, 제주민속촌, 표선, 제주도




잘 익혀진 오메기술 떡을 솥에서 건져낸 모습, 제주민속촌, 표선, 제주도




그렇게 한데 모아둔 오메기 반죽 덩어리들은 곧 끓는 물에 넣어졌다.
그리고 물 위에 뜰 때까지 일정시간 동안 솥 안에서 삶아졌다.

"자...이것보세요...떡이 다 만들어졌네요~!!!"

가마솥의 뜨거운 기운을 대기로 증발시키면서 눈 앞에 나타난 것은
반죽의 탈을 완전히 벗고 새로운 변신에 성공한 오메기떡~! 
 



오메기술에 사용되는 오메기떡, 제주민속촌, 표선, 제주도




잘게 잘라 놓은 오메기떡, 제주민속촌, 표선, 제주도



"예전에는 여자들이 오메기 술을 빚으면
남자들은 중간에 이 떡을 가져다가 술안주를 하고는 했지요"

이야기를 들으며 오메기떡 하나를 입 안으로 가져가 보았다.

좁쌀 특유의 은은한 고소함이 첫 인사를 건넨 후,
잔잔한 달콤함이 여운으로 남아 줄곧 혀끝을 맴돌았다.

자극적이거나 천박함과는 거리가 먼,
그렇다고 결코 밋밋하지도 않은 오메기떡의 중독적인 맛에 빠져 
한동안 일체의 생각과 행동을 정지시킨 채 먹는 것에만 집중했다.




오메기떡을 다시 물과 함께 으깨는 장면, 제주민속촌, 표선, 제주도


 
왜 오메기술이 무형 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훌륭한 술'로 인정 받는지
'오메기 떡'을 맛본 것 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하고 남음이 있었다.
  
오메기떡은 술이 되어서도 이토록 므흣한 맛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을테니...

잠시 후 입에 즐거움을 주었던 오메기떡은
술로 거듭날 준비를 하면서 탄탄했던 찰기를 풀어 헤치고 있었다.

강경순 기능 전수자의 양손은 아직 온기를 지닌 오메기떡들을 철저하게 으깨어 놓았다.

그리고...이어지는 과정은...




으깨어 놓은 오메기떡에 넣을 누룩을 푸고 있는 장면, 제주민속촌, 표선, 제주도





누룩과 으깬 오메기떡이 만나 오메기술로 발효되고 있는 장면, 기포가 꽤나 많이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다, 제주민속촌, 표선, 제주도 




으깨 놓은 오메기 떡에 누룩을 섞는다. 이어서 이번에도 반죽 때와 마찬가지로 '한참 동안'을 치대준다.

 그리고  물을 부은 후 술독으로 옮겨 약 열흘 정도 발효시키면 오메기술이 완성된다고.

오메기술을 만드는 과정 내내 잠시도 쉼없이 쭈그려 앉아 모든 일을 척척 해낸 강경순 기능 전수자.
힘들지 않은가란 엉성한 여행자의 우문에
 
"왜 힘들지 않겠어요. 많이 힘들지요. 익숙해져 있다고 해도 여전히 힘은 드네요.
오메기 술 주조는 보시다시피 무척 손이 많이 가는 일입니다.
때문에 지금은 일반 가정에서는 거의 만들지 않아요.
과거에는 오메기술을 직접 담그는 집이 적지 않았는데 말이죠"






오메기술을 앞에 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강경순 기능 전수자, 그녀의 오메기술에 대한 사랑은 끝이 없다




장소를 옮겨 그녀가 예전에 만들어 두었던 오메기술을 시음해 보았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오메기술은 오메기떡을 먹었을 때 느껴보았던 
'은근하지만 유쾌한 맛'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막걸리라고 하지만 '탁하지' 않았다. 첫과 끝이 한결같이 깨끗한 느낌이었다.
알콜함유량은 14도에 이르지만 마치 과일주스같이 달짝지근하고 부드러웠다. 때문에 목 넘김에 부담도 없었다. 

술과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까지도 충분히 사랑 받을 수 있는 맛...





오메기술과 오메기떡, 제주민속촌, 표선, 제주도



"화산섬이기에 제주도는 '벼농사'가 힘든 땅입니다. 언제나 벼가 부족했지요.
때문에 다른 지방에서는 쌀이 주원료인 막걸리가 이곳에서는 밭 작물인 좁쌀로 대체 되게 되었지요.
   그 덕분에 제주도만의 '고유함' 을 가질 수 있게 되었지만요..."

제주도의 독특한 환경에 의해 탄생되어 지금까지 전해져 오는 오메기술...

앞으로도 그 전통이 계속 다끄어지길 희망해 본다. 

아울러...
'제주도스러운' 그 맛이 언젠가는 제주를 넘고 한국을 넘어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민속주'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오메기술은 그럴 자격이 충분하므로...
안다의 제주여행기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오메기떡의 반죽을 들고 있는 강경순 오메기술 기능 전수자, 제주민속촌, 표선,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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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워 ~ 제주에 이런 것도 있네요~ 정말 한 번 맛보고 싶어요~

    안다님 사진은 언제나 예술~!

    2012.03.27 12: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네요.
    오메기떡 맛도 궁금하고... 술은 별로 안좋아하지만 오메기 술 맛도 한 번 보고 싶군요 ㅋ

    2012.03.27 13: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캬~~~~ 한잔하고 싶습니다 ^^ ㅎㅎㅎ

    2012.03.27 15:0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저렇게 손이 많이 가다니 ....정말 귀할수 밖에 없는 술인 것 같네요
    아~ 저번에 제주도 여행가서 민속촌도 가봤는데, 요 오메기술을 놓쳤네요
    아쉬워라 ~~ ㅋ

    2012.03.27 15:3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신록둥이

    좁쌀술이군요.
    저런 전통주의 비법은 오래도록 전수가 되도록 잘 이어가야겟어요.
    우리도 명절때면 시어머님께서 술을 빚어셨는데...그 술을 맛보고 싶네요.
    글 감사히 읽고 갑니다~

    2012.03.27 16: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오메기술 떡이라는 말의 기원이 그런것이었군요.
    술도 되었다가 팥을 이용하면 떡도 되는 두개의 얼굴을 지녔네요. ^^
    탁하지 않다니 저도 한번 맛보고 싶은데요. :)

    2012.03.27 16:3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오메기술 맛보고 싶어지네요.
    직접 만드는 모습도 보여주셔서 감사해요. ^^

    2012.03.27 17:2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아주 귀한 모습을 보았네요~
    제주의 전통주,,오메기술~
    만드는 과정에 깃든 정성이 대단합니다.~^^

    2012.03.27 17:4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이런 소중한 기술은 ..직접 전수 받아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쩝쩝쩝 ~~

    2012.03.27 19: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오.. 정말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2012.03.27 20:0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아...술을 만드는 과정이었군요.
    오메기라는 글만 먼저 눈에 들어와서...
    덕분에 정겨운 구경하고 가요

    2012.03.27 21: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오.. 완전 신기한데요.. 처음 보는 술인데..
    꼭 한번 먹어보고 싶네요..^^

    2012.03.27 21: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잘 봥 감수다엥... 또 놀러우쿠다...

    2012.03.27 22:4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이건 그냥 술이 아니고 약술이네요.
    그냥 먹기도 아깝겠습니다.

    저걸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값은 한 20배는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ㅎ

    2012.03.27 23: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대륙엠

    술 하나에 정성이 느껴집니다.^^

    2012.03.27 23: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오늘 정말 좋은정보를 보게되네요~고마워유~~안다님^^
    제가 전통주 담그는일에 관심이 많거든요.ㅎ
    덕분에 정말 멋진자료 잘 보고갑니당~~
    기회되면 오메기떡도 한번 맛보고 싶네요.ㅎ
    편안한 밤 되시구요~앞으로 펼쳐질 제주여행기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2012.03.28 00:1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나중에 제주도 또 가게되면
    저거 꼭 한잔에 떡 먹고와야지..

    2012.03.28 10:4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참 손이 많이가는 술이네요~+_+
    술이아니라 정성인것같아요! ㅎ

    2012.03.28 10:5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애주 여행가

    전 지금 오메기술 한잔하고 있습니다..
    어제 제주 민속촌에서 갓 사온 오메기 술...
    오메기떡도 사올걸....

    2012.04.14 23:3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1. 비밀댓글입니다

    2014.10.31 21:04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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