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궁궐이야기2010.11.14 08:30



저물어가는 가을의 끝자락을 느껴본 경복궁의 향원정.

소리없이 다가와 곁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가을이 '사락사락...바스락 바스락...'소리를 내며 저물어가고 있는 요즈음입니다.

한달여 넘게 함께 생활하며 엉성한 여행자의 일부분이 되었던 '굽혀지지 않는 무릎에서 비롯된 절뚝거림' 덕에
'가을다운 가을', '단풍다운 단풍,...그리고...
'여행다운 여행'을 제대로 즐겨보지 못한 것이 그동안 못내 아쉬웠습니다.

그렇기에 '막차라도 타보자'...라는 심정으로 '호전된 다리'를 믿고 '이곳 저곳'에 관한 여행계획을 세워 봤더랍니다.

하지만......
정신없이 다이어리에 채워지는 그날그날의 약속들과 분주한 일상에
'여행계획은 단지 혼자만이 가진 수수께끼같은 암호만으로' 끝나버리곤 했습니다.


이번에는 굳게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먼곳이 힘들다면 우선은 가까운 곳에서 가을과 만나보자...더 늦기전에...'





향원정의 단풍, 경복궁, 서울



카메라와 렌즈들과 필터들을 배낭에 채워넣고 삼각대를 거치한 후 '너무도 좋아하는' 서울의 고궁으로 다시 한번 여행을 떠나봅니다.

가을에 만나는 고궁은 우리나라의 가을 여행지 가운데서도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 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배낭을 양쪽 어깨로 짊어지고 향한 곳은 사실 '창덕궁'입니다.
가을이면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는 창덕궁의 후원인 '비원'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에 도착해서 '에구머니나~~~오 마이 갓' 만을 연발하고 돌아서고 맙니다.
너무도 많은 사람들...그리고 너무도 많은 카메라들...!!!

물끄러미-물론 속으로는 에구머니나~를 지속하며...-그들을 지켜보며 생각에 잠겨 봅니다.
아니...판단해 봅니다.

'장소를 옮기자...!!!'




경복궁의 가을, 서울



그런 이유와 판단하에 도착한 경복궁에서 엉성한 여행자의 입은 다시 한번 '거친 말'을 토해냅니다...

'이런 젠장~~~뭐지?...이 시츄에이션은?'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서울시민 모두가 고궁나들이를 하기로 '반상회'에서 회의가 이루어졌나 봅니다.

창덕궁에 버금가는 수많은 사람들...수많은 카메라들...

다른 곳으로 옮기기에는 '짧아진 해' 탓에 '무리~!!!'라는 판단을 내린 후,
그렇다면 바로 '향원정'을 향해 가자...라고 결정해 봅니다.





가을의 향원정, 경복궁, 서울



향원정은 가을에 더욱 아름다운 고궁의 여러 모습들 중에서도 창덕궁의 비원과 더불어 '더더욱' 아름다운 곳입니다.
가을에 경복궁을 방문해서 반드시 봐야만 하는 '딱 한곳'을 꼽으라치면 선택은 언제나 '향원정'입니다.

정자를 둘러싸고 있는 잔잔한 연못,
그 주위에 심어진 나무들의 붉은 색감...
그것들을 복사기처럼 정밀하게 프린트 해 놓은 놓은 반영...





가을의 향원정, 서울





가을의 향원정, 서울





가을의 향원정, 서울




그러나 잔잔한-결코 쎄지 않은- 바람이 쉼없이 향원정 주위를 맴돕니다.

향원정을 감싸고 있는 연못도 그러한 바람에 호응하여 연신 부드럽게-결코 격렬하지 않은-춤을 춥니다.

향원정 주위로 몰려든 수많은 카메라들의 '아쉬운탄성'도 멈추질 않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면 '칼같고 쌍둥이 같은' 향원정의 반영을 사진으로 담기는 '무리'입니다.

그 아우성들을 묵묵히 들어주며 연못을 바라다 봅니다.
무리를 지어 '싱싱한 횟감' 들이 몰려 다닙니다.

'자네들이 반영을 대신하기로 한게냐...그렇다면 고맙네...싱싱한 친구들~!!!'





가을의 향원정, 경복궁, 서울





가을의 향원정, 경복궁, 서울



카메라가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은 '일렁이는 반영' 때문만이 아닙니다.

'고운 빨강'의 때를 이미 지나 '연한 갈색'으로 '탈색되어버린' 나무들에게도 서운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쉽지만 천천히 한바퀴 돌아보자...'

근정전과 경회루와 많은 부속전각들과 수많은 사람들...
거기에다 창덕궁의 후원까지 '뒤로 돌리고' 입구에서부터 단숨에 달려온 향원정입니다.

아쉬움때문에 건성으로 돌아서는 것은 '예의가 아님'을 스스로에게 여러번 주지시킨 후 정말 천천히...
그리고 다양한 각도에서 '향원정'을 만나보기로 합니다.





가을의 향원정, 경복궁, 서울





가을의 향원정, 경복궁, 서울





가을의 향원정, 경복궁, 서울





가을의 향원정, 경복궁, 서울



'우오옷~~~!!!'
그래도 다행히 '가을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용케 견디고 있는 빨간단풍이 눈에 들어옵니다.

'곱네 고와...빨갛네, 정말....'
화사하게 물들어 있는 빨간단풍 나무 주위로 몰려든 사람들이 저마다 '감탄'하며 한마디씩 던집니다.

그리고 모두들 단풍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찍힙니다.

'이대로 좋아...아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어렵사리, 그리고 '너무도' 오랜만에 접해 본 새빨간 단풍에 감격스러운 마음까지 듭니다.

'어흑...고맙네 빨갛고 이쁜 친구...찰칵찰칵~!!!'




가을의 향원정, 경복궁, 서울






가을의 향원정, 경복궁, 서울



보통의 여느해 가을 같았으면 '아~빨갛구나...' 내지는, 마땅히 '만나게 되는' 단순한 피사체쯤으로 생각했을 단풍입니다.

그러나 '일신상의 이유로' 너무도 어렵사리 만난 향원정의 단풍은 '예전의 그 단풍, 예년의 평범한 모습'이 아닙니다.

'역시...사람은 힘들게 무엇을 얻어야만 그것이 진정으로 소중한 줄 아는 존재...'
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것이 공기든, 물이든, 쌀이든, 밀이든, 돈이든, 직장이든, 연인이든, 집이든, 차든, 명성이든......

그리고 생각은 다시 한번 그 위에 집을 짓습니다.

'쉽게 얻어왔던 것이 소중한 줄 알게 된 지금의 이 느낌...항상 잊지않고 충실하게 기억해 두겠네 친구...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어려웠던 순간들, 소중했던 것들을 얼마나 쉽고 빠르게 망각해 왔는가 말일쎄...
 엉성한 여행자이지만 어리석은 여행자는 되지 않기로 빨간친구 자네에게 약속함세...!!!'




가을의 경복궁, 서울





가을의 경복궁, 서울


그렇게 다짐과 약속을 한 후 향원정에서 발걸음을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 갑니다.
바쁘게 서둘러 내딛었던 발걸음은 어느새 소의 '그것' 과 닮아 있습니다.

'사각사각...바스락 바스락...사각사각...사르락사르락...'

느려진 걸음에게 인사라도 걸어오는 듯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의 흔들림이 귓가를 끊임없이 울리며 스쳐갑니다.

분주한 일상의 움직임속에서는 '전혀' 들리지 않던 소리입니다.

가을이 저물어감을 아쉬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또 한편으로는 가을의 끝자락을 조금이나마 용케 부여잡고 있던 향원정에게 감사하며,
엉성한여행자는 한참동안을 제자리에 서서  그렇게 낙엽들의 소리를 듣고 있었습니다......

'사각사각......바스락바스락......사르락사르락......'





가을의 경복궁, 서울



안다의 여행이야기...다음으로 이어집니다......





가을의 향원정, 경복궁,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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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와우~ 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저 빨강단풍잎~ 그저 고마울뿐이네요.
    타향땅에서 고국의 향원정을 산책한다는것은... 님의 포스팅 덕분이랍니다. 고맙습니다. 늘 건강 하세요

    2010.11.14 16:3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이렇게 멋지군요^^
    다녀오긴 했는데 본 것 같기도 하고, 못본 것 같기도 한 아리송함으로 다가오는 곳입니다.

    2010.11.14 18:1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비밀댓글입니다

    2010.11.14 20:34 [ ADDR : EDIT/ DEL : REPLY ]
  5. 아.. 붉은 단풍이 너무 아름답네요..^^
    저도 한번 찾아가봐야 겠어요.^^

    2010.11.14 20: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향정원의 가을도 넘 아름답네요..^^
    덕분에 잘 보고갑니다..^^

    2010.11.14 21: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아~ 정말 빠알간 단풍이네요~
    저도 잊지 않기로 다짐해 봅니다~*^^* 헤헤
    편안한밤 되시구 내일도 소중한 하루되셔요*^^*ㅎㅎㅎ

    2010.11.14 23: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단풍 빛깔이 너무나 빨갛네여, 정말 아름다운 사진이네여

    2010.11.15 01: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비밀댓글입니다

    2010.11.15 02:02 [ ADDR : EDIT/ DEL : REPLY ]
  10. 아 ~ 울긋불긋 가을...
    아직은 보내기에 아쉬움이...

    2010.11.15 02:0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사진들이 그림같습니다.
    단풍은 정말로 운치가 있네요...
    안다님, 즐거운 하루 시작하세요~~
    (전 일요일 블로그를 쉬었습니다)

    2010.11.15 08: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고즈넉한 분위기가 안다님 블로그에서 고스란히 전해지네요.
    붉게 물든 단풍이 아주 곱고 청초함까지 느껴지는!
    사진만 봐도 안구정화되는 기분입니다 :)

    2010.11.15 10:4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제가 한살 때 ..유모차 타고 경복궁에서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ㅎㅎ
    그 모습과 어우려 지는군요 ^^

    2010.11.15 16:3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안다님 부지런하게 열심히 잘 다니시는군요 ^^. 담아오신 사진을 보면서 오른쪽 검지가 셔터를 누르고 싶어서 움찔움찔 거립니다 ^^.
    왠지모를 즐거움이 묻어 있는 안다님의 후기 잘 보고 갑니다 ^^.

    2010.11.15 16:4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새빨간 단풍이 넘 이쁘네요 이제 곧 저 단풍들도 낙엽으로 바뀌겠죠?
    안다님 덕분에 마지막 가을의 정취를 맘껏 구경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ㅎ

    2010.11.15 17: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비밀댓글입니다

    2010.11.15 18:06 [ ADDR : EDIT/ DEL : REPLY ]
  17. 저곳을 거닐며 사색에 잠겨보고 싶어요.
    황홀한 옷을 입은 단풍에 눈이 부십니다.

    2010.11.15 18:3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저토록 붉은 빛깔의 단풍 ... 오랜만에 보니 참,, 좋네요 .
    조용할거 같은데 .. 오래도록 걷고 싶기도하고 ..
    가을을 느낄 수 있는 사진들, 아주 좋습니다. ^^

    2010.11.15 19: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이제 정말 가을이 가는거 같네요..ㅜ.ㅜ
    향원정은 언제 봐도 예쁜듯한..^^

    2010.11.15 21: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향원정..... 언제봐도 참 멋집니다.
    사계절 각각 또 다른 맛으로 다가오네요~
    잘보고 갑니다.

    2010.11.15 23: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1. 올해 단풍은 예년보다 못하다던데 안다님의 사진에서는 빠알갛게 살아있네요.
    게다가 향원정이 이렇게 운치있는 곳이었다니
    안다님 덕분에 저도 우리나라 곳곳을 여행하게 됩니다 ^^

    주말 동안 블로그를 비운다는 게 김장 도와드린다는 여파가 오래가서 이제서야 들렀네요.
    안다님께서는 주말 잘 보내셨는지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2010.11.17 04: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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