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풍경여행지2011.10.31 08:00




가을이 익어가는 철원을 만나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맘 때 쯤이면(가을이 깊어갈 무렵이면) 항상 들리게 되는 곳이 있다.
두툼하게 쌓인 낙엽들이 바람에 따라 아주 멋들어지게 흩날리는 곳도 아니요,
그렇다고 가을의 얼굴마담 격인 단풍이나 억새, 혹은 코스모스들이 꽤나 장관을 이루는 곳도 아닌데 말이다.

그곳은 철원...
정말 다시 한번 말하지만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곳'에 들리는 특별한 목적 (예를 들어 사진을 위한 출사나 휴식 등)도 없다.
그저 '가을'이 되면 이유없이 들려 한나절을 보내고,
돌아와서는 어김없이 도대체 '왜'라는 질문을...스스로에게 던져보게 된다.

도대체 '왜' 철원이지?




가을의 고석정, 철원




'임꺽정의 전설'을 품고 있는 고석정은 철원을 방문하면 언제나 제일 먼저 방문하게 되는 곳.
즉, 엉성한 여행자에게 있어 '철원여행'의 시작점이다.

철원8경으로 불리며 소나무 몇 그루를 머리에 얹고 있는 '거대 기암'과 
계곡 사이로 흐르고 있는, 시리도록 파아란 물빛에 감탄을 하고 있다 보면,
잠시 후 어김없이 여행자의 시선을 사로 잡는 행렬 하나를 만나게 된다.





고석정 주위에서 래프팅을 즐기는 사람들, 철원





고석정 주위의 맑고 파란 물빛, 철원





가을에도 래프팅은 계속된다, 고석정, 철원



래프팅...
여름이면 꽤나 빠른 한탄강의 물살에 래프팅 코스로 매우 유명한 고석정...
수량 적은 가을이라고 그 명성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가을이라 더욱 파래진 하늘과 더욱 그윽해진 옥빛 강의 일부분이 된 채 
골골이 누렇고 빨갛게 변한 계곡을 스치듯 지나가는 그 모습은,
'보고 있는' 사람에게는 꽤나 인상적으로 다가 온다.
 
여름처럼 급하게 고석정 주위를 지나가지도 않는다.
느릿느릿...휘적휘적...

한가로울만큼 잔잔한 물살에 고석정에서의 여유로움은 두배가 된다.




가을의 고석정 주위는 잠자리 천지이다, 고석정에서 만난 잠자리 한쌍, 철원




그와 같은 여유로움은 고석정 주위에 차고 넘치는 잠자리 떼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사람이 다가가도 절대 서둘러 나는 법이 없는 녀석들이다.

여름이 감을 아쉬워하며 제법 차가운 바람에 호들갑 떠는 법도 없다.

그러고 보면 고석정에서 맞이 했던 가을은 언제나 '여유로움'이 기본이었던 것 같다.






가을을 맞은 고석정 주위 풍경, 철원





고석정 입구에 쌓인 낙엽들, 철원





가을의 파란하늘과 어울린 고석정, 철원



그렇다고 가을에 철원을 찾는 것이 '여유로움'이라는 넉넉한 이미지 때문은 아닌 것 같다.
고석정을 천천히 한바퀴 돌고 급한 경사의 계단을 되 올라가 급해진 숨을 천천히 고른 후 찾아가 보는
'다음' 장소에서의 심상은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따뜻한 캔커피를 들고 떠나 보는 철원여행의 두번째 장소는 바로 
한국의 나이아가라로 불리는 그곳(개인적으로는 이 별칭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쨌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땅 넓은 줄만 아는 폭포...바로 '직탕폭포' 이다~!




가을에 만난 직탕폭포, 철원





직탕폭포 부근의 가을풍경, 철원



여름이면 불어난 물 때문에 가뜩이나 작은 낙차가 (최고 5m, 평균 3m) 더욱 '볼품없어져' 버리는 직탕폭포.
하지만 가을이면 제 높이를 '완연하게' 찾아 꽤 생생한 움직임과 힘을 보여준다.

아울러 불순물이 정제 된 듯한 투명한 물빛과 역동적인 소리는 
가을의 선선한 바람과 함께 '신선한 청량감' 마저 느끼게 해 주는데...

그러고 보면 직탕폭포는 '폭포의 계절'이라는 여름에 제 힘을 발휘 못하는 
'가을 최적화' 폭포이다. 




가을의 직탕폭포, 철원




가을의 직탕폭포, 철원





가을의 직탕폭포 주변풍경, 철원



다른 계절보다 더욱 위력적으로 다가오는 직탕폭포의 가을 모습이 좋아서
제 고향 찾아 회귀하는 연어 마냥 매년 이맘 때면 어김없이 철원에 오는 것은 아닌가...
하고 곰곰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아닌 것 같다.
(거듭 강조하지만 정말 '이유'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누구라도' 가을에 철원에 간다면 '어떠한 이유로든' 빼먹지 말 곳으로
'직탕폭포'를 서슴없이 추천하겠지만 말이다.




가을의 직탕폭포, 철원





가을이면 더욱 힘이 느껴지는 직탕폭포, 철원




가을이면 '버릇처럼'들리는 철원여행에서 '습관처럼' 굳은 또 하나의 방문지를 들자면,
바로 '노동당사'...

사실 건물의 뼈대만 '휑하니' 남아 있어 어찌 보면 을씨년스럽기 까지 한 이 건물의 어디가 좋아서
매번 들리게 되는 걸까?

사회주의 리얼리즘 계열의 특징과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 건축물이라는 건축학적 의미나,
예전 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라는 뮤직비디오의 촬영장소였다는 배경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데도 말이다.





노동당사 건물, 철원





정면에서 바라 본 노동당사 건물, 철원




철원의 노동당사는 에스프레소 커피같다.
입에 물고 천천히 입 속에서 한바퀴 감아 돌리다보면
입 천장과 혀, 그리고 목구멍의 구석구석까지 자신의 맛과 향으로 도배하면서
몽롱한 정신 저 끄트머리까지 각성시키는 진하디 진한 커피.

거리 얼마 안되는 노동당사 주위를 천천히 돌아 나오면,
우리들 과거사의 서늘함부터 분단된 현재의 아픔과 아쉬움까지 온 몸으로 전해져 온다.      

후대에게는 이런 씁쓸함을 남겨주지 말것...하는 각성효과를 덤으로 가진 채...

쓰지만 결코 그 맛을 쉽게 잊을 수 없는,
그러고 보면 정말로 노동당사는 에스프레소와 닮았다.





낙엽이 쌓인 고석정의 입구, 철원




가을이 익어가는 계절이면 도대체 나는 '왜' 철원에 들리게 되는 걸까?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런 '이유'쯤 없으면 어떠한가?
 우리들 삶에서 '이유'가 없어도 기쁜 마음을 가지고 주기적으로 들려볼 수 있는 곳...
그런 곳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해답 없는 질문은 내년에도, 그 후에도 '즐겁게' 이어질 것 같다.
코 끝을 자극하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가을이 무르익어 갈 때 쯤이면 어김없이 말이다...

안다의 별볼일 있는 여행이야기...다음으로 이어집니다~!




가을이 익어가는 철원의 풍경




가을의 직탕폭포 풍경, 철원




가을의 노동당사 풍경, 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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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안다님 올만이어요~~
    잘 지내셨죠~저도 쓸데없이 바빠서 잘 못들렸네요..
    철원은 쌀만 먹었지 가보지는 못했는데
    저는 노동당사가 더 눈에 들어오네요..
    사회주의 이념이 녹아든 그시절의 아픔이 서려있을거 같아서~~

    2011.10.31 22:1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저도 계절마다 늘 발길이 닿는곳이 있는데 안다님도 그러시군요. ^^
    다녀오신 철원의 풍경은 가을이 물씬 풍기는데요. 아름다워요. :)

    2011.10.31 23:2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고석정 너무 멋있네요.
    단풍 배경 래프팅도 좋을 것 같고요.
    잘 보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2011.11.01 00: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역시 국내에는 강원도가 최고! ㅎ

    2011.11.01 06: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감사합니다. 꼭 가보고 싶은 곳 한군데가 추가되었네요..
    저런 폭포는 참 이국적입니다.!!
    올해 안으로 갈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흑.

    2011.11.01 08: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정말 어릴때 철원에서 살았는데 그때의 기억이라곤 무릎까지 푹푹 빠지던 눈이었어요. 안다님 글보니 새로운 매력이있네요.

    2011.11.01 08: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가을 철원 너무 멋지네요.
    정말 한 번 가보고 싶네요^^

    2011.11.01 09:2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작탕폭포.. 저게?
    헛웃음 나왔던 때가 생각 나 웃습니다.
    저도 철원을 둘러보는걸 참 좋아하는데.. 가을엔 이렇군요.
    색다른 모습입니다, 오랜만에 보니 반갑기도 하구요.

    2011.11.01 11:1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이렇게 안다님 블로그를 통해서 보니 우리나라 사진도 캐나다 못지않습니다~ ^^;

    2011.11.01 12: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하늬아범

    고석정의 물이 참 맑은 것 같아요
    저도 레프팅 하고 싶은데요

    2011.11.01 13: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잘지내시죠..?
    요즘에 도통 정신없이 살고있네요..
    행복한 하루되시구
    감기조심하세요

    2011.11.03 01:3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우와~ 경치가 장난이 아니네요. :)

    2011.11.03 12: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때묻지 않는 순수한 곳이기에 더더욱 끌리게 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2011.11.03 15:2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정말 멋지네요..
    사진만으로도 마음이 포근해 지는 것 같아요..

    2011.11.03 20: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으나

    하늘이 무지 파라네요~

    2011.11.04 19:1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전 철원 한 번도 못 가보았는데...
    여기저기 절경이군요.
    하긴...가만히 숨죽여 보면 세상에 안 멋진 곳이 없지요.
    안다님의 사진기술까지 만나니 눈이 시리도록 멋진 가을 사진입니다.

    2011.11.06 20: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비밀댓글입니다

    2011.11.09 10:20 [ ADDR : EDIT/ DEL : REPLY ]
  19. 와~ 물 색깔이 정말 멋있네요 ^^
    사진도 너무 잘 찍으시고..
    철원에 가봤었는데 같은 풍경을 봐도 찍는 사람에 따라 이렇게 차이가 나는구나 하고 새삼느끼게 되네요 ^^

    2011.11.11 14:4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비밀댓글입니다

    2011.11.12 18:37 [ ADDR : EDIT/ DEL : REPLY ]
  21. 안다님 블로그 오랫만에 들어오네요.ㅠ;;
    두달전인가 안다님 블로그에 댓글 달고 추천한 덕분에 '좋은 추천'으로 선정 돼 다음 캐시 1만원 받았습니다. ^^;
    철원서 군생활 한 후배가 한탄강을 추천하더라구요. 저곳이었군요~!!

    2011.11.14 13: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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