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궁궐이야기2010.10.07 08:30



올바른 지도자의 모습을 생각해 본 아픈 근대화의 현장, 덕수궁.

광무황제였던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할 당시만 해도 '이곳'의 이름은 경운궁이었습니다.
그 후, 일본의 강권에 의해서 왕위를 그의 아들 순종에게 '강제적으로' 양위한 후
'이곳'은 덕수궁이 되었습니다.

아들 순종이 창덕궁으로 옮겨가면서 아버지인 고종의 '장수를 기원하는'뜻으로 '덕수'라는 궁호를 올리면서 말입니다.

불리고 있는 이름뿐만 아니라 현재 내부에 남아있는 모든 전각들이 '고종'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을만큼
덕수궁은 비운의 군주 '고종'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덕수궁이 고종 그 자체요, 고종이 덕수궁의 또다른 모습입니다.

그러므로 언제나 덕수궁을 방문할 때마다 (그것이 목적을 가진 여행이든, 아무 생각없이 들린 산책이든, 기타 다른 어떠한 목적에 관계없이)
자연스럽게 '고종'이라는 이름을 떠올리게 됩니다.





금천교, 덕수궁



한때는 '무능한 군주', '나약하고 겁많고 우유부단한 통치자' 와 같이 부정적인 평가를 일관되게 받아왔던 고종이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그의 업적이나 개혁적인 성향에 관한 것들이 새롭게 재조명되면서
'명군 고종'에 관한 견해들이 속속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종에 관한 상반된 위의 두가지 견해...
즉, 명군설과 암군설에 관한 시각차가 너무도 커서,
조선왕조 역사상 가장 호불호의 중간점이 없는, 여전히 '불행한 군주'의 으뜸 자리는 계속 유지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중화전, 덕수궁


덕수궁의 정전인 중화전 앞에 서 봅니다.
지붕 뒤 편으로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타워크레인은 카메라의 뷰파인더에도 역시 '멋대가리 없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화전의 온전한 모습을 '방해하는' 타워크레인같이,
 '방해와 간섭' 하는 세력과 사람들 속에서 일생을 살아온 고종을 다시 한번 떠올려 봅니다.

12세에 즉위하자마자 자신을 왕으로 '전교'한 조대비의 수렴청정을 시작으로
자신의 아버지인 흥선대원군의 대리정치,
아내인 명성황후와 민씨일가에 의한 세도정치,
그리고 비로소 군주로서 홀로서기를 한 후에도 줄기차게 이어지는 열강들의 내정간섭까지...

'황제이지만' 평생을 '아슬아슬한 눈치'속에서 견디고 살아야만 했던 고종의 가슴 아픈 모습이,
보물 819호인 단층건물 중화전과 함께 오버랩 됩니다.





중화전, 덕수궁





중화전, 덕수궁





덕수궁, 중화전



"왕비를 폐위시키시오"
"그렇게는 못하오"...
라는 대답뒤에 돌아온 국모이자 자신의 아내였던 명성황후의 죽음을 목격한 비참함

자신이 통치하는 나라안에서 신변의 위협을 느껴 타국공사관으로 피신해야만 했던 굴욕감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협박에 의해 왕권을 내놓아야만 했던 좌절감.

그 모든 고종의 쓰린 감정들이 여행자의 가슴에 안타까움으로 전해집니다.





중화전의 어좌, 덕수궁





중화전 내부의 용장식, 덕수궁



"지식으로는 국왕자신이 자기나라의 역사에 관해 어느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으며,
집무에 대해서는 매우 부지런하고 누구보다도 더 많은 일을 해낸다.
정치적인 사고에서는 진보적이고 서양의 문물에 관해 호의적이며, 교육정책에 관해서도 관심이 많아
이 모든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하여 물질적인 발전을 이루어냈다.
성품은 상냥하고 친절하고 온화하다.
진실로 나라를 위하고 발전을 생각하는 군주다"

라고 고종에 대해서 표현한 당시의 어느 서양기자의 기고문에서도 알 수 있듯,
고종은 단지 겁쟁이이자 '우둔했던' 통치자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모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함녕전, 덕수궁





함녕전, 덕수궁




그러나...성실하고 유능한 군주이기는 했지만 반면에 너무 착한 황제이자 강인하지는 못한 남자였던 것 같습니다.

고종의 편전이자 침전으로 사용되었고, 그의 승하를 직접 목격한 '함녕전'의 앞에서 '너무 부드러워 탈' 이었던
조선의 불운한 군주를 다시 한번 확인해 봅니다.

함녕전은 '침전'으로 꾸며지는 내전에서 가장 주요한 전각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고종의 침전 용도로 쓰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덕수궁의 내전영역은 다른 궁궐이면 마땅히 있어야 하는 왕비의 침전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유는 명성황후를 비명으로 잃은 후, 고종이 다른 왕비를 맞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꽤 많은' 후궁을 들일 수 있는 위치였음에도 말입니다.





덕홍전, 덕수궁





유현문, 덕수궁





석어당, 덕수궁





'만일' 그와 같이 명성황후에 대한 정을, 또한 국가에 대한 애착을,
'아주 강하게 일본에 대하여 표출하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자신의 재임기간에는 '통치자'라는 신분때문에 '만일을 대비해' 비록 조심하였다 하더라도,
군주의 자리를 '억지로' 빼앗긴 후에는 억울함이나 울분까지 더해서 말입니다.

극단적으로는 국민들에게 국가를 되찾으라는 명을 내린 후 '국권회복운동'이나 '자결'등의 방법으로 적극적인 항거를 하였다면
정말 역사는 어떻게 변했을까?...


물론 역사에서 '만일'이라는 가정은 별 의미없는 일이지만 말입니다...

비운의 황제 고종의 스토리와 함께 가는 우리의 아픈 근대사...
그 슬픈 근대사를 오롯이 기억하고 있는 고종의 또다른 이름 '덕수궁'...

다음으로 이어지는 안다의 덕수궁 여행기를 통해서 자세히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중화전, 덕수궁





유현문, 덕수궁





중화전, 덕수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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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근대사는 아픔을 동반하는 것 같네요.
    암울한 역사에 덕수궁은 늘 어둡게만 느껴집니다.

    2010.10.07 17: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아픈 역사이기에 잊으면 안될것 같아요.
    되풀이 돼도 안돼고 잊어서도 안돼고..

    2010.10.07 17:4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호빵마미

    평범한 촌부로 태어났다면 ..오히려 더 어울리고..
    행복햇었을 너무나 인간적인 고종의 모습을 떠올려보며..
    덕수궁..잘 감상하고갑니다..
    편안한 저녁되시구요~~^^
    늘~감사드려요~~안다님!!

    2010.10.07 19:1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크~ 이거 뭐 덕수궁의 돌담길 밖에 생각이 안나니
    이 텅텅 빈 머릿속을 어쩌면 좋을까요?ㅋㅋㅋ

    2010.10.07 20:3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오전에 훑어보고 이제사 찬찬히 보네요
    뭐 휘릭 1호선타고 현진이랑 잘가긴해요
    봄에한번 가을에 한번 ㅎㅎ
    겨울에도 가끔 갈때도 있고요 눈 내릴때 고궁이 또 아름답거든요 ㅎ^
    암튼요 안다님의 사진은 빨려 들어갈듯 얼굴 디밀게 되욧 ㅎㅎㅎ
    편한밤 되시구요^

    2010.10.07 20:3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요즘 계속 연재되는 궁궐이야기.... 재미있게 잘 보구 있습니다...
    몰랐던 부분까지 다시 한번 되새길수 있어서 좋으네요.

    2010.10.07 20: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난세에 필요한 군주상과 평시에 필요한 군주상이 다른 것을 볼 때 과연 고종은 어느쪽이었을 까를 유심히 생각해봅니다. 아마도 평시에는 제법 좋은 군주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만... 우리가 고종에 대해 가지고 있는 아쉬움은 비단 우리만의 것이 아닐 듯 합니다. ^^ 사진과 함께 말해주시는 안다님의 심정이 와 닿네요^^

    2010.10.07 21: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아~ 고종황제...

    2010.10.07 21:3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덕수궁의 유래 잘 보고갑니다..
    역사의 현장이네요..^^

    2010.10.07 21: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사㎜랑■해Μ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평생 건강정보 : 내 병은 내가 고친다.>

    2010.10.07 22: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덕수궁이란 이름을 순종이 고종을 위해 지은 것이군요.^^
    첨 알았네요.

    2010.10.07 22: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여러번 가보니 덕수궁의 역사에 대해서도
    간심이 가고 조금 알게되었는데
    안다님이 잘 정리해 주셨네요^^
    가을에 다시 걷고 싶은 곳입니다.

    2010.10.08 09: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즐거운 하루 되세요 ^^
    새로운 포스팅이 없어서 여기에 댓글 남깁니다. ㅎㅎ

    2010.10.08 13: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가을 지나기 전에 고궁 나들이 가고 싶네요.
    문득 덕혜옹주가 떠오르네요. 얼마전에 읽어서 그런가봐요.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

    2010.10.08 22:3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예전 노래 덕수궁 돌담길 노래라는게 갑자기 생각나네요.ㅎㅎ
    언제봐도 아름다운 우리나라 궁전입니다.

    2010.10.08 23:0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덕수궁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글과 사진이네요!
    역사는 바꿀 수 없기에
    그만큼 현재가 중요한 거 같습니다 ^^
    편안한 주말 되세요!

    2010.10.09 00: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제 댓글에 기분이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그냥 덕수궁의 사진들은 보니 저도 답답하고 슬픈 감정이 있어 몇자 적은거죠..
    설마 제가 누굴 가르치거나 그런 건 절대 아닙니다. 이해해 주시고요..^^;

    역사도 그렇지만 그냥 경운궁 그 자체가 불쌍해서 그렇습니다.
    경복궁 복원이 끝나면 제발 경운궁 복원도 시작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대문부터가 엉거주춤 서있는 모습이 안쓰럽죠.

    다음 글 기대하겠습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2010.10.10 11: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가슴 아픈 역사의 한자락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곳이군요.
    아...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으련만,
    덕수궁을 보니 우리 역사에서 지울 수 없는 그 시간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네요.

    안다님, 몸조리는 잘 하고 계시는지요?
    날씨가 좋아서 여기저기 가고 싶으시겠지만, 꾸욱 참으시고 푹 쉬세요~
    기분 좋은 한 주 보내시고요 ^^

    2010.10.11 03: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우와... 안녕하세요^^
    니자드 님 소개로 들르게 되었습니다+ㅁ+

    정말 글 잘 쓰시네요...
    역사적 사실을
    아주 감성적으로,
    그리고 사진까지 적절하게요~
    뭔가 묘한 감동이
    뭉클하게 다가옵니다^^

    글 잘 보고 갑니다 ㅎ
    다음에 덕수궁에 가게 되면
    님 글이 머리에 아른아른거릴 것 같아요...
    덕수궁을 단 한번도
    그런 눈길로 본 적이 없다는 게
    아이러니해지는 순간이네요...

    2010.10.14 10: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1. 창이다. 주말마다 나들이에 단풍놀이에 차들이 가득하다. 먼 길 떠나지 않더라도 서울에서도 고궁이라는 가장 전통적인 공간에서 가장 현대적인 우리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음악회도 듣고 미술관에서 전시 관람도 하고 '돌담길'이라는 작은 카페에서 전통차도 한잔 마셔보면 어떨까. 더불어 왕궁수문장 교대의식도 볼만하다. 조선시대 왕궁에는 수문군이라는 군대가 있어 궁궐 문을

    2011.08.06 21:3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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