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2010.10.26 17:04



수많은 순교자들을 기념하기 위하여 세운 기념성지, 해미성지

방문할때마다 항상 수많은 이들의 신음과 통곡, 절규와 비명이 생생하게 귓전에 맴도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최다, 최대의 순교자를 양산해 낸 충남 서산의 해미(海美)입니다.

과거 '해뫼'라 일컬어졌던 해미는 조선초기에는 병마절도사의 치소(감영이 있는 곳)를 둔 곳으로,
조선 중기에는 영장의 직급을 가지고 있던 무관이 현감의 직책을 겸하며 지역통치를 하던 곳입니다.

그 지역통치의 범위에는 내포지역의 수비와 방어 라는 의무와 함께,
국사범들에 대한 자체적인 처형권까지 들어 있었습니다.

아마 당시 해미를 총책임지던 '무관출신'의 현감들은 '공'에 대한 욕심,혹은 부담감이 꽤나 컸나봅니다.
이렇다할 전쟁이 없던 이 지역의 '장'이 가질 수 있는 '전공기록의 전무함'에 대한 조급함일 수도 있구요...

그저 한적함 가운데 오는 평화로움만이 가득 할 수 있었던 이 곳, 해미지역을 '피와 죽음'의 역사로 물들어 버렸으니 말입니다.

오늘은 수천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믿음과 신앙'때문에 무자비하게 죽음으로 내몰린 아픈역사를 가지고 있는 '해미',
그 가운데 그들을 추모하고 기념하기 위해 세운 '해미성지'를 방문해 보기로 합니다.





해미성지, 해미, 서산




서울에서 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용해 약 2시간여를 달려 해미IC를 빠져나와 도착한 해미성지의 입구입니다.
만발한 코스모스와 함께 지붕을 한국적인 양식으로 꾸민 해미성지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봅니다.
'찰칵찰칵...' 

사실 둥그런 원통식의 건물인 해미성지의 대성당과 소성당을 바라보는 여행자는 사진을 찍는 것이 미안한 마음입니다.
너무많은 사람들이 잔인하게 죽어간 것을 기념하는 성지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미성지, 해미, 서산





해미성지, 해미, 서산






해미성지, 해미, 서산



1700년대 후반부터 1800년대 후반까지 약 100여년간,
이 곳 해미지역에서는 천주교신자들을 '국사범'으로 규정하여 대대적으로 처형하였습니다.

꼭 해미지역만이 아니더라도 당시는 '천주교사'에서 '대박해 시대'로 규정할만큼 많은 천주교인들이 탄압을 받았습니다만,
이 곳 해미일대는 유독 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한 곳입니다.





해미성지, 해미, 서산





해미성지, 해미, 서산



사람들을 죽인 방법도 참으로 가지가지였습니다.
교수, 참수, 몰매질, 석형, 백지사형, 동사형...
그리고 심지어는 돌다리 위에서 팔다리를 잡고 들어서 돌에 메어치는 '자리개질',
여러명을 눕혀놓고 돌기둥을 떨어뜨려 한꺼번에 죽이기 등...

'사람이 사람에게 어쩌면 이렇게 모질고 잔인할 수 있단 말인가...'
당시 자신의 믿음과 신념을 지키기 위한 사람들을 죽이기 위한 여러 수단과 방법들을 읽고,
혀를 끌끌차며 분노하는 '스스로'를 느껴봅니다.

'참을 수 없는 살인의 잔인함...'

그러나 잔인함의 끝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해미성지, 해미, 서산





해미성지의 진둠벙, 해미, 서산





해미성지의 진둠벙, 해미, 서산




1866년부터 1868년에 이르는 천주교에서 부르는 '대박해의 때'에는 죽여야 할 사람들이 특히 많았나 봅니다.
'시체로 산을 이루고, 피로 내를 이루었다...'는 기록이 남겨진것을 보면 말입니다.

죽일 사람은 많고 그 시체를 처리할 인원은 부족...하다는 명분하에 시체처리의 간편함을 위해 생매장형도 시행되었습니다.

해미읍성내에 위치한 해미진영의 서문밖으로 십수명씩 데리고 나가,
큰 구덩이를 만들고 사람들을 밀어 넣은 후 흙과 자갈로 구덩이를 덥기...

개울 한가운데 있는 둠벙에 꽁꽁 묶인 사람들을 머리부터 떠밀어 죽인 수장 등......





해미읍성, 해미, 서산





해미읍성, 해미, 서산





해미성지, 해미, 서산




그 후로 한동안, 즉 해미가 '순교지'로 인식되기 전까지,
이곳에서는 논밭일 하던 농부의 연장에 걸려 나와 버려지는 뼈가 상당하였다고 합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던지 '땅을 파는 곳마다 다 뼈가 나왔다...'는
예전에 들었던 연세 지긋하신 현지인의 증언이 아직도 귀에 생생합니다.


생매장의 증거인 수직으로 파묻힌 뼈의 모습을 가진 채 말입니다...

물론 이렇게 파묻혀 죽어간 사람들의 숫자는 정확히 얼마인지는, 또 누구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충분한 근거하에 '수천명' 으로 추산할 뿐...아니 그 이상일지도...




해미성지, 해미, 서산




해미성지, 해미, 서산



자신의 이름 석자 하나 남기지 못하고 죽어간 수많은 무명의 사람들......

자신의 발밑에 놓인 성경이나 십자가를 밟고 지나가거나,
자신의 믿음만 수정을 했어도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사람들...

그들의 신념을 가진 죽음앞에 '과연 나였다면...(그 믿음이 무엇이든, 어떠한 성질의 것이든)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뜬금없이 해 봅니다.

정말 과연 나였다면 내 신념이 죽음앞에서도 절대적일 수 있었을까...?





해미성지, 해미, 서산





해미성지, 해미, 서산





해미성지, 해미, 서산



죽기 전 사람들이 절박하게 외치던 '예수 마리아' 라는 기도소리를 '여수머리' 로 알아 듣던 일반 주민들의 입을 통해
'여숫골' 이라는 이름을 갖게된 '생매장터'인 진둠벙을 천천히 걸어봅니다.

종교를 떠나서 그들의 죽음이 결코 가벼이 여겨지지 않기를......
그리고 잔인하게 죽어 간 그들의 영혼이 편안한 안식을 거듭하기를...

엉성한 여행자는 한껏 멜랑꼬리해진 마음과 씁쓸함을 동시에 가지고 국내최대의 순교지...
붉은 나뭇잎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가을의 해미성지를 뒤돌아 나옵니다.

'여수머리, 여수머리...'를 중얼대면서 말입니다.

안다의 국내여행기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해미성지, 해미, 서산





해미성지, 해미, 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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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슬픈 역사를 담고 있는 성지이군요...
    무참하게 돌아가신 분들을 생각해 보니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아름다운 단풍들이 더욱 슬프게 느껴집니다.

    2010.10.26 20:3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이런 곳이 다있군요~ 항상 놀라고 갑니다~*^^*
    코스 모스도 하늘도 두팔벌린 예수님 상도 왠지모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네요...ㅎㅎㅎ
    추워지는데 감기 조심하시고요~*ㅎㅎㅎ

    2010.10.26 20:4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지금의 천주교가 있기까지 많은 순교자가 계셨군요...........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2010.10.26 21:0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해미성지! 천주교 대박해가 있던 성지라서 그런지~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보기에 숙연해지네요~~
    잘 보고 갑니다.~~^^*

    2010.10.26 21: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여수머리..ㅎㅎㅎㅎ
    역시 사진과 여행기는 안다님이십니다^^

    2010.10.26 21: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많은 사람들이 죽어간 모습 생각에 가슴이 찡하며 아프네요..
    덕분에 순교유적지도 잘 보고 갑니다..

    2010.10.26 21: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해미성지가 박해지였던 우울한 역사적 의미는 뒤로 하고
    아름다운 코스모스와 단풍만 느껴보렵니다.

    2010.10.26 22:2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숙연해 지고 눈물 나올뻔 했네요~ㅠ.ㅠ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너무 아름답기만해요..
    선아가 제일 좋아하는 코스모스..^^
    아~~이뻐라~~!!
    많이 추운데 따뜻하게 주무세요^^

    2010.10.26 22:3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은 곳인데도, 풍경은 왜 이렇게 아름다운 걸까요? 종교시설 답게 엄숙함이 느껴지지만 동시에 매우 슬픈 역사가 느껴지네요. 이런 것을 사진과 함께 적절히 강조해 주시는 것이 안다님의 매력 같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고 하시는 일 잘 풀리시길 바랍니다^^

    2010.10.26 23: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모르는 곳인데 이런 어두운 얼룩이 진 역사가 있었군요 ...
    종교적 신념이나 약속이 죽음 앞에서도 절대적인가? 라는 질문...참, 어렵지요..
    프랑스에 이 질문에 대한 참 좋은 영화가 얼마전 개봉했는데...아,,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무거운..
    한국에도 배급이 되면 좋으련만...
    아니면 제가 조만간 포스팅을,,, ^^

    2010.10.26 23:3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성모 마리아가 연못에 잠겨있는게 박해의 의미인가요...
    사람형상의 돌도 그렇고...
    하여간 너무 어렵다...ㅋ
    나중에 저도 사진찍는 법 좀 가르쳐주십시오__)ㅋ

    2010.10.26 23: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저는 절두산 성지만 있는줄 알았는데 또 있네요.
    저는 다음 달에 바티칸 꼭 가볼랍니다. 하하하...
    요즘 여행 계획 잡느라 댓글이 좀 늦어지고 있어요. ㅎㅎㅎ
    여행 블로거 마실와서 요거 은근 자. 랑. 질..^^*

    2010.10.27 00: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종교의 힘,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던 자들...너무나 무섭지만, 더 무서운건 이유없이 종교박해를 했던 잔인한 시절의 정치인들...
    능력없는 자들은 자신의 권력을 위해 남을 늘 박해합니다.... 슬픈 역사의 현장...눈물이 납니다...ㅠㅠ

    2010.10.27 03: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생매장이라니..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요..
    이제는 유적지로 변한 곳이지만, 그 아픔은 간직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코스모스가 너무 예쁘게 피었네요. ^^
    즐거운 하루되세요 안다님~!

    2010.10.27 06:2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정말 꼭 가봐야 할 곳만 골라서 답사하시는군요~
    좋은 아침입니다.

    2010.10.27 06:3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저 여기 지난 봄에 다녀왔었는데... ㅋㅋ
    성지라는 의미를 가지고 가면 좀 비장한 마음마저
    드는 곳이었어요.
    안다님 글로 보니 제가 받은 느낌보다 더 감성적이네요. ^^

    굿모닝!!! ㅋㅋㅋ

    2010.10.27 08:2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어제는 오후부터 너무 바빠서 들르지 못했습니다. 죄송해요. ㅎㅎ
    아픔과 고통이 아로새겨진 곳이라 의미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나와 다른 믿음을 가졌다는 이유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박해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 같아요.

    2010.10.27 08:4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파란 하늘과 만개한 코스모스가 아름다워서
    해미성지가 품고 있는 아픈 역사가 더욱 쓰라리게 느껴지네요.
    신념과 신념이 부딪쳐 그런 잔인한 살상이 일어났다니 마음이 아픕니다.
    그분들이 지금은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며 위로해봅니다..

    2010.10.28 02:1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해미음성은 가봤는데 이런곳도 있군요.
    코스모스가 이쁘게 피었네요^^

    2010.10.28 04: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1. 산좋고 물좋고

    안다님 수고가 많으십니다. 해미성지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좋은 사진과 글을 올려주신것에 감사드립니다.
    안다님 앞으로도 멋진 사진과 글을 많이 올려 주십시요

    2011.02.26 10: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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